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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처녀샘터에 붉은 무지개 비꼈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11.06일 10:08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는 재수 없게도 처녀샘동네로 불리웠다. 남자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 계집동네로 그냥 불리우게 되였으니 불 찬 사내들한테는 얼마나 듣기에도 창피한 이름인가싶었다. 얼핏 듣고서도 아, 이 동네에는 사내질 할 놈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양이구나 하고 비웃을것 같았다.

워낙 마을의 진짜이름은 듣기 좋은 아침해살의 동네로―조양(朝阳)대대였지만(당시에는 촌을 大队로 향을 公社로 불렀다) 언제부터였는지 사람들 입에 오른것은 그냥 처녀샘동네였고 그것이 뭐 좋다고 어른이든 아이든 남자든 녀자든 모두들 처녀샘동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여호 되는 오붓한 마을의 남쪽벌로 구불구불 길게 흐르는 뼈속까지 저리도록 차디찬 맑은 시내물이 있었는데 그 시내물의 원줄기가 바로 처녀샘터였다.

처녀샘터는 해가 뜨는 마을의 동남쪽 산골짜기에 자리잡았고 샘터주위의 너럭바위와 나무숲과 으슥한 골까지 그야말로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기에 멀리에서 바라보면 어렴풋한 안개속에서 아름답고 건강한 처녀가 맑은 물에 미역을 감고있는 모습으로 보인다고들 했다. 당시 우리 조무래기들은 학교에 가지 않을 때면 그 처녀모습을 보려고 북산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땀방울 맺힌 작은 이마에 손채양을 하고는 눈살을 쪼프린채 도정신하여 살펴보았다.

《넌 보이니?》

《으응, 희미하게 보인다. 네 눈엔 하나도 안 보이니?》

《정말? 근데 왜 내 눈엔 안보이지?》

《네 눈은 빼대대 빈대눈이 돼서 안 보이는거야.》

《야, 개구리! 네 눈깔은 툭 튀여나온 퉁방울이 돼서 처녀젖통까지 다 보인다는 말이야? 그래 그 젖통 빨고싶냐!》

보인다거니 안 보인다거니 저마끔의 변명도 많았지만 사실 한번도 처녀샘터의 아릿다운 처녀모습을 눈으로 확인해본적은 없었던것 같다. 퉁방울눈 개구리놈도 기실 처녀샘의 그 유혹적인 모습은 못 보았을것이다. 그 애는 자기 아빠를 닮아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유별나게 잘했다.

그때가 아마 사춘기였던지 소문으로만 듣던 처녀의 모습이 그처럼 유혹적이였다. 처녀가 미역을 감는다는건 바로 신비한 하얀 몸뚱이를 조금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놓는것이다… 그런걸 볼수가 없다니, 정말 빈대눈이 돼서 그런가?

…드디여 나는 그 처녀모습을 볼수 있게 되였다.

얌전하고 가냘파보이면서도 어린 사내아이의 환상속의 그것보다는 이곳저곳 훨씬 풍만한 처녀모습을 찾아냈고 이어서 아렴풋하면서도 싱싱한 처녀의 몸에서 풍기는 야릇한 체취에 그만 처음으로 몽유를 당했다.

나는 내가 몇살때부터 사춘기에 들어섰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는 잘 먹지 못하고 늘 팔꿈치와 무릎과 엉뎅이까지 기운 옷을 입고 다녔어도 그러구러한 사내애시절이여서 그저 매일매일 즐거웠다. 그때 동네에는 우물도 없었고 수도물이란건 더욱 들어보지도 못했다. 처녀샘동네에서는 그렇게 대대로 쭉 처녀샘물을 길어먹었다.

그만큼 동네 앞을 꿰지르고 흐르는 시내물은 그토록 맑고 깨끗했다. 바닥에는 작은 자갈돌과 굵은 모래알들이 깔려있어 오물 하나 없었고 물이 사시장철 이가 시리도록 차거웠다. 그리고 시내물주위가 어찌나 깔끔한지 작은 곤충이나 미물새끼도 물속에서 생겨나지 못했다.

처음 시내가에 다가선 낯선 손님들도 그 시내물의 정갈함에 인츰 마음가짐까지도 깨끗해지는듯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시내물은 여직 신성수처럼 동네사람들 입으로부터 열사람이 백사람에게 백사람이 천사람에게 전하면서 주변 동네는 물론 큰 현성에까지 알려졌다.

처녀샘동네에서는 집집마다 자기 집 근처의 시내에 작은 웅뎅이나 물굽이를 만들어놓고 하얗게 말쑥한 자갈돌들을 물밑에 깔아놓는다. 그러면 아무때나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지게로 메여다 배불뚝이 큰 물독에다 그득그득 채울수 있었다.

그렇게 길어온 물은 이튿날까지도 이가 시리도록 차고 맛이 좋았다. 그 물로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이면 천하 별맛이였다.

시내물은 겨울에도 얼지 않았고 이상하게도 무더운 여름날 큰비가 내려도 웬간해서는 별로 영향 없이 인츰 밑바닥 모래알까지 알알이 셀수 있을 정도로 맑아졌다. 웃동네나 아래동네나 모두 신성수같은 이 시내물을 생명처럼 아꼈다. 어른들이 그러하니 자연히 두세살짜리 아이들까지도 물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없었다. 그처럼 맑고 시원한 시내물에 되는대로 손발을 씻거나 세수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모두들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고 아래동네 사람들과 먼 후대들을 생각하여 이루어진 미풍이라 할수 있겠다.

무더운 여름날 목욕하고싶으면 시내물을 따라 제일 아래쪽 동네를 금방 벗어난 지역에 좀 큰 물길과 합쳐진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마음껏 빨래하고 몸도 씻고 물장난하고 버들치도 잡았다.

그곳의 물은 어른들의 허벅지까지 올라올 정도로 깊고 물살이 맞춤하여 동네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이면 늘 이곳에 몰려들었다. 처녀샘동네의 피서지나 다름이 없었다. 조무래기 사내애들은 작은 반두로 개울변의 버들방천밑이나 울퉁불퉁하게 절반 몸뚱이를 드러내고있는 반질반질한 돌덩이주위에서 하얀 버들치나 포동포동 살진 돌종개를 건져냈다. 어른들은 시원한 물에 발목을 잠그고 담배질을 하며 편하게 한담했고 젊은 녀인들은 챵― 챵― 빨래방치를 휘두르다가는 까르르 웃음보를 터쳐 물새들을 놀래우군 했다.

어떤 땐 조무래기들은 정신없이 물고기잡이를 하다가 젊은 아주머니들의 목욕하는 장면에 맞띄우기도 했다. 그때면 아주머니들은 새하얀 몸뚱이를 감출념도 하지 않고 사내애들을 놀렸다.

《얘들아, 이리 와보렴. 너희들 고추 얼마 컸나 한번 만져보자.》

《여기 허연 우유빵 두개 있다. 와서 맛보지 않을래?》

그러고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여 도망을 가는 조무래기들을 보며 하늘이 쪼개지도록 웃어댔다.

《못된 아줌마들, 이거나 콱 처먹어라!》

우리는 저만큼 도망을 가다가 뒤돌아서서 주먹만한 돌을 쥐여뿌린다. 가느다란 팔목이여서 돌멩이는 절반거리도 못 날아가 물에 첨벙첨벙 떨어진다.

처녀샘의 물줄기가 그처럼 깨끗했지만 동네사람들은 그래도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좀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물을 길었다. 그것은 물이 전처럼 깨끗하지 못해서가 절대 아니였다.

부지런한 사람일수록 아침 일찍 일어나 힘들게 물을 긷는것을 신체단련으로 생각했기때문이다. 이는 깨끗하고 신선하고 부지런하고 쾌락을 말없이 비기는 처녀샘동네 사람들의 심품(心品)이였다.

처녀샘동네에는 또 한가지 재미있는 풍속이 있었다.

누구네 집에서 새색시를 데려온 날이면 그날부터 집앞의 높은 처마에다 붉은색의 천을 큼직하게 달아놓았다. 그때 사춘기에 금방 발목이 빠져든 사내애들은 누구네 집에서 어떻게 굉장한 잔치음식을 차렸는가보다도 이상하게 이튿날 어느만큼한 붉은색의 천을 내다걸었는가에 더욱 신경을 썼다.

처녀샘동네는 별로 크지 않기에 새색시를 데려오는 희사가 퍽 드물었다.

아래동네 말먹쟁이 형네 집에서 붉은색 천을 처마에 걸어놓은지 1년이 지난 어느날, 송이 삼촌네 집에서도 높은 처마에다 붉은색의 천을 내다걸었다. 그것은 말먹쟁이네 붉은색 천보다 더 크고 색갈도 더 붉었다.

후에 어른이 된후에야 나는 그 붉은색 천은 옛 조상들로부터 새색시가 첫날밤을 깨끗한 몸으로 맞았다는 표징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헌데 지금 젊은이들은 당초에 리해되지 않을것이다. 그땐 혹시 누구네 집에서 결혼하여 새색시를 데려왔지만 첫날밤에 신방의 집처마에 붉은색 천을 걸어놓지 않으면 큰 잘못을 저지른다는것이였다. 즉 깨끗하지 못한 녀자를 색시로, 며느리로 데려왔다고, 어디서 몹쓸 과부나 아이가 달린 녀자를 색시로 데려왔다고 뒤공론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처녀샘동네에서는 어느 한집도 동네의 이 풍속을 어긴적이 없었다.

이처럼 풍속에 깃든 함의도 모르는 조무래기들은 뉘집의 처마에 걸린 붉은색 천만 보면 하루고 이틀이고 종일 그 집 문앞에 서서 새색시가 문을 떼고 나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새색시와 맞띄우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왜냐 하면 금방 시집온 새색시들은 거의 모두가 처마의 붉은색 천이 퇴색할 때까지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기때문이였다.

그러다 어느날, 조무래기들은 말먹쟁이네 집 새색시와 송이삼촌의 새색시가 문을 떼고 나오는것을 보게 되였다. 그러나 크게 실망했다.

말먹쟁이네 새색시는 너무 뚱뚱하여 전혀 이쁘지 않았고 송이삼촌의 새색시는 키가 작은데다 얼굴이 검실검실했다. 그래서 우리는 송이놈 보고 너네 집 새 아주머니는 탄광에서 업어온것이 아닌가고 놀려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제일 웃동네에 살고있는 안경쟁이네 집 처마에서 커다란 붉은색 천이 나붓겼다. 그 어느 집들보다 유별나게 큰 붉은색 천은 해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안경쟁이네 집은 우리 집과 제일 가까운 이웃이였기에 나는 또래들중에서 제일 처음 새색시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연변의 어느 산골동네에서 살다가 먼 친척의 소개로 처녀샘동네에서 꽤 잘사는 안경쟁이네 집에 시집온 새색시이다.

어느날 아침 나는 엄마 심부름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가 마침 물 길러 가는 새색시를 만났는데 하마트면 부딪칠번했다.

《미안함다.》하면서 쳐다보니 새색시는 얼굴이 무척 희고 보동보동하고 두눈은 새물새물 웃음으로 피여있었다.

《애두 참, 조심하지 않구…》

새각시는 말대신 눈웃음으로 나를 대했다.

한참 달려가다가 뒤돌아보니 그 새색시는 물지게를 진채 그때까지 내쪽을 지켜보며 밝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금방 시집온 새색시가 며칠도 되기전에 그 무거운 물지게를 지고있는것도 이상야릇했지만 나같은 조무래기를 눈웃음을 지으며 오래동안 지켜보기에 나는 몸둘바를 몰랐다.

그날 나는 두번째로 사춘기 소년의 달콤한 밤을 지냈다.

동네사람들도 안경쟁이네 새색시의 예쁜 얼굴을 보려고 웃동네로 올라오군 했다.

동네의 텁텁한 남정네들은 뒤에서 장가를 잘 든 안경쟁이를 무척 부러워했고 예쁜 새색시가 시집을 온후부터 처녀샘동네의 시내물이 더욱 맑고 깨끗해진것 같다고들 했다. 어느새 안경쟁이네 새색시는 신방 처마에서 나붓기는 붉은색 천처럼 싱싱하고 아름답고 깨끗함의 상징으로 되였다. 그런데 너무 서운한건 시집을 온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안경쟁이 새색시는 한번도 말괄량이 아줌마들처럼 목욕하러 다니지 않았고 흰 젖통이 어쩌고 하면서 조무래기들을 놀리지 않았다.

그저 하루에 두세번씩 처녀샘의 물을 길으러 밖으로 나올뿐이였다. 안경쟁이네 새색시는 매일 집에서 밥하고 집안 정리하고 빨래하고 목욕도 신방에서 가만히 하는 모양이였다.

그렇지만 안경쟁이네 새색시가 동네에서 일등 미인이라는것을 다 알고있어 신방처마에 매단 붉은색 천도 더 크고 빛나는것 같았다.

조무래기들은 한여름 강가에서 알몸뚱이를 드러내놓고 목욕할 때면 늘 누구네 새색시가 더 고운가를 비겼다.

그러면서 모두들 안경쟁이네 새색시같은 녀자를 얻을것이란다. 말먹쟁이네 뚱뚱보 새색시와 《탄광》에서 업어온 새색시 같은 녀자한테 장가를 가겠다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 미친놈이 아니고는 그런 녀자한테 장가를 안 간다는것이였다. 고추꺼풀도 아직 채 벗겨지지 않은 조무래기들이지만 진짜 곱고 미운 녀자는 다 알고있었다.

안경쟁이네 미인색시는 사춘기 소년들의 파란 마음에 뾰족하고 새노란 여린 싹들을 가득 틔여놓았다.

그런데 그후에 좀 이상한 일이 그 새색시네 집에서 생겼다. 조무래기들의 우상인 새색시가 더는 샘물터에 나타나지 않고 대신 약침쟁이같은 안경쟁이신랑이 물 길으러 나왔다.

새색시가 벌써 임신을 했다고들 수군거렸다. 하지만 새색시는 여전히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얼마후에 안경쟁이네 집 새색시가 딸애를 낳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헌데 새색시는 웬 일인지 안경쟁이네 식구들한테 맞아 머리가 흐트러지고 눈두덩에 퍼런 멍이 들었단다. 심지어 하마트면 집에서 내쫓길번했다는것이였다.

다른 집들에서는 애기를 낳으면 온 동네를 분주하게 달아다니면서 희소식을 전하고 미역국을 끓여먹인다 홍탕물을 먹인다 하며 야단법석인데 다만 안경쟁이네 집만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이전보다도 이상하게 너무 조용해서 그 집앞을 지날 때면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안경쟁이네 집 처마에 매단 붉은색 천은 이미 눈부신 빛을 잃고 희뿌옇게 퇴색해버렸다.

둬달이 지난 어느날이였다. 새색시는 안경쟁이네 집에서 리혼을 당하고 엷은 탄자에 아기를 싸안고 처녀샘의 시내물줄기를 따라 동네를 떠났다.

안경쟁이네 처마에 매달았던 붉은색 천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뒤에서 몇몇 젊은 녀인들이 침을 탁탁 내뱉는 소리를 등에 지고 새색시는 머리도 들지 못한채 도망치듯 발걸음을 다그쳤다. 두눈이 새물거리며 잘 웃던 하얀 얼굴에서 눈물이 비오듯 쏟아져내렸다. 떠나가는 녀인의 뒤모습을 지켜보면서 처녀샘동네의 많은 남정들은 속으로 눈물을 떨구었을것이다.

그날 처녀샘동네에는 보슬비가 내렸는데 이상하게 맑디맑던 시내물이 순식간에 희뿌옇게 흐리였다. 련 사흘동안 시내물은 맑아지지 않았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때 안경쟁이네 새각시가 붉은색 천을 처마에 매단지 여덟달도 채 안되여 그림속에서만 볼수 있는 고운 녀자애를 달랑 낳았단다. 새색시는 기어코 안경쟁이신랑의 애기라고 했지만 안경쟁이는 곧이듣지 않았다. 그후 안경쟁이는 현병원에 가서 검사해보았는데 그만 자기의 불임증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였단다.

안경쟁이네 증조할머니벌 되는 로파가 나서서 이런 녀자는 일찍 내쫓지 않으면 동네에까지 큰 해를 입게 될것이라고 판단했다.

예쁜 새색시가 떠나간후 동네의 조무래기들은 안경쟁이네 집앞을 피해다녔다. 너무도 괘씸한나머지 조무래기들은 그 집에다 불이라도 콱 지르고싶었다.

조무래기들은 그 집 수캐한테 분풀이를 했다. 어느날 길 한가운데서 말먹쟁이네 검정암캐와 꼬리를 한테 붙이고 낑낑거리는 안경쟁이네 수캐를 몽둥이와 돌멩이로 죽어라고 족쳐주었다. 아주 혼쭐이 난 수캐는 검정암캐를 마구 끌고서 멀리 도망쳤다. 그렇게 죽을 고비에도 검정암캐를 떼버리지 않고 그냥 질질 끌고 달아나는 그 꼴이 참말로 우스웠다.

그후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 새물거리던 새색시와 안경쟁이네 수캐의 일도 감감 잊혀져가던 어느날이였다.

나는 퉁방울 개구리눈한테서 난생처음으로 되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주 주 주 죽었단다. 그 새색시가…》

말까지 더듬는 개구리놈의 얼굴도 까맣게 질려있었다.

《누, 누가 죽었다는거야!》

《니, 니가 크면 색시한다던 그, 그 안경쟁이네 색시가 자살했단다.》

《그 그 색시, 글쎄, 그 색시가 제 살던 동네에 가서 어느 한 청년을 꽃감인지 강간인지 하는 죄로 감옥에 처넣고는 바줄로 목매고 죽었단다. 우리 고모가 바로 그 동네에 살고있는데 정말이란다. 그 소식이!》

개구리놈은 눈알이 튕겨나올듯 퉁방울눈이 되여 입을 딱 벌리고있었다.

나한테는 너무나도 놀랍고 슬픈 소식이여서 갑자기 곁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개구리놈이 뭐라고 입술을 그냥 놀리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수 없었다.

문득 그 새색시가 살았던 안경쟁이네 집쪽을 쳐다보니 볼품없이 초라해진 초가삼간대신에 좀더 멀리로, 처녀샘터부근에 희뿌연 연기같은것이 피여오르는 정경이 한눈에 안겨왔다. 눈부신 붉은빛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하얀 우유빛도 아닌 유연히 스물거리는 실안개같은것인데 조금후엔 서서히 슬픈 연분홍빛으로 변했다.

…이렇게 나의 사춘기시절의 처녀샘동네에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애절한 이야기가 있었다…

한 십여년이 더 지난후 나는 할아버지산소 면례때문에 옛 처녀샘동네로 다녀온적이 있다.

처녀샘동네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났는데 그때까지 동네에 남아 살고있던 2, 3호 원주민들까지 모두 부자가 되였다.

글쎄 몇년전에 세상에 둘도 없이 예쁘게 생긴 젊은 녀자가 자기보다 년령이 15년 이상인 번대머리남편과 함께 벤츠표하이야를 몰고 들이닥치더니 반년도 안 걸려 처녀샘터에 천평방도 넘는 천연광천수공사를 일떠세웠다.

수십년을 살아오던 처녀샘의 샘물이 천하에 둘도 없는 귀중한 약수로 과학적수질증명이 되였다는것이다. 소문에는 인체에 특별히 좋다는 성분이 15가지 이상 들어있고 이 샘물을 장기간 마시면 여러가지 암예방에 무척 효과적이라고 했다.

인츰 광천수병에 《처녀샘광천수》라는 듣기 좋은 이름이 붙었는데 동네사람들은 광고대리모델의 미인사진이 꼭마치 그전의 안경쟁이네 새색시같다고도 했고 어느 이름난 녀가수 사진이라고도 했다.

안경쟁이네가 살던 집터는 이미 공장의 대형트럭들의 수표를 받는 접수실로 변했다. 그 접수실에서 부지런히 붉은 도장을 찍기도 하고 두툼한 지페를 자동기계로 세는 처녀가 바로 이전에 《탄광》에서 업어온것 같다던 새색시가 낳은 딸로서 원동네의 유일한 처녀이다. 하두 못생겼기에 남 다 들어가는 시내에도 못 들어가고 그냥 이곳에 혼자 남았는데 오히려 운이 좋게도 이 녀사업가를 만나 부자로 되였다.

《처녀샘광천수》공사가 개업하던 날 수십메터도 더되는 붉은색 플래카드를 옛 처녀샘터의 제일 높은 너럭바위우에 길다랗게 걸어놓고 그아래에서 수천만발의 폭죽을 터치우고 수백여발의 례포까지 쏘았는데 멀리에서 그 광경을 보면 마치 붉디붉은 무지개가 처녀샘터우에 비낀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이 광경은 여러날이나 지속되였다. 마치 안경쟁이네 미인 새색시가 시집을 온 첫날 아침 처마에 높이 걸려있던 붉은색 천처럼 눈부신 빛을 뿌렸다.

얼마후에 여러 신문에 《세상을 안고 사는 멋진 녀자》를 제목으로 《―고아로부터 억만장자로, ―태여난 고향에 수천배의 보답을 하려고…》를 부제로 그 녀사장의 사적이 실렸다.

광천수공사가 일떠선후부터 이 동네 처마밑에 붉은색 천쪼박을 단 집이 사라졌다.

어딘가 낯익은 녀사장이지만 이미 원주민들이 다 떠나간 처녀샘동네에는 녀사장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더우기 이 작은 처녀샘동네에 이처럼 큰 돈벌 구멍이 있을줄은 누구도 몰랐다. 목돈 벌러 외국으로 도시로 떠난 동네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뭘 생각하고있을가… 아마 아직도 처녀샘동네의 처마에 매단 붉은색 천의 이야기와 안경쟁이네 예쁜 새색시를 생각하고있을것이다.

이날 처녀샘동네에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무지개가 처녀샘터 너럭바위우에서 붉디붉은 빛을 뿌리고있었다.

/(훈춘) 류정남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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