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석방 등 막후 역할
오바마·라울 “교황께 감사”
반세기 만에 이뤄진 미국과 쿠바 간의 역사적 국교 정상화 뒤에는 최초의 중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사진)가 있었다. 1년 넘게 진행됐던 양국 간의 막후 외교에 교황이 적극 관여해 대화를 주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 CNN, 가디언 등은 교황이 올해 여름 미국과 쿠바 지도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서한을 보내 양국이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으며,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인 국교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서한에서 양국이 인도주의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쿠바에 억류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의 석방과 미국에 투옥된 쿠바 요원들의 석방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황은 지난 3월 바티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쿠바와 대화할 것을 권유한 데 이어, 지난 10월 양국 간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지난 10월 미국과 쿠바 대표단이 바티칸을 찾아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양측의 건설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사무실을 제공했다”고 확인했다.
교황이 미국과 쿠바 간 관계 정상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중남미 출신 교황으로서 쿠바의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바티칸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미 시카고 로욜라대의 미구엘 디아즈 교수는 교황이 중남미에 이해도가 높은 조언자들을 선발해 주변에 포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톨릭교의 고위직 인사들은 쿠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며, 동시에 평화를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노력에 화답하듯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7일 양국 관계 정상화 협상 개시를 발표하면서 교황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관련 성명을 발표하면서 “특히 교황에게 감사하며, 그의 도덕적 본보기는 우리에게 더 나은 세계가 되도록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장 역시 TV 연설에서 “쿠바와 미국 간 관계 증진을 위한 교황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관계정상화선언이 발표된 이날은 교황의 78세 생일이어서 교황은 생애 최대의 역사적 선물을 받게 된 셈이다. 바티칸은 성명을 통해 이날 양국의 외교관계 정상화 소식에 “교황이 역사적인 결정에 따뜻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며 “바티칸은 양국이 외교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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