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월드리포트] '미녀 모델 없는 모터쇼' 가능할까요?

[기타] | 발행시간: 2015.01.12일 14:28

자동차는 남성적입니다. 도로 위를 힘차게 내달리는 근육질의 스포츠카는 마치 아프리카 초원을 질주하는 한 마리의 성난 수컷 치타를 연상시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상 최고의 차들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모터쇼에는 늘씬한 여성 모델들이 함께 합니다. 잘 길들인 명마에 오르듯 보닛 위에 걸터앉거나 혹은 쓰다듬 듯 차체에 손을 얹고 그윽한 미소를 짓는 아름다운 모델들은 그래서 모터쇼의 꽃으로 불립니다.

세계 최초의 모터쇼는 189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됐습니다. 자동차 클럽회원들의 자축행사였던 게 자동차 선진국들이 자국산 자동차의 기술력과 첨단성을 뽐내는 무대로 삼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빠짐없이 대형 모터쇼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모터쇼에 여성 모델이 등장한 건 1960년대부터입니다. 당시 세계 4대 모터쇼의 하나로 꼽히던 도쿄 모터쇼에서 오가와라는 여성 모델이 처음 모터 모델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모터 모델은 선우용녀씨라고 합니다.



1971년 현대차의 뉴-코티나의 모델이었는데 당시 사진을 보면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선우용녀씨는 차에서 서너발짝 멀찍이 떨어져서 그저 수줍은 미소만 짓고 있습니다. 그 후로 모터쇼에서 모델들에게 쏠리는 인기와 관심은 어쩌면 전시된 차들의 그것을 넘어서기 일쑤였습니다. 염불보다는 잿밥! 주객 전도! 뭐 그런 상황이 된거죠.

자동차 산업의 불모지였던 중국에도 개혁개방 이후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기술을 모방해 자동차 산업의 맹아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에는 상하이에서, 1990년에는 베이징에서 앞다퉈 모터쇼를 시작했습니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 기술력이 아직은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외산 업체들의 신차 발표회 자리였습니다. 구색을 맞춘다는 차원에서 상하이, 베이징 모터쇼에도 중국인 모델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중국 언론과 많은 중국인들은 자국의 모터 모델들의 미모나 패션 수준이 다른 서구의 주요 모터쇼 모델들에 비해 너무 떨어진다는 불만 아닌 불만이 터져 나오곤 했습니다. 심지어 모델의 수준이 중국 자동차 산업의 수준이랑 똑같다는 자조적인 탄식까지 나왔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모방에서 시작한 자동차 산업 기술력이 2천 년 대 들어 조금씩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면서 중국 모터쇼 모델들의 화려한 변신도 시작됐습니다. 서구 모델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늘씬한 몸매에 과감한 노출까지 두려워하지 않는 그야말로 ‘핫’한 미녀들이 모터쇼로 몰려들어 경쟁적으로 미모 대결에 나선 겁니다. 모터쇼마다 전국 각지에서 수백, 수천명의 모델들이 동원됐습니다.지난 2012년 베이징 모터쇼는 그 절정의 무대였습니다. 모델들의 과감한 포즈와 민망할 정도의 아슬아슬한 노출 수위로 취재진은 물론 일반 관람객들도 눈을 어디에 둬야할 지 난감할 정도의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중국 모터 모델들은 예쁘지 않다는 말은 이제 문화혁명 시절처럼 전설이 됐습니다. 인터넷에는 “모델들이 속옷을 입었네 안입었네”를 두고 갑론을박까지 벌어졌습니다. 그 입씨름에 묻혀 중국 업체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컨셉트카나 친환경차는 일언반구 화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2012년 11월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열린 모터쇼에서는 비키니를 입은 아동 모델까지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짙은 화장에 현란한 몸놀림으로 라틴댄스를 추는 어린이 모터 모델을 두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도를 지나쳤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모델들의 모터쇼 장악은 비단 미녀들에만 국한 되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한류 아이콘인 김수현씨가 등장했는데 그를 보러 온 중국 여성팬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전사고를 우려한 주최 측이 행사를 몇 차례 연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들고 온 사진기에는 김수현씨 사진 말고는 어떤 자동차 사진도 담기지 않았을 겁니다.

모터 모델 과열 현상에 대한 통렬한 반성에서였을까요? 올 4월 22일부터 8일간 예정된 16차 상하이 모터쇼 주최 측은 이번 모터쇼에서 모터 모델들의 출연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참가 업체들은 모델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자동차 자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왠지 떨떠름한 반응입니다. 모델들의 화려함이 출품 차량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끈 효과가 적지 않았던데다 무엇보다 다른 세계 주요 모터쇼에서는 여전히 모델들이 등장하는 데 유독 중국 모터쇼만 뒷걸음을 치다가 가까스로 세계 5대 모터쇼 반열로 끌어 올린 상하이 모터쇼(2013년 대회 2천여 개 업체 참가, 80만 명 관람해 세계 최대 규모)의 위상이 다시금 곤두박질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델도 없는 재미없는 모터쇼를 누가 보러가겠느냐는 겁니다. 지금까지 상하이 모터쇼는 입장권 판매로 상당한 수익을 거둬왔는데 올해 모델 없이 모터쇼를 강행한다면 적자 운영을 감수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상하이 모터쇼 주최 측의 선언은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반 부패 개혁을 다 잡고 있는 지도부가 검소한 행사를 강조하면서 그 불똥이 모터쇼에까지 튄 것입니다. 그래서 모터쇼 문화대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난해 말 상하이 와이탄 공원 제야 행사 때 일어난 압사 사고의 여파로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대중 행사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것도 이유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위에서 하라면 하는 중국인지라 '모델없는 모터쇼' 실험은 머지않아 현실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왠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출 수위가 지나쳤다면 점잖은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될 걸 주최 측이 너무 정색하고 달려드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권위주의적인 중국 관가에 만연해 있는, 윗사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알아서 기는, 경직된 공직자들의 보신주의가 배경입니다.

그 와중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매년 한 번씩 오가며(상하이, 베이징 모터쇼는 격년제로 진행, 홀수 해는 상하이, 짝수 해는 베이징) 쏠쏠한 돈벌이를 해 온 모터 모델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1급 모델들의 경우 모터쇼 행사를 뛰며 하루에 많게는 1만 위안, 우리 돈 180만원의 고수입을 쉽게 올렸지만 이제는 실업자 신세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만일 이 억울한 '모터쇼 실업자'들이 살 길을 찾아 다른 인접 업계, 예를 들면 유흥업계로 진출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과 후폭풍도 분명 생겨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중국의 공직자들은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요?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SBS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10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제1회 동북도서교역박람회가 곧 성대하게 개막되는 가운데 연변인민출판사에서는 광범한 독자들을 위해 최근 몇년간 출판한 정품력작들을 준비했을뿐만아니라 세차례의 특별한 행사들을 알심들여 기획하여 독자와 번역자들이 깊이있는 교류를 전개고 도서의 매력을 가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웅며들었다" 임영웅 '정관장' 광고 1천만 뷰…55∼64세 여성 클릭↑

"웅며들었다" 임영웅 '정관장' 광고 1천만 뷰…55∼64세 여성 클릭↑

임영웅 '정관장' 광고 1천만 뷰…55∼64세 여성이 클릭 1위[연합뉴스] 가수 임영웅이 출연한 정관장 광고 영상이 공개 10일 만에 1천만 뷰를 돌파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KGC인삼공사는 지난달 24일 오전 8시 정관장 새 모델 임영웅이 나온 광고 영상을 공개했고

"와이프 2명 실제상황" 밥 샙, 일부다처제 두 아내 최초 공개 '충격'

"와이프 2명 실제상황" 밥 샙, 일부다처제 두 아내 최초 공개 '충격'

사진=나남뉴스 미국의 유명 '1세대 격투기 스타'로 알려진 밥 샙(50)이 두 명의 아내를 최초로 공개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출연한 밥 샙은 "나에게는 2명의 아내가 있다"라고 깜짝 고백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결혼한 지는 꽤

"궁전인 줄 알았네" 브브걸 유정, '방 4개+테라스' 집 최초 공개 깜짝

"궁전인 줄 알았네" 브브걸 유정, '방 4개+테라스' 집 최초 공개 깜짝

사진=나남뉴스 얼마 전 그룹 브브걸 탈퇴 소식으로 근황을 알렸던 유정이 이번에는 싱글하우스를 공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4일 유정의 유튜브 채널 '유랄라'에는 혼자 사는 유정의 싱글하우스 랜선 집들이 영상이 게재되었다. 이날 유정은 "집을 공개하는 건 처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