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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울리는 ‘젖소의 통곡’

[기타] | 발행시간: 2015.03.02일 16:36
“소들을 더 죽여야 한다면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는 피 후이(53)씨는 최근 젖소 180마리를 도축했다. 농장의 약 20%에 해당하는 대규모 도살이었다. 16년 간 낙농업에 종사해 온 그에게 이같은 시련이 닥친 것은 6년 만에 최저로 내려앉은 국제 우유 가격 하락 때문이었다. 그의 농장은 매월 10만위안(약 1750만원)의 손실을 보고있다.

올해 글로벌 유제품(dairy product) 시장에 위기가 닥쳤다. 유제품의 과잉공급, 시장의 수요감소는 비단 국내 문제만이 아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전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는 유제품 시장의 위기. 한국의 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국제 우유가격은 약 50% 가량 하락했고, 가격의 회복과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제품값 얼마나 하락했나=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글로벌 시장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유제품 거래 플랫폼인 글로벌유제품트레이드(GlobalDairyTrade)의 분유가격을 추적한 결과, 지난해 12월 2일 기준 분유가격은 톤당 2229달러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기간과 비교해 55% 하락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우유 생산량은 꾸준히 늘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생산량은 올해 4억928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1년과 비교해 8.6% 증가한 수치다.

반대로 유제품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중국의 유제품 소비도 지난 2008년 유제품 멜라민 파동과 경기 둔화 등으로 한풀 꺾였다.

수전 킬스비 NZX애그리 유제품 애널리스트는 올 봄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의 계절별 우유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전망이)개선될때까지 6개월 가량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는 “가격이 매우 낮고 인센티브가 없어 (생산량 증가가)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하지만 적어도 올 중반까지 낮은 가격을 유지할만큼 공급은 확실히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중고에 빠진 유럽, 러시아 금수조치ㆍ쿼터제 폐지=세계적인 유가(乳價) 하락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유럽은 러시아의 농산물 금수조치로 판로가 막히면서 내수시장 공급이 많아졌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EU 치즈 수출의 32%, 버터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또 대(對)러시아 유제품 수출액은 98억8000만유로(2013년)로 전체 농산물 수출의 8.2%를 차지하는 주요 품목이다.

지난해 필 호건 EU 집행위원회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의 상황이) 단기간에 나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유제품 수출에도 한동안 타격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오는 4월 EU의 생산량 할당제가 폐지되면서 농가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업계의 실적하락으로도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최대 요거트 제조회사인 프랑스의 다논은 지난해 신선 유제품 사업부 매출 성장세가 1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올 매출 역시 전년도와 다름없는 평범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했다.

다논은 이미 지난 5년 동안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등의 유제품 공장을 24개에서 16개로 줄였다.

▶중국의 ‘수요공급 예측 실패’가 미치는 여파=중국이 경제성장 둔화, 유제품 공급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곡소리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뉴질랜드 등 엉뚱한 곳에서도 나왔다.

지난 2008년 멜라민 우유 파동으로 6명의 아이들이 사망하자 중국 정부는 2009년과 2010년 유제품 품질 기준을 강화했다. 유제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가운데 2013년 다시금 우유의 안전문제가 대두되자 소규모 농가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국내 생산량은 전년도인 2012년보다 6% 감소했고 가격은 2008년 우유 파동 당시의 3배에 달할 정도로 폭등했다.

이때 기회를 포착한 것이 미국과 뉴질랜드다. 그해 중국정부는 해외 유제품 수입을 47% 늘렸고 유제품 수입 및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앞다퉈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뛰어들었다. 사모펀드인 KKR은 현지업체인 중국목업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중반, 가격이 정점에 이르자 중국 농가들도 시장에 재진입하거나 사업을 확장했고, 지난해 자국내 유제품 생산량은 5% 증가한 3600만톤을 기록했다. 실패한 예측, 공급과잉의 시작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경제제재에 러시아가 유럽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며 판로를 모색하던 유럽 낙농업계가 제품을 중국으로 돌리며 공급과잉을 더욱 가중시켰다.

결국 지난해 11월 중국 우유 가격도 연초 대비 50% 급락했다. 뉴질랜드 최대 유가공업체 폰테라는 12월 이번 시즌 우유 가격을 44%하락한 ㎏당 4.7뉴질랜드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2008-2009시즌 이후 최저다.

KKR도 지난해 중국목업 지분을 매각했다.

연말이 다가오자 중국 유가공업자들은 분유 수입은 지속했지만 현지 농가와의 계약을 취소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등 재계약을 하기 시작했고,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농가들은 팔지못한 우유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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