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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소학교 교사, 남한서 순댓국집 사장된 사연

[온바오] | 발행시간: 2015.03.29일 14:04



탈북자 着韓 사례⑯] 최미수 씨

"체제충성 가르치던 일에 신물…성실함으로 한국서 성공"

[데일리 엔케이] 북한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던 최미수(57·가명) 씨는 경제난, 식량난으로 생계가 어려워졌다. 또한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체제에 충성하라고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신물이 났다.

그러던 중 오래 전에 남편을 사별하고 홀로 키워온 딸이 2003년, 돌연 사라졌다. 돈을 벌어온다며 친구들과 함께 중국으로 간 것이다.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종내 무소식이었다. 그러다 몇 년 만에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딸은 중국 선양(沈陽)에 은신해 있었다. 딸이 무사히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최 씨는 그 길로 두만강을 건너 딸을 만나고 함께 한국행을 택했다.

하나원을 수료한 후 서울에 집을 배정받았다. 이후 일자리를 찾고자 했지만 낯선 환경 속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나원에서 같은 지역에 함께 배정된 친구들은 먼저 한국에 정착하고 있는 남편들이 있어 의지할 곳이 있었지만, 최 씨는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딸을 위해서라도 본인이 용기를 내야 했다.

여러 아르바이트 일들을 전전했다. 김밥집, 족발집도 다녀보고 사우나에서 청소일도 했다. 북한에서는 교원(교사)일만 했었던 그로서는 처음해보는 이런 일들이 힘이 들뿐이었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음이 자명하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최 씨는 조리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딸도 간호학원에 등록하고 취업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학원공부, 피곤하고 힘든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꼭 성공하겠다는 오기로 버텼다.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순댓국집 사장님이 가게를 내놓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조리학원도 졸업하여 자격증도 막 수령한 때였다. 큰 용기를 내어 그동안 모은 돈과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순댓국집을 인수하게 되었다. 자신의 가게가 생기게 되니 뿌듯함이 느껴졌다. 물론 걱정도 있었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해서 멋진 가게를 만들리라 마음먹었다.

“성실성과 꾸준함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 씨는 가게 인수 후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장사에 매진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순댓국집이 있는 지역은 저녁에 술손님들이 많아 다루기 힘든 손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버텼다. 손님들을 대하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스스로 북한 말투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위기가 발생하였다. 순댓국집의 이전 사장이 바로 인근에서 순댓국집을 개업한 것이다. 그는 장사 경험도 훨씬 많고 오랫동안 순댓국집을 운영하였기 때문에 단골들도 많은 상황이었다. 이후 자주 방문하던 손님 중 일부가 이전 주인이 운영하는 순댓국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식당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은 치열한 경쟁사회임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탓하지 않았다.

잔머리를 굴리는 상대를 이기는 방법은 더 좋은 음식맛과 정성뿐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진심이 녹아있는 곳을 더 찾기 마련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뒤 그녀의 진심이 통했는지 잠시 떠나갔던 손님들이 최 씨 순댓국집을 다시 찾기 시작하였다. 몇 년 뒤에는 이전 사장이 개업했던 순댓국집은 손님들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고, 최 씨가 운영하던 순댓국집은 성업을 이루게 되었다. 한국에 정착하여 이곳의 사람들과 정정당당하게 대결하여 실력과 진심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는 “그 때 느꼈어요. 성실하고 꾸준하게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을요”라고 말했다. 결국 그녀의 순댓국집은 단골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인수 당시 융자 받았던 대출금 모두를 5년 만에 상환하였다.

그의 딸도 어머니를 닮아 정착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입국 초 간호조무학원을 다닌 후 간호조무사로서 2년간 경험을 쌓았다. 이후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은 간호대학에 입학하여 간호원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처음엔 딸이 탈북자인 것을 몰랐었던 대학 동기들은 지금은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있단다.

최 씨는 최근 5년 넘게 운영하던 순댓국집을 정리하고 다른 지역으로 식당을 이전하였다. 이제는 대출금도 모두 다 상환하고 딸도 어느 정도 본인의 길을 찾아가게 되자 스스로 여유를 찾고 싶어서이다.

새로 이전한 지역은 저녁 술 손님들이 거의 없어서 점심시간 식사 손님만 상대하면 된다. 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공무원 사장이라고 말한다. 이전 지역과는 달리 지금은 공무원들처럼 빨간 날은 식당 영업을 칼같이 쉰다는 의미란다. 수익은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대신 쉬는날에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탈북자모임에 나가서 정착 노하우를 다른 탈북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 씨는 “탈북자들의 정착에 도움이 된다면 순댓국집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탈북자들에게 정부지원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무리 경쟁사회라지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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