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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누룽지 고향의 그 맛이네

[온바오] | 발행시간: 2015.04.03일 14:16
청명절이 코앞에 왔다. 초목이 소생하는 날이다. 조상의 묘에 성묘하러 가는 절기다. 중국은 청명절 전에 수확한 차를 녹차 중 최고로 친다. ‘서호용정’(西湖龍井) 같은 경우 차는 가격이 높은 건 둘째 치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 24절기 중 여섯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를 중심으로 곡우 전후에 찻잎을 수확해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고 하며 고급으로 친다. 참새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세작(細雀) 또는 작설(雀舌)이라고 부른다.

2년 전 청명절쯤 방송 일로 항저우 인근의 린안에 간 적이 있었다. 톈무칭딩(天目靑頂)이라는 차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며칠 동안 머물면서 차를 직접 수확하고 직접 덖고 차로 몇 가지 음식을 만드는 ‘차친’(茶) 행사를 체험했다. 이곳 주인은 5대째 전통을 지키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이다. 린안은 해발 800m 이상에서 차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병충해 걱정이 없어 농약이 필요 없는 차 생산지다. 서호용정차는 아랫동네에서는 끝물이나 여기는 해발이 높다 보니 바쁘게 생산할 때였다. 한국의 우전차들은 보통 1창(槍: 차나무 가지에서 처음 나오는 움) 2기(旗: 막 피기 시작한 잎), 즉 1개의 찻잎 양옆에 두 이파리가 받쳐주는 모양새의 여린 차순으로 만든다. 여기서는 1창 1기다. 청명절을 지나 곡우 때가 되면 서호용정도 1창 2기의 찻잎들로 차를 만든다. 찻잎을 생산할 때면 밤낮이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찻잎을 따서 잎을 대나무 광주리에 넣고 살짝 말려준다. 저녁에는 사칭(靑)이라 부르는 열을 가해 차의 색을 내는 과정을 거친다. 덖고 비비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과정마다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인부들에게만 맡길 수 없었다. 새벽 2~3시까지 같이 일했다. 차친 행사를 통해 다양한 녹차들을 마시고 평가할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나는 린안에서 음식을 보고 많이 놀랐다. 한국 음식과 비슷한 부분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청명절에 ‘칭퇀’(青团·사진)이라고 하는 떡을 만들어 먹는다. 쑥을 쌀가루와 함께 찧는데 절구와 절굿공이가 한국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쑥이 들어간 쌀 반죽에 속으로 단팥을 넣고 쪄 먹는데 모양이 둥근 것 빼고는 한국의 쑥송편과 같았다. 더 특이한 것은 속재료로 넣는 절인 죽순과 납육이라고 하는 가공한 돼지고기를 식사 대신 즐기는 것이다.

납육(肉)은 납월(섣달)에 만든다고 해서 납육으로 부른다.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목살 부위를 훈연하면서 말린 것인데 <증보산림경제>를 보면 조선시대에도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일종의 햄 같은 것이다.

차를 덖고 난 뒤 밤참으로 즐기는 것은 떡국이었다. 절인 돌산갓과 납육을 조금 넣고 떡국을 끓인다. 역시 한국에서 먹는 떡국과 아주 비슷했다. 그분들 말로는 여러 방식으로 끓여 먹는다고 하였다. 남방이기 때문에 떡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떡을 간장에 볶거나 탕수 소스를 만들어 탕수 떡도 만들어 먹었다. 비슷함과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채를 중국 된장을 넣고 볶는 음식도 있었다. 유채를 된장에 버무려 먹는 한국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엌에서는 밥을 할 때 장작불로 가마솥에 한다. 솥 모양과 뚜껑이 다른 것 빼고는 한국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풍경과 비슷했다. 솥 밥으로 생긴 누룽지는 죽을 쑤거나 튀기거나 말려서 먹는데 한국인지 중국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였다.

예전에 서로 문화를 교류했다는 것이 이렇게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언어에서도 드러나는데 항저우의 방언을 들어보면 한국에서도 사용하는 단어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양말이다. 의미도 똑같고 발음도 비슷하다. 상하이 방언에는 ‘우리’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것 역시 한국어와 발음과 의미가 똑같다. 언어, 음식, 사상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정착되고 변화하면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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