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인질 20여명을 집단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피해자들은 에티오피아 기독교인들로 추정된다.
19일(현지시각) 공개된 29분 길이의 영상을 보면, 주황색 옷과 검은색 옷을 입은 두 집단의 흑인 인질들이 무장한 대원들에게 붙잡혀 각각 해변과 사막 들판을 걷다가 무릎을 꿇는다.
무장단체 대원들은 눈만 내놓은 마스크를 쓰고 인질 뒤에서 총을 들고 서 있다. 지도자로 보이는 대원은 카메라를 향해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이슬람교로 개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란에 따라 특별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연설을 했다.
이후 영상은 인질이 살해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해변의 인질 10여명은 참수당했고, 들판의 인질 10여명은 총살당했다.
영상 속 장면은 파잔 지역으로 불리는 리비아 남부와 바르카 지역으로 알려진 동부 해안지역에서 따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는 내전으로 일부 지역이 독립을 선언하는 등 치안이 불안정한 상태다. 지방의 극단주의 단체들은 속속 IS에 동맹을 서약하고 있다고 BBC 북아프리카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에 인질을 붙잡아 살해한 단체도 IS의 리비아 내 연계 조직으로 추정된다. 영상에는 IS와 이들의 선전 매체 알 푸르칸의 로고가 떠 있다. 내용은 IS가 지난 2월 이집트 기독교인 21명을 참수해 공개한 영상과 유사하다.
IS는 이번 영상 속 자막을 통해 인질들이 '에티오피아 기독교인들'이라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정보장관 레드완 후세인은 "정부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질들의 국적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세인 장관은 IS의 인질 살해를 규탄하며 이를 '인류에 대한 범죄로 규정했다.
IS가 에티오피아 인질을 살해한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19일 AP통신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2000년대 중반 에티오피아군이 소말리아에 주둔한 것에 불만을 품어 왔다고 분석했다. 소말리아 국민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당시 소말리아 이슬람 지도자는 지하드(성전)을 선언했었다.
[이태동 기자 ltd@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