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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치하 룡정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어떤 공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04.22일 23:47

조선반도악극단의 룡정공연 선전삐라

얼마전 골동품모으기가 취미인 한 지인이 오래된 공연삐라 한장을 얻었다며 보여주었다. 16절지 크기의 종이에 푸른색잉크로 인쇄된 공연삐라는 조선반도악극단이 룡정극장에서 공연하는 내용을 담고있었다.

조선의 반도악극단은 1939년도에 해외류학하고 돌아온 서민호가 세운 악극단이고 일본, 만주(괴뢰만주국), 사할린 등 해외공연을 했다는 기재가 있다. 이렇게 보면 내가 본 공연삐라중의 룡정극장공연은 1939년도를 전후하여 시작됐던 반도악극단의 해외 순회공연으로 추정해볼수있을것 같다.

공연삐라는 당시로서는 보기드물게 공연인물들에 대한 홍보사진들도 싣고있었다. 고복수, 황금심, 박단마 등 해방전 일제치하 조선의 유명가수들의 사진과 유명한 작곡가였던 손목인선생의 반신상도 보였다.

손목인선생은 우리들도 잘 알고있는 30년대 류행가인 《타향살이》 작곡가로 유명한 분이다. 그리고 고복수는 바로 그 노래를 애잔하게 불러 일제치하 식민지백성들의 나라잃은 설음을 달래주었던 가수이다.

중국조선민족문화사대계 예술사의 기재에 따르면 30년대 《타향살이》와 같은 류행가의 최초 전파는 류랑악극단의 순회공연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기가수들이 막간에 구슬픈 류행가를 불러 고향떠나 이국타향에서 설음많던 조선사람들의 공명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했기때문이다.

그 당시 류행가들은 일제의 탄압을 받으며 살아온 조선인들의 망국의 설음을 달래기위해 불려진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류행가가 사람들의 마음을 틀어잡은 비결은 망국의 설음과 님을 잃은 슬픔, 귀찮은 세상에 대한 절망 등을 가슴을 허벼내는듯한 자극적이고 섬세한 선률에 담아서 가수들이 설음에 젖은 매력적인 목청으로 불렀기때문이다.

당시 조선의 류랑악극단은 조선반도는 물론 일본, 미국, 만주땅 룡정, 목단강, 할빈, 봉천 등 다녀가지 않은곳이 없다고 한다. 그들은 한곳에서 공연을 시작하기전에 우선 가두순회를 하면서 공연에 관한 광고와 인기가수들을 소개하였다. 선전대렬의 맨앞엔 악극단의 이름과 공연종목 가수의 이름을 쓴 큰 기발과 악대가 줄지어서고 그 뒤로 인력거 또는 마차행렬이 줄지어선다. 행렬의 맨뒤에는 인기가수들이 앉은 차들이 따라섰다고 한다.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떠난 십여년에 청춘만 늙어

부평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열고 바라보니 하늘 저쪽

고향앞에 버드나무 올 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꺽어불던 그 때는 옛날...

나라잃은 민족의 슬픔을 노래한 《타향살이》와 같은 류행가들은 재빨리 조선인민들에게 보급되고 널리 불리워졌는데 이 노래에 깃든 기막힌 사연도 있어 여기에 적어본다.

괴뢰만주국 할빈공연이나 룡정공연때 가수와 청중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르다 기어이 통곡의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 공연전에 이 노래에 대한 소식을 결코 알려준 적이 없었지만 관객들은 이미 다 알고 조용히 따라 부르고 있었다는것이다. 고복수는 청중들의 거듭되는 요청에 의해 4절이나 되는 이 노래를 몇차례나 반복해서 불렀다고 하니 그날 극장의 뜨거웠던 분위기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룡정공연이 끝난 뒤에 무대뒤로 고복수를 찾아온 30대중반의 한 녀인이 있었다. 부산이 고향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고향집 주소를 적어주면서 혹시라도 부산쪽 공연을 갈일이 있을 때 부모님께 자신의 안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고복수에게 타향살이의 애끓는 신세한탄을 하던 그 녀인은 격해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침내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이 비통한 소식을 들은 고복수는 자신이 마치 그 녀인을 죽음터로 몰아넣은 듯한 죄책감에 빠져서 고통스러워했다고한다. 그때 작곡가 손목인선생이 옆에서 고복수의 어깨를 안고 위로해 주었다는데 세상을 떠난 그녀를 위해서 가수가 해줄수있는 것은 성심성의껏 《타향살이》를 부르고 또 부르는 것이라고 달래주었다는 쓸쓸한 이야기이다.

망국의 설음을 힘으로 바꾸어 총을 들고 일제와 싸우지 못하고 울기만 하고 슬픔에만 잠겨있었거나 지어는 죽음으로 망국의 원을 표시해야만 했던 안타까운 세월이 지금도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날의 공연은 가수와 관객들이 하나가 되어서 혼연일체의 눈물로 이 노래를 불렀다고하니 그날의 눈물바다로 되였을 룡정극장이 떠올려진다.



공연삐라에 인쇄되여있는 고복수 등 유명연예인들의 모습

전광하선생이 집필한 《세월속의 룡정》에 따르면 당시의 룡정극장은 성세무대라고 부르는데 룡정시 연북로 북단과 신안로 교차점 북쪽, 현 룡정량식창고 뜰안에 자리잡고있었다고 기재되여있다.

극장은 2층으로 되였는데 1층과 2층의 모든 좌석은 나무로 만든 긴 걸상들로서 7~800명의 관중을 수용할수있었다고 한다. 조선악극단에서 온 공연이 있을때면 룡정시내는 물론 연길, 화룡, 왕청, 안도 등지에서 소식듣고 달려온 관중들로 항상 초만원을 이루었다고 한다. 고향떠나 외롭고 괴로운 타향살이신세를 조금이나마 위안받고 달래고싶어서 모두들 불원천리 룡정에 모여들었을것이다.

해방전 일제치하의 룡정에서 일본경찰서의 허가를 받고서야 조선에서 온 공연단체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할수있었다고 하니 그 삼엄한 일제의 감시하에서 흘려야했던 나라잃은 민중의 눈물과 아픔의 무게가 더 깊게 느껴진다.

성세극장은 지난 1965년도에 허물어버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룡정극장은 력사속으로 이슬처럼 사라졌으나 특정된 시대에 무대공연을 통한 민족적인 애환과 수난의 력사는 영원히 망각되여서는 안될것이다.

올해는 항일전쟁승리 70돐이 되는 력사적으로 기념적의미가 있는 해이다. 반파쑈전쟁승리 70돐을 맞는 특수한 해에 일제치하 룡정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 어떤 공연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되는일을 우리는 어떤 의미나 뜻으로 리해해야 할가?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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