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호르몬 등 영향 남성의 1.8배

저소득층 여성 우울감 더 느껴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한 기분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고, 특히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을수록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남순 보건의료연구센터장이 2010~2012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김 센터장의 ‘여성의 우울 양상과 관리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여성 100명 중 16명(16.3%)꼴로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증상은 지난 1년간 2주 연속 우울한 기분을 느낀 경우를 말한다. 스스로 판단한 우울감에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우울증까지 포함된 수치다. 여성의 우울 증상 경험률은 남성 경험률(9%)의 1.8배다.

　여성의 우울 증상 경험은 소득·학력·직업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우울 증상을 경험할 확률이 컸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여성 집단에서는 4명 중 1명(24.8%)이 우울한 기분을 경험했다. 소득 수준 높은 여성 집단(13.8%)의 1.8배다. 중학교 졸업 이하 학력의 여성은 31.7%가 우울 증상을 경험해 대학 졸업 이상(14%) 여성의 2배를 넘는 빈도를 보였다.

　주부·학생을 포함해 직업이 없는 여성들(17.1%)은 우울 증상 경험률이 높았다. 육체 노동을 하는 여성(15.2%)은 사무직(13.7%)보다 우울감을 더 많이 느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생리·임신·출산 등으로 호르몬 변화를 겪는 데다 남성보다 감정을 더 잘 느끼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울 증상 경험률이 높고, 소득 수준이 낮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우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혼·별거·사별처럼 결혼했다가 홀로 된 경우 우울 증상을 가장 혹독하게 겪었다. 이혼·별거·사별한 여성(40~64세)이 느낀 우울 증상 수준은 8.8점(0~10점 척도)으로, 기혼 여성(5.8점)과 미혼 여성(4.9점)의 수치를 크게 앞질렀다. 젊은 여성(19~39세)은 미혼(4.3점)이 기혼(4.1점)보다, 나이 든 여성(40~64세)은 미혼보다 기혼이 더 우울감을 느꼈다. 전 교수는 “햇볕을 쬐거나 산책을 하면 뇌가 활성화돼 우울감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