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에서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가 침몰한 지 나흘째인 4일 생존자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 강물 위로 드러난 선체 바닥에 첫 번째 구멍을 뚫은 데 이어 이날 오전과 오후 두 번째와 세 번째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첫 번째 구멍을 통해 진입한 곳에서는 시신 39구만 발견됐다. 이후 10구가 추가 인양돼 이날 오후 8시 현재 456명의 전체 탑승자 중 사망자는 77명으로 증가했지만 구조된 사람은 14명으로, 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선내에 다수의 ‘에어포켓(공기층)’이 존재할 가능성에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고 선박 선장 장순원(張順文·52)씨의 실명과 사진이 전날 밤 중국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됐다. 중국 당국은 현재 4000여명을 투입해 구조와 함께 하류 220㎞까지 넓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침몰 사고 당시 한 생존자가 아내를 유람선 내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공개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생존자이자 사고의 최초 신고자로 알려진 우젠창(58)씨는 아내 리슈전(57)씨와 오랜만에 유람선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배가 기울었지만 부부는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배가 갈수록 크게 기울면서 아내는 침대에 깔리고 말았다. 우씨는 사력을 다해 아내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차오른 물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 함께 탈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 아내는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손을 그만 놓아달라고. 우씨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손에도 힘이 풀렸고, 결국 창문을 깨고 혼자서 배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가 빠져나오자 눈앞에 있던 유람선은 한순간에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우씨는 “배가 기울기 시작할 때부터 완전히 뒤집히기까지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양쯔강 크루즈 여행이 돌아올 수 없는 여행길이 돼버린 세 자매의 사연도 알려졌다. 상하이에 사는 천천잉(69)씨는 여동생 룽잉(63) 구이잉(59)씨 등과 난징에서 둥팡즈싱호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이들 중 둘은 남편과 함께였다. 3남6녀 9남매 중 맏언니인 천잉씨는 의사로 일하다 10년 전 은퇴한 뒤 동생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곤 했다. 다른 형제자매와 상하이에 모여 살면서 돈독하게 지내온 그는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동생들에게 틈틈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천잉씨는 둥팡즈싱호가 침몰하기 한 시간 반가량 전인 지난 1일 오후 7시50분쯤 유람선 갑판 위와 주장(九江)시의 명소 등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하지 못한 동생들에게 보내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번 여행에 따라가지 않은 여동생 구이샹(57)씨는 “사고 한번으로 언니를 셋이나 잃게 됐다”며 “우리 남매는 문제가 생기면 늘 똘똘 뭉쳐서 함께 해결하곤 했는데 가슴이 찢어진다”고 울먹였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