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중국인 유학생의 낙태수술을 불법으로 실시하다가 의료과실로 뇌사 상태에 빠뜨리고 증거를 인멸하려 한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됐다.
국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임신중절수술 중 임부를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 등)로 종로구 L의원 산부인과 의사 이모씨(43·여)를 구속하고 간호조무사 이모씨(47·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월 19일 임신 12주인 중국인 유학생 A씨(25·여)의 중절수술을 하며 포도당 수액을 과다 투여해 A씨가 저나트륨혈증으로 뇌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저나트륨혈증이란 체내 수분 과다로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떨어져 수분이 뇌세포 안으로 이동, 뇌가 붓게 되며 두통과 구역질, 의식장애, 발작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되는 증상이다.
경찰조사 결과, 2009년 2월부터 서울 종로구에서 한 여성의원을 운영해 온 의사 이씨는 지난 1월 16일 임신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A씨에게 “시일이 지나면 낙태가 더 어려워진다”고 권유하며 180만원을 받고 중절 수술을 하기로 했다. 이 씨는 수술 당일 A씨에게 적정량(1000㎖)의 네 배가 넘는 4000∼5000㎖의 수액을 투여했고 이로 인해 A씨에게 저나트륨혈증에 의한 뇌부종이 발생했다.
A씨는 수액을 맞는 과정에서 뇌부종 증상인 구토와 발작, 두통, 시력감소 등 증세를 호소했지만 이 씨는 불법낙태 수술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대형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자신이 수술을 강행했다. 특히 A씨는 수술 전날과 당일 오전 임신 중절 수술을 위한 자궁수축촉진제 4알을 복용한 후 곧바로 이상 증세를 보였는 데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수술 당일 오후 7시 낙태 수술을 받은 지 1시간 30분 만에 뇌사 상태에 빠져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옮겨졌다.
이씨는 의료과실을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에 기재된 ‘인공유산’ 내용을 ‘계류유산’(임신 초기 사망한 태아가 자궁 내 잔류하는 현상)으로 수정하는 등 진료기록을 조작하고 병원 내 폐쇄회로(CC)TV 영상 삭제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증거 인멸을 꾀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A씨가 대학병원에 이송됐을 때 이씨가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에게 “수액을 과다 투여했고 임신 중절수술을 했다”고 말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온바오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