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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순이의 행복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7.06일 09:52
(흑룡강신문=하얼빈)딸애가 오는 날이면 엄청 바쁘다. 아침시장을 보고 하루종일 씻고 다듬는다. 딸애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지지고 볶고 밥상을 차린다. 고중에 들어가서부터 기숙사생활로 20일에 한번씩 집에 오는 딸에게 뭘 먹고 싶은게 없냐고 물으면 언제나 엄마가 한 밥 먹고싶단다. 집문에 들어서기 바쁘게 코를 벌름거리며 "오늘 메뉴는 뭐예요?" 애교를 부리며 등뒤로 와서 꼬옥 안아준다.

  딸애가 오는 날에 밥상에 필수 올라야 하는 우리집 명품메뉴는 된장찌개와 김치이다. 애호박과 감자, 양파를 송송 썰어 두부를 곁들여 보글보글 끓이고 풋고추를 넣어주면 된장찌개가 완성된다. 기름진 중국음식에 니글니글하던 위가 엄마가 한 된장찌개와 김치를 먹으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갈비찜, 고등어무우졸임, 삼겹살묵은지 볶음, 족발보쌈, 해물떡볶이, 잡채, 생선 등등을 번갈아가며 식단을 바꿔준다. 볼이 미여지게 련속 맛있다를 련발하는 딸애와 맥주를 찾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옛날에 나의 엄마가 그랬듯이 흐뭇하게 딸애를 바라보면서 엄마가 보고싶어 아니면 엄마가 한 밥 먹고 싶은가를 물어보기도 한다.

  딸애가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세 식구가 오붓이 밥먹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돌이켜보면 매일 새벽밥을 짓고 허둥지둥 출근준비에 서두르고 퇴근하여 숨돌릴 사이도 없이 저녁을 지으면서 바쁘게 살아온 일상이 행복한 추억으로 되였다.

  말똥떼가 굴러가도 웃을 나이여서 그런지 딸애는 웃기도 잘 웃고 할말도 끝이 없다. 딸애가 학교에서 발생한 일을 들으면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주말저녁식사는 행복이 찰랑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제일 많이 한것이 밥인것 같다. 언젠가 모임에서 취미가 무엇이냐고 질문 받은 적이 있다. 다들 골프며 려행, 독서라고 하는데 밥하는것이라고 입가에 나오는것을 간신히 참고 독서라고 했던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노래와 춤은 나와 인연이 전혀 없고 잘하는 운동도 없다. 집에 있기를 좋아해서인지 료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위챗이 류행되면서 친구모멘트에 집에서 한 료리를 올렸더니 의외로 리플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김장사진이나 시루떡, 동지팥죽, 쌀만두 사진을 올리는 날에는 다들 그림의 떡에 군침을 흘린다면서 요즘 세월에 누가 집에서 이런걸 다 해먹나 뜨아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녀성전성시대에 살면서 집에 있기를 좋아하고 주방을 나의 천국으로 알고 산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는 아니다. 고단한 인생길에 가정을 안식처로 생각한다. 쉬는 날에는 장을 보고 밑반찬을 만들고 주변의 삼림공원을 산책하는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알고 산다.

  그리고 아침시장을 좋아한다. 제철 야채들이 싱싱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더 좋아한다. 살아숨쉬는 사람들을 느끼고 자기 두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장사군들의 삶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내가 가장 많이 사는 남새는 배추와 무우 감자다. 가을이 오면 작은 배추를 사들여 시래기를 말리운다. 시래기 말리우기는 아파트에 사는 나에게 엄청난 공정이다. 여러가지로 불편해도 겨울철 식구들의 식탁에 오를 보배여서 몇년째 견지해오고 있다.

  돼지등뼈를 푹 우려낸 물에 토실토실한 감자를 넣고 시래기와 묵은지를 곁들여 감자탕을 끓여주면 식구들은 훌훌 불어가면서 잘도 먹는다.

  김장철에는 온 가족이 총동원된다. 남편과 함께 시장에서 통배추를 사들여 파란 겉잎은 시래기로 말리우고 속통은 배추김치를 만든다. 딸애는 아빠와 마늘을 까고 나는 김치양념에 들어갈 찹쌀죽을 쓴다. 초절이가 잘된 배추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맛있게 만들어진 양념장을 골고루 무쳐준다. 빨갛게 곱게 옷을 입은 배추김치는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유혹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딸애와 남편이 주방에 줄을 선다. 한잎을 뚝 떼여 시식을 하면서 역시 김치는 마누라표가 제일이란다. 갓 지은 해밥에 김치 반통이 금새 없어진다. 김장을 하면서 어린시절 엄마가 하던 김장모습이 스쳐지나간다. 해마다 김장철이 오면 300포기되는 배추를 다듬고 숙모들과 하루종일 양념을 만들고 버무린다. 해김치를 한포기씩 담아 이웃들에게 나르고 아버지와 삼촌들이 김치를 김치움에 나르던 풍경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시래기와 배추김치는 겨울철 우리집 식탁에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이다. 추운 겨울날 시래기를 넣어서 끓인 장국이나 감자탕에 아삭아삭한 배추김치를 얹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더 필요 없다.

  료리는 정성이 맛을 낸다. 거기에다 사랑을 양념으로 하면 더욱 맛있는 료리가 된다. 간단한 된장찌개도 하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 기분에 따라 맛이 틀려진다. 맛있는 료리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기분이 나쁜 사람이 먹으면 금방 좋아진다.

  밥하는 취미가 별로 나쁘지 않다는것을 날이 가면서 더 느껴진다. 가족이 힘들고 지쳤을때 내가 한 밥을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가족과 함께 먹는 밥이 아닐가? 오늘도 밥순이는 정성들여 만든 료리를 먹어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에 젖어있다. /박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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