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여러 기관에서 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은근히 끌린다. 아니 실제로 맞는 경우도 여럿 봤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얘기다.

이런 혈액형 분류는 여러 명이서 여행을 갔을 때 빛을 발한다. 혈액형별로 구성원을 조합하거나 유추하면 흥미로운 상황이 나타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구도는 여행의 성격과 비슷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자신의 성향에 딱 맞는 여행도 좋지만 때로는 새롭고 어색한 것에 도전하고 싶은 게 또 여행이니 말이다.

그래서 매일경제 투어월드에서는 색다른 조합을 만들어 봤다. 혈액형별 차이를 통해 전 세계 가볼 만한 축제를 엮었다. 사실 축제만큼 여행의 재미를 높여주는 것도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만 2000개 넘는 축제가 있을 정도니 세계로 그 범위를 넓히면 상상 그 이상이다. 그중에서 엄선한 혈액형과 축제의 교집합. 자신의 혈액형과 실제 성격을 대입해가며 축제를 상상하면 읽고 보는 재미가 더할 것이다.

◆ A형 "익숙한 것이 좋아" 홍콩 서머 페스티벌


홍콩의 또 다른 페스티벌 인 "드래곤 보트 축제".

A형의 사람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서프라이즈 같은 돌발 상황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편안함을 추구한다. 또 섬세하고 꼼꼼한 면도 지니고 있어 규모 있는 살림꾼이 A형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A형인 사람들에게는 홍콩이 제격이다. 7~8월의 홍콩은 쇼핑의 천국인 이곳을 한층 더 활기 띠게 한다. 다음달 31일까지 열리는 '홍콩 서머 페스티벌'은 11~1월에 있는 그랜드 세일 기간에 버금가는 쇼핑 축제로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Shop, Eat, Play'로 보통의 쇼핑을 넘어 먹고 즐기는 기쁨까지 누리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홍콩 전역이 세일 체제로 들어가 전반적인 가격이 평소보다 20~30% 저렴하다. 아울러 음식점과 레스토랑 등도 가격은 물론 특별 메뉴를 갖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홍콩디즈니랜드를 필두로 3D박물관이나 밀랍인형 전시관인 마담투소 등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로 여행객의 발길을 이끈다. 또 하나같이 밤늦게까지 운영 시간을 연장 오픈해 제대로 된 홍콩의 밤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 B형 "단순한 것은 싫다" 중국 칭다오 세계맥주축제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세계맥주축제.

B형은 틀에 짜여 한 가지나 고정된 것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이른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사소한 일은 사소하게 넘어가지만 자신의 주장이 확고해 이거다 싶으면 밀고 가는 추진력 또한 강하다. 때문에 누군가의 잔소리가 이어질라치면 바로 돌아서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에 목마른 편이라 일반적인 코스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B형인 사람들에게는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세계맥주축제를 추천한다. 칭다오의 8월은 '맥주가 맛있게 익어가는 시절'이라고 할 정도로 도시 전역이 맥주로 하나가 된다.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B형 성격에 맞게 전 세계 내로라하는, 나아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맥주 브랜드까지 세기광장의 맥주성에 모여들어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최근 한 예능에서 화제인 '양꼬치엔 칭다오'를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 곳곳에 양꼬치를 굽는 향기가 가득하다. 올해 축제는 다음달 16일부터 31일까지. 입장료는 낮 3시까지는 20위안 밤에는 30위안이다.

◆ O형 "궁금한 건 못 참아" 스페인 토마토축제

O형은 한마디로 낙천적이다. 일의 달성에 있어 실패나 걱정 따위는 잘 하지 않는다. 호기심이 왕성한 편이라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험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O형 기질은 내 안의 뜨거운 피와 앞을 향해 나아가는 힘만 있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래서 리더로서의 자질도 잘 갖췄다. 두루두루 주변을 챙기는 것을 잘해 따르는 이도 많다.

매사의 물음표를 승부욕을 통해 느낌표로 바꾸는 O형에게 스페인 토마토축제 '라 토마티나'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행사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작은 도시 부뇰에서 매해 8월 넷째 주 수요일에 열리는 이 축제는 토마토의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무려 5대 분량의 덤프트럭에 토마토가 가득 찬다. 물론 이 토마토는 갈리거나 끓이는데 쓰이지 않는다. 무조건 던지는 용도로만 쓰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두 손에 잡히는 토마토를 마구 던진다. 가히 폭발적이다. 토마토가 터질 때마다 도시는 붉은 빛으로 물들고, 온 세상이 벌게질 때쯤 내 안에 쌓인 온갖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없다. 현실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는 세계 유일의 자유를 올해는 다음달 26일 단 하루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자유를 향한 티켓이 1인당 10유로다. 싸다. 정말 싸다.

◆ AB형 "평범한 것은 가라" 독일 옥토버 페스트


매년 600만명 이상이 20만개 이상의 소시지와 500만ℓ 이상의 맥주를 소비하는 독일 옥토버 페스트.

AB형은 많이 알려졌다시피 4차원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피면 4차원에 대한 정의가 달라진다. 자신의 주관 또는 개성이 뚜렷한 것일 뿐이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한 가지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 또한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이지, 힘이 달려서가 아니다. 한 마디로 틀린 행보가 아니라 다른 길을 걷는 것이다.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성향이 강한 AB형에게는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는 세계 최고의 맥주축제로 떠나보길 추천한다. 매년 600만명 이상이 20만개 이상의 소시지와 500만ℓ 이상의 맥주를 소비하는 독일 옥토버 페스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계 최대, 최고의 맥주축제답게 이 축제에 참가하면 세계 유수의 맥주 브랜드부터 다양한 수제 맥주까지 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축제에 참여하는 맥주사들은 옥토버 페스트만을 위해 5% 정도 더 진한 맥주를 생산해 판매해 더욱 풍미를 자극한다. 사실 옥토버 페스트에서 맥주 행사만큼 큰 규모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 행사다. 음악회, 서커스, 놀이공원 그리고 퍼레이드까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는 옥토버 페스트의 매력을 더한다.

[장주영 매경닷컴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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