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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속눈썹에 손톱정리…'여자력(女子力)' 좇는 日 남자들

[기타] | 발행시간: 2015.09.07일 10:01

요즘 일본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속눈썹 미용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속눈썹을 길게 붙여서 눈매를 크고 확실하게 만드는 건데요,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패션 1번지 격인 도쿄 시부야나 신주쿠 거리에서는 속눈썹 단장을 한 젊은 남성들 발견하기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인지 시부야의 한 속눈썹 전문 미용실을 섭외해 찾아가 봤습니다. 취재진이 지켜본 1시간 동안, 남성 손님 2명이 속눈썹을 붙이고 돌아갔습니다. 2명 중 1명은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줬습니다.




▲ 도쿄 시부야의 한 속눈썹 전문 미용실에 만난 오사와 씨

인터뷰에 응해 준 20대 오사와 씨는 아주 만족한 표정이었습니다. 신기하다는 듯이 연신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이전과 달리 눈매가 확실해져서 흡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심스럽게, 계속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했습니다. "좀 지나치다는 느낌, 거부감은 없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자신도 처음에는 "이렇게까지..."라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위에서 이미 많은 남자들이 하고 있고 , 막상 해보니까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미용실 직원 구리타 씨 설명에 따르면, 전체 손님의 10% 정도가 남자라고 합니다. 부부가 함께 왔다가 남편도 시험삼아 해보는 경우도 있고, 소개를 통해 혼자 와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한가지 공통점은 사람을 많이 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영업직이나, 카페 경영자, 여성 전용 피트니스의 트레이너, 연예인 지망생이나 학생 등 연령도 다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한 번 시술에 40분 정도 걸리고 3주 정도 지나면 다 떨어져 나간다고 합니다. 가격은 6~7천 엔 우리 돈 6만 원 정도이고, 여성용과 달리 남성용 속눈썹이 따로 있다고 하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도쿄 여행 오셨을 때 한 번...ㅎㅎㅎ)

손톱을 다듬는 네일샵에도 남성 손님이 적지 않습니다.



▲ 네일샵에서 손톱을 다듬고 있는 고이즈미 씨, 카페 경영자


사진에 나오는 남자는 고이즈미 씨인데 카페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특히 여성 손님들 앞에 손을 보여야 할 때가 많아서, 고민 끝에 손톱정리를 받았는데 하기를 잘했다며 역시 흡족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성 손님들은, 흔히 네일아트하면 떠올리는 화려한 색깔의 손톱 치장을 받는 건 드물고, 대부분 깔끔하게 다듬는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속눈썹을 연장하고 손톱정리를 하는 남성들을 일본에서는 흔히들 "여자력(女子力)을 키운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젊은 남성들이 여성적 아름다움을 따라 함으로써 존재감을 키우려는 경향을 '여자력(女子力)'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009년 처음 등장한 신조어인데, 갈수록 많이 쓰고 있는 말입니다.

외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섬세함' 같은 내적인 여성성에도 쓰는 말입니다. 남성 전용 요리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내면적인) 여자력'을 키우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다만 내적 아름다움은 눈에 잘 띄지 않으니까, 주로 외적인 여성성을 따라 하는 경우가 언론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 남성들이 '여자력'을 좇는 데는 사회 경제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속눈썹이나 손톱정리 매장을 찾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사람을 많이 접하는 특히 여성과 함께 일하거나 여성 고객을 상대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즉 여성의 경제활동과 구매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무사시노 대학 다나카 교수는 여성의 활약, 특히 기업과 사회에서의 활약이 커지면서 여성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게 됐고, 전통적인 의미의 남성다움이나 여성스러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페를 경영하는 고이즈미 씨가 여자 손님들을 의식해-결국 매출과 직결되는 것이니까요- 손톱정리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 화장하는 남자는 이미 옛말이고, 무더웠던 올여름 양산 쓰는 남자가 일본에서 유행했습니다.


물론 40~50대 이상 중년층에서는 "거북하다"는 반감도 적지 않습니다. 조금 보수적인 장년층에서는, 일본 남자들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젊은 층이라고 해서 모두 '여자력'에 호감을 가진 것도 아니겠죠. 뭘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게 조금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일본 사회지만, '프라이버시 영역'이다 싶으면 거의 관여하지 않는 일본 사회의 특징이 작용하는 듯합니다.

어쨌든 몇 년 전만 해도 '세상의 이런 일이' 느낌으로 보도되던 일본의 화장하는 남자, 눈썹과 코털 정리하는 남자가 어느새 상식처럼 돼 버렸습니다. 더구나 여성의 구매력과 사회진출 확대라는 경제적인 배경까지 더해져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젊은 남성들의 '여자력 추구'는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확실히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일본의 유행이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약간씩 변형된 형태도 유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력'의 경우는 어떨까요?

최선호 기자(choish@sbs.co.kr)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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