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의 예능 복귀작이 27일 편성을 확정했다.
'잉여 여행 백서'라는 제목이 붙은 이 프로그램은 27일 오후 11시에 첫 방송된다. 유럽에서 진행된 23박 24일의 여행기 안에서 '창조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자급자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얼리티 방송이라고 소개됐다. 이로써 노홍철은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후로 10개월만에 공중파를 타게 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의 복귀를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이들 사이로 적지 않게 눈에 띄는 '노홍철 복귀 반대파'들의 목소리다. 이들의 요지는 '아직 이르다' 또는 '자숙이 짧다'는 점.
죄를 저지른 한 스타의 물리적 자숙 기간이 '적당했다' 또는 '길었다', '짧았다'로 나누는 기준은 첫째로 그 죄의 '경중'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국민이 느낀 '배신감'에 더 민감한것이 사실이다. 노홍철보다 '더 중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훨씬 이른 복귀를 선언하는 스타도 있는 반면, 더 '가벼운' 죄를 지어도 수년동안 외면받는 스타도 있다.
노홍철은 10개월의 자숙을 거쳤으며 지난달 13일 발표된 광복 70주년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돼 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범죄자'라는 낙인을 완벽하게 지우지 못한 눈치다.
그의 복귀가 '무한도전'까지 연결된다면 그 '반대파'의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 이는 '기간'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일각에서는 '잉여 여행 백서'로 복귀를 선언한 노홍철의 행보를 두고, 친정인 '무한도전'으로의 복귀를 염두한 '수순'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물론 이 분석은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노홍철의 빈자리를 대신한 광희의 군입대 시점이 점점 다가오면서, 이 두 사람이 '바톤터치'를 할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더해지자 노홍철의 '무한도전' 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도 많다.
과연 우리는 '잠재적 살인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주운전자에게 '국민 예능'을 허락해야 할까. '무한도전'의 주인은 더 이상 MBC, 또는 연출자인 김태호PD나 유재석을 비롯한 MC들만이 아니다. '가요제'와 '배달의 무도' 등 수많은 특집에 찬사를 보내고 그 수많은 도전과 땀방울에 응원을 보내며 7일 중 토요일을 맡긴 시청자, 즉 국민 역시 '국민예능 무한도전'의 당당한 주인이다.
끔찍한 인명사고를 일으킬수도 있었던 한 인간에게 '국민 예능 출연자'라는 수식어는 어색함을 넘어 과분하기까지 하다. 우토로 마을 강경남 할머니의 손을 잡고 진실된 눈물을 흘릴 수 있는것은 하하이지, 더 이상 노홍철은 아니라는 의미.
그럼에도 여전히 더 많은 숫자가 노홍철의 복귀를 바라는 이유는 그가 있었을때 가장 완전해보였던 '무한도전'의 '그림'을 그리워 하기 때문이다. 이는 승부조작을 저지른 한 스포츠스타에게 과감하게 '영구제명'이라는 족쇄를 채우는 팬이 있는 반면, 내심 적당한 시점에 그 족쇄를 풀어주고 그 '죄인'이 예전처럼 '내 팀'을 위해 뛰어주길 바라는 팬의 심정과 같다.
노홍철이 밝고 유쾌하며, 웃음을 안겨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죄를 잊어야 할까. 쓰레기를 줍거나 팬들에게 자상한 면모를 보여준 일화들이 다수 전해진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용서도 빨라야 할까.
어찌 됐든 그의 복귀작은 편성에 포함됐고, '무도' 복귀 여부는 관계자들의 '결제'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시청자'와 '국민'이 보여야할 자세는 무엇일까. '잉여 여행 백서'에 웃음 짓고, 노홍철이 합류한 '무한도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번쯤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것이 혹시 '솜방망이'는 아닌지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