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브라질 침 없는 벌, 곰팡이 키워 먹여
개미에 이어 벌도 '곤충계의 농사꾼' 대열에 동참했다. 브라질 농업연구소의 크리스티아노 메네제스 박사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인터넷판에 "브라질에 사는 침(針) 없는 벌〈사진〉이 애벌레 먹이로 곰팡이를 키우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위개미는 턱으로 잎을 오려내 개미굴로 가져간다. 잎을 씹어 깊숙한 곳에 두면 실 같은 곰팡이 균사가 자란다. 유모 개미는 여기에 애벌레를 물고 와 곰팡이를 먹게 한다.
벌도 비슷했다. 연구진이 고속 촬영 카메라로 자연의 벌집을 관찰한 결과 애벌레가 알에서 나온 지 하루가 지나면 붉은누룩곰팡이의 균사가 애벌레가 사는 방의 벽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애벌레는 균사를 먹어 치웠다. 4일이 지나면 균사는 모두 애벌레 뱃속으로 사라졌다. 애벌레는 6일째부터 고치를 틀기 시작했다.
브라질 연구진은 애초 실험실의 벌집에 곰팡이가 피면서 애벌레들이 죽는 일을 목격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실험실의 습도를 낮추자 곰팡이가 지나치게 자라지 않고 꼭 자연의 벌집만큼만 생겼다. 이번에는 애벌레가 죽지 않고 오히려 균사를 먹고 건강해졌다. 곰팡이를 먹은 애벌레는 생존율이 76%이었지만, 곰팡이 없이 자라면 8%로 뚝 떨어졌다. 곰팡이는 애벌레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이유식이었던 셈이다. 연구진은 "애벌레가 먹은 붉은누룩곰팡이는 예전부터 아시아에서 천연 식품 보존제로 사용했다"며 "벌과 곰팡이의 공생(共生) 관계를 연구하면 벌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