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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도 고독을 달래는 남자다운 남자" /허 명 훈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4.26일 16:54
"뻐꾹", "뻐꾹", "뻐꾹', 뻐꾹새 자명종이 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자그마한 문을 열고 12번을 울고는 이내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방안에는 또다시 고요와 정적, 고독이 진을 친다.

  창밖에는 가물가물 명멸하는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나마 이 밤도 고향에 계시는 금년에 84세의 년로한 부모님과 아내와 이제 갓 돐이 지난 딸애를 그리며 잠을 못이루고 있는 남자의 반지하 월세방을 비추고 있는 가운데 밤은 소리없이 깊어만 간다.

  세월이 유수와 같아 남자가 정든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눈 깜짝할 사이에 2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금년을 맞아 벌써 3년철에 잡아 든다.

  한국에 오기 전만 하여도 남자는 한국이란 나라를 돈을 갈퀴로 긁어 모으는 홤금의 땅으로 알았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 발을 들어놓는 이튼날부터 마치 전쟁터에 온 기분이었고 한국에서의 벌이란 하는의 별따기임을 알게 되었다. 노동강도가 센 노가다일, 열악한 환경, 게다가 조선족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에서 오는 멸시와 수모...... 그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혼자 몸으로 산 설고 물 설고 얼굴과 인정까지 설은 이국 타향에서 월세방을 잡고 홀애비 살림을 하면서 옷을 빨고 때식을 끓여먹으면서 매일 새벽달을 보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밤하늘의 별을 지고 퇴근하면서 하루 13시간 넘게 그 힘든 노가다일 그것도 모두들 힘이 들다고 외면하는 형틀목수일에 뼈를 깎이고 기름을 짜이면서 일하기란 말그대로 곤혹이었고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2년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남자를 가장 힘들게 한것는 육체상의 고달픔과 정신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고향을 떠난 시간이 차츰 길어짐에 따라 해마다 온 가족들이 단란하게 모이는 설명절이나 년로한 부모님의 생신, 아내의 생일, 딸애의 생일, 부부의 결혼기념일이 돌아오면 마음은 언제나 쓸쓸했고 몸은 향상 외로움에 떨어야 했고 기분은 언제나 쓸쓸했다. 더욱이는 아내와의 이별한 시간이 차츰 길어짐에 밤이면 밤마다 수시로 옆구리를 지겹게 파고드는 30대중반에 유난히 잦게 찾아오는 성적갈증이었다.

  물론 남자는 외로움과 고독, 성적갈증을 달랠 수도 있었다. 남자가 한국에 있는 동안 그와 애인을 사귀거나 지어 함께 살자고 자청하는 젊은 여자들도 있었고 남자보다 뒤늦게 한국에 온 고향친구들은 한국땅을 밟자 마자 저마다 애인을 사귀며 새 살림을 차리고 알콩달콩 깨알이 쏟아지게 보내면서 그동안 한국에 나온 시간도 있고 돈도 벌었고 게다가 인물체격도 좋은 남자가 그때까지도 홀아비생활을 하는 그에게 애인을 소개해 주려고 여러모로 많은 '성의'를 베풀었지만 그때마다 남자는 보기 좋게 거절했다. 외로움과 고독, 성적갈증을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여자의 연약한 몸으로 1.2헥타르 논을 다루며 몇 년 전에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년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딸애를 키우는 아내가 고향땅에서 오직 남편의 귀향만을 기다리고 있음을 남자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두고 어찌 일시적인 즐거움을 위해 부부의 정에 먹칠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남자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남자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2년 동안 한국에 나온 고향 친구들이 고향에 두고 온 처자들을 언녕 구중천에 버리고 새로 만난 여자에게 감투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제 멋에 좋다가 아글타글 번 돈을 모두 떼우거나 전에 그처럼 화목하던 부부가 이혼하고 아늑하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난 친구들도 있었고 일하기는 싫고 매일 마작이나 노래방 지어 경마장에까지 다니거나 분수를 떠나 홍등가나 다방아가씨들의 젊은 육체에다 돈을 뿌리며 부화방탕에 빠져 놀다가 3년만기 또는 5년만기가 되여도 지어 집으로 갈 비행기표를 살 돈마저 없는 친구들을 목격하면서 남자는 지기가 지켜야할 인간의 도리와 지조,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시시로 엄급해오는 외로움과 고독, 성적갈증에 무너지려는 자신을 단속하기에 신경을 쓰며 오늘까지 힘겹게 버텨왔다. 이제 남자는 1년만 되면 곳 3년만기가 되어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그렇게 그리고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남자는 이 밤도 고독과 외로움과 성적갈증을 이겨내며 밤을 새우고 있다.

  이젠 길가의 가로등마저 지쳐서 가물가물 졸고 있고 뻐꾹새 자명종이 "뻐꾹" 하고 한 번 운다. 방안에는 또다시 정막과 고독이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동족하늘이 희붐이 밝아져 온다. 이 밤도 고향에 게시는 어머니와 아내, 딸을 그리며 하얗게 밤을 새운 남자, 이런 남자는 요즘 세월에 호롱불을 들고 찾아봐도 찾아보기 힘든 남자다. 그 남자의 귀향길은 떳떳할 것이고 그 남자 가족의 재상봉과 가정의 앞날에는 필히 아름다운 무지개와도 같은 행복만이 기다릴 것이다.

  남자는 진정 요즘 세월에 보기드문 남자다운 남자다.

  /허 명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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