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계의 미래는 워낙 밝아 눈이 부실 지경이다. 정말로 눈이 부신다.
중국 소비자들이 번쩍이는 전면그릴을 장착한 차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웅장하고 호화로울수록 더욱 좋다는 반응이다. 5월 2일까지 계속되는 베이징모터쇼 안을 걷다 보면 중국 제조사들이 제작한 차량에 장착된 화려한 전면그릴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량의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라고 서양업체와 중국업체의 수많은 합작벤처기업 중 하나인 FAW-폭스바겐의 임원 데이빗 고긴스는 말한다.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중국 대기업 SAIC에서 글로벌디자인을 주관하고 있는 앤서니 윌리엄스-케니는 “지위에 관한 것이다”라며 동의한다. “사람들에게 ‘나는 중요한 사람이고 크게 성공했다’라고 말하는 수단이다.”
또한, 도로규칙이 실시간 실제 속도로 정해지는 중국에서는 다른 차량보다 비싸 보이는 차량을 운전할 때 실용적 혜택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결과, 운전자들이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차량에 양보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중국운전자들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면그릴을 방어운전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GM 디자이너 할리 얼과 크라이슬러 소속 버질 엑스너가 만들어낸 화려한 전면그릴에 익숙한 미국의 자동차 팬들은 중국운전자의 그릴 사랑을 이해한다. 1950년대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최소한 동부지역)은 빈곤의 시대를 겪은 끝에 새로운 부를 즐기고 있다. “갑자기 사람들이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소비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라고 고긴스는 분석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중국차량 전면그릴은 서양사람들이 보기에는 지나친 것도 많다. 자동차 제조사 지리에 따르면 “중국의 고유한 미학을 완벽하게 해석”했다는 엑셀런스 엠그랜드는 증발냉각기와 거대한 노렐코 면도기 중간에 위치한 것 같은 전면그릴을 장착하고 있다. 철제판 사이로는 거대한 크롬제 반원 여러 개가 세로로 배열된 모습이 보인다. 전면그릴과 6미터에 달하는 차체가 부족할 때를 대비해 그릴 위편에는 주먹만한 조각장식도 달려 있다.
중국소비자들이 호화로운 대형그릴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중국시장 점유율확보를 노리는 서구 럭셔리 브랜드에게 있어 희소식일 수 있다. 캐딜락과 아우디, 뷰익과 벤틀리 등 차량은 지위를 강조하며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전면 디자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캐딜락 시엘 컨셉트차량과 벤틀리 EXP9 컨셉트 SUV에는 번쩍이면서도 웅장한 전면그릴이 장착되어 있다.
외국 디자이너들도 사치스러운 전면그릴에 대한 수요를 기꺼이 충족시키려는 태세이다. “(벤틀리 회장인 볼프강 뒤르하이머에게) EXP9 다자인을 보여주면서 영국식 SUV나 상하이 리무진 스타일로 더 화려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자 꼭 그렇게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벤틀리 디자이너 로빈 페이지는 전한다.
코리아리얼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