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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을 가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보루서, 남북통일로 가는 교두보로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1.04일 11:31

▲ 연길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인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에서 두만강 너머 북한 강양역이 지척으로 보인다. 강양역 뒤로 북한 주민들이 걷고 있다. 연길=박형민 기자



[연변을 가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보루서, 남북통일로 가는 교두보로

'중국 속의 한국' 친숙함·낯섦, 공존 / '민족 긍지' 인동초처럼 살아 숨 쉬어 / 北이 고향인 교포들 한국과 일체감도

연변은 두 얼굴이었다. 외국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국과 똑같은 모습도 아니었다. 굳이 정리한다면, 한국의 어느 한 외딴 도시 같았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연길공항부터 그랬다. 공항 이름이 한글 ‘연길’ 로 쓰여 있고 한국어가 통하는 곳이지만 외국인 입국심사를 받아야 했다. 길거리의 모든 간판이 한글을 중심으로 한자와 병기돼 있지만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은 한글과, 중국말을 한글로 옮기면서 도시 전체가 친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섦이 공존했다. 조선족자치주로서 연변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길시 전국 100강현 뜀박질

전북일보 경영진과 취재팀이 지난달 7일 찾은 연변 조선족자치주 주도(州都)인 연길시는 활기에 차 있었다. 도로마다 자가용이 넘쳐나고, 상가들의 불빛이 도심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인구 60만 도시의 연길시는 외형상 전주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1992년 한국과 국교를 튼 후 중국경제가 급성장했습니다. 그 상징이 자가용의 급속한 보급입니다. 2008년 북경올림픽 이후 거의 모든 가정에서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이상 가진 중산층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10년가량 생활했던 서일범 연변대학교 인문대 학장은 최근 5~6년 사이 자가용이 크게 늘면서 교통체증을 빚는 곳이 많다고 했다.

연길시의 급속한 성장은 올 발표된 몇몇 지표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 7일 전북일보와 자매결연한 연변일보에 따르면 연변시는 올 ‘전국100강현’ ‘중국10대생태강현(시)’ ‘중국생태매력현(시)’ ‘2015중국녹색경쟁력10강현’에 뽑혔다. 연길시가 길림성에서 유일하게 7년 연속 계속해서 순위가 올라 전국 100강현 중등수준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에 속한, 북한 나선직할시와 맞대고 있는 훈춘시는 포스코현대물류단지 등 한국을 비롯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에너지광산가공, 목제품가공, 해산물가공, 방직의류가공, 상업무역물류 등을 아우르며 연변 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도시경쟁력연구회가 발표한 2015년 중국현역성장경쟁력순위에서 훈춘시는 47위의 자리에 올랐다.

△민족 자긍심 기념관 곳곳에 새겨

▲ 용정 명동에 위치한 윤동주 시인 생가. 용정=박형민 기자

연변이 우리에게 더 특별한 데는 일제강점의 민족 수난기에 모국의 최후의 보루였다는 점이다. 일제의 압박을 피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우리 땅으로 삼아 재충전을 했다. 청산리항일전승지·봉오동 항일전승지·일송정 등 독립운동의 근거지로서 많은 유적을 보유한 곳이 바로 연변이다. 연길시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용정시가 그 중심에 있다. 일본 유학 중 항일운동 혐의로 투옥돼 옥사한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기념관이 그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용정 명동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는 1900년대 조부가 지은 집으로, 1981년에 허물어진 집을 용정시정부가 1994년 복원했다. 재봉틀과 솥, 맷돌 등 몇몇 생활도구들만 덩그러니 놓인 생가에서 윤 시인의 채취를 찾기는 어려웠다. 생가 정문에 조형적으로 설치된 대표작 ‘서시’를 비롯해 생가 곳곳에 새긴 100여편의 시가 방문객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생가와 한 울타리에 있는 명동역사전시관에서 윤동주를 비롯해 명동학교 출신의 문익환·나운규 등 낯익은 초상화와 용정에서 훈련으로 거사를 준비했던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상을 만날 수 있었다. 윤동주 생가는 현재 명동 마을에서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으며, 입장료 수입(2000원)에 의존하고 있다. 명동촌은 한 때 100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었으나 현재 20호 남짓으로 줄었다. 민족교육의 산실로 일제에 의해 소실됐던 명동학교도 2010년 복원됐으나 학생이 없어 기념물로 보존되고 있을 뿐이다. 생가 관리자는 “윤동주 시인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등의 행사를 가졌다”며, “2017년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우려는 노력은 용정중학교 역사전시관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용정의 이주초기 모습들의 사진과 민족교육의 뿌리인 서전학숙 학생들의 모습, 용정을 중심으로 연변의 민족 학교들의 모습, 3.13만세 운동 등 항일투쟁사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과 일체감 날로 높아져

우리에게 연변의 중요성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연변 교포들이 ‘노무송출대’로 모국으로 오고, 한국인들이 투자이민 등을 통해 새로운 ‘조선족’으로 편입되면서 연변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 연변 사회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 이야기가 주 화젯거리다. 연변일보 문화부 기자는 우리도 잘 모르는 신인 가수의 새로운 곡을 평가할 정도였다. 연변일보 김천 부사장은 전북에서 새마금사업이 진행되는 상황도 알고 있었다. 그는 중국이었다면 포동지구 개발처럼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로, 더딘 새만금개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북한을 고향으로 둔 교포가 많고 북한과의 밀접성,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어느 정도 문화적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의 성장과 발전에 교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이 2002년 월드컵축구 4강에 올랐을 때 한국 국민들과 똑같이 일체감을 갖고 응원했으며, 많은 교포들이 그 감동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단다.

“한국에서나 연변현지에서 한국인들이 연변조선족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족은 대 중국인민이라는 자긍심이 있고, 일제 항일 투쟁과 중국 공산당혁명에 크게 공헌한 소수민족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전주 신흥고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20년간 중국 연변에 살았던 정옥동 전 연변대복지병원 이사장은 “수많은 소수민족이 한화되고 말았지만 동북동토에 살고 있는 우리조선족은 인동초 처럼 정체성을 갖고 살아남아 있다”며, ”우리가 한국에서나 중국 현지에서 조선족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고 수용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예외 없이 조선족이 가이드 역을 담당하고 있고, 앞으로 남북통일에 있어서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정 이사장은 기대했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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