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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숨은 공신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2.03일 08:42
작성자:이련화

  (흑룡강신문=하얼빈) 친구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큰 용기를 낸 친구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둘째를 갖고싶다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지난번 학부모모임에 참가했을 때 그중 한 엄마가 임신중이길래 습관처럼 "둘째를 임신했네요."했더니 셋째란다.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알아봤더니 생각밖으로 주변에 아이가 셋인 집이 꽤 있었다. 맏이를 낳고 둘째를 가지려 했는데 쌍둥이가 덜컥 나온 경우도 있고 계획에 없던 셋째 아이가 덜컥 생겨버린 경우도 있다.어찌 됐든 아이가 셋이라는 그 사실을 두고 요즘 엄마치고 혀를 내두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옛날 우리 부모세대에는 형제가 열, 심지어는 열둘인 집도 심심찮게 있었지만 요즘엔 둘째를 가지려 해도 정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고민스러운 일이다. 정책적으로 저출산을 구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지만 애기 엄마들에게 정책은 먼 나라 얘기요, 가슴에 와닿는 건 매일매일 증폭되는 육아의 설음뿐이다.

  내가 아는 한 엄마는 아들 둘을 낳고 셋째로 귀여운 공주를 낳았다. 물론 정책적으로는 허락되지 않는 일이라 진땀을 빼면서 "초생유격대"식으로 낳은 아이였지만 이제 한돌이 된 똘망똘망한 아기가 하는 귀여운 짓을 볼때면 "요걸 안낳았더라면 어쩔번했을가."하고 자신의 옳은 선택을 두고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한다.

  더욱 탄복이 가는 것은 첫째와 둘째 모두 3돌전에 우리글을 익혔고 글을 좔좔 읽어내리 것이였다. 휴직하고 애들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던 것이다.

  모두 하나밖에 없는 자식한테 물질적으로 잘해주는 것이 최고인가 착각하는 엄마들과 달리 이 엄마는 맏이 옷을 깨끗하게 뒀다가 둘째, 셋째에게 물려줄지언정 가계를 쪼개어 책들을 무진장 사들였다. 한살배기 딸애가 따뜻한 햇볕이 드는 거실에서 책더미 속에 파묻힌 채 열심히 그림책을 뒤지는 그 풍경은 정말 명장면이였다.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남편이 육아엔 나몰라라해서, 아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둘째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많다. 둘째를 가지라는 고모의 말에 "요즘은 애들도 명품을 입는 시대라..."하고 거창한 변명거리의 서두를 떼는데 "명품 입히느라 하지말고 애를 명품으로 만들어라." 하던 고모의 일침이 지금까지 가슴에 콕 박혀서 딸 하나를 달랑 낳아놓은 나는 부끄럽다.

  흔히들 요즘은 영웅이 없는 시대, 영웅이 필요한 슬픈 시대라고 한다. 영웅? 별 것 아니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이렇게 과감한 도전을 한 애엄마같은 사람이 바로 이 시대 숨은 공신들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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