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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10]호흡이 긴 글을 읽고 쓰자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6.04.20일 09:58
[정음문화칼럼10]호흡이 긴 글을 읽고 쓰자

◈ 최학송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독서”의 목적과 방식도 변화되고있다. 지난날 우리는 젊은이들이 명작을 읽어야 하는 리유의 하나로 “독서를 통하여 인생을 배울수 있음” 을 들었다. 그러나 오늘날 갈수록 명작을 읽는것을 통하여 “인생”을 배우는 젊은이들이 줄어들고있다. “인생”은 서점가에 빼곡이 들어선 “인생지침서”거나 위챗(微信) 모멘트(朋友圈)에 매일같이 날아드는 다양한 “인생경험담”을 통하여 배우는것으로 변해버렸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정보의 습득이나 취미생활을 위해서는 굳이 명작을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살아가고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독서를 하지 않아서 문제”라는 말을 가끔 듣게 된다. 하지만 독서를 “문자를 읽어나간다”는 뜻으로 풀이하면 이 말도 맞지는 않는다. 오늘의 젊은이들만큼 다양한 정보에 로출되고 또 그 정보들을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세대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 정보의 대부분이 문자로 이루어졌음을 념두에 두면 오늘의 젊은이들이 읽는 문자의 량도 결코 적은것은 아니다.

문제는 “단편적이고 개괄적인 정보습득을 위한 독서”만을 하면서 “지속적인 독서”를 하지 않는데 있다. 명작을 읽는 방식으로 인생을 배운다면 우리는 작품을 구성하는 수많은 어휘와 그 조합을 읽어내고 또 그것을 머리속에서 형상화시키며 나아가서는 론리적인 사유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서점가의 “인생지침서”는 그 론리적사유과정을 삭제하였으며 위챗 모멘트의 “인생경험담”은 순서적으로 라렬된 단문의 형식으로 어휘량까지 최소화하여 우리에게 그 핵심정보만을 전달해준다. “정보의 습득”이라는 측면에서는 결과가 비슷할지 모르지만 이는 과정이 삭제된 결과로서 우리 젊은이들의 “글쓰기실력의 현저한 저하”라 부작용을 동반하고있다.

“글쓰기실력의 현저한 저하”라는 문제점은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의 공통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조선족 젊은이들한테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있다. 조선족젊은이들, 이중에서도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하는 대학생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갈수록 우리 조선족대학생들의 글쓰기수준이 저하되고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날 조선족대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적지 않은 친구들의 글은 론리성이 결핍하며 비문이 곳곳에 존재한다. 심지어는 맞춤법마저 제대로 쓰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비록 일부이지만 조선족대학생이 조선어로 자기소개서 한장을 깔끔하게 써내지 못한다고 할 때, 우리 조선족사회의 미래가 밝다고만은 하기 어렵다. 글은 한 사람의 명함이다. 우리는 자기소개서라는 명함을 갖고 직장을 찾아가며 직장생활도중에는 또 자신이 하고자 하는것을 신청서라는 형식으로 제출하고 자신이 행한 일을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총화하여 바치게 된다. 단순반복적인 로동에 종사하지 않는한 이런 글쓰기는 피할수 없다.

대학졸업이후, 바로 직장에 취직하는것이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한다고 하면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꾸준한 노력을 통하여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하여도 그것을 론문으로 정확히, 론리적으로 써내지 못할 때 앞으로의 학문연구도 문제이겠지만 우선은 학위를 취득하지 못할것이다.

중국이라는 사회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조선어의 사용에 있다. 이것을 제외하면 우리는 다른 민족 젊은이들과 동일선상에 서게 된다. 그리고 동일선상에 섰다고 할때 우리는 그 친구들만큼 한어 글쓰기가 능숙하다고 자부할수 있는가?

조선족젊은이들의 글쓰기수준의 저하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말로 된 글을 너무 적게 읽으며, 또 읽어도 너무 짧은 글들만 읽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현재 연변을 제외한 많은 지역의 조선족중학교에서는 조선어문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수업들은 한어로 강의한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도 휴식시간에는 한어로 교류하며 나아가서는 대학입학시험마저 한어시험지로 본다고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있어 조선어는 하나의 외국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다보니 비문이 속출하고 나아가서는 가장 기초적인 맞춤법마저 틀리는 경우가 나타나는것이다.

글쓰기에서 론리성이 부족한것은 또 우리 학생들이 소설과 같은 호흡이 긴 글을 읽지 않은것과도 관련된다. 오늘의 학생들은 “영상의 시대”에서 성장하였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하여 “이야기”를 접하고 인터넷이나 위챗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아본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위챗을 통한 정보의 습득은 신속성은 갖고있지만 어휘량을 풍부히 하고 론리성을 강화하고 배양한다는 측면에서는 제창할바가 못된다.

많은 언어학자들은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다시말하면 인간의 사고는 처음부터 일정한 형태로 존재하는것을 언어를 통하여 표현하는것이 아니라 언어라는 틀을 통하여 사고가 형성된다는것이다. 이는 언어의 기초가 되는 어휘를 많이 장악할수록 더욱 유연하고 다채롭게 사고하며 이를 표현할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풍부한 어휘를 장악하는 동시에 유연한 사고력을 양성하는 지름길은 소설과 같은 호흡이 긴 글을 읽는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바빠졌는지 모르겠다. 인류력사상의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소비하며 나아가서는 그 정보를 재발송하며 살아가는것이 오늘의 우리이다. 너무나 바쁜 삶을 살다보니 소설과 같은 시간과 정력이 수요되는 호흡이 긴 글들은 읽지 않는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점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눈앞의 성적만을 바라보고 이에 집중하다보면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독서를 홀시하게 된다.

우리의 삶에 가장 기초가 되는 일들은 대부분 그런것 같다. 많은 시간과 정력이 수요되지만 그 효과는 썩 후날에야 나타난다. 하지만 또 가장 필요한것이 이런 기초적인 일들이다. 독서가 그렇다.

이제 다시 소설과 같은 호흡이 긴 글들을 읽고 써야 할 때이다.

【최학송 략력】

성명: 최학송(崔鶴松)

성별: 남

출생년월: 1979.10

소속: 중앙민족대학 조선언어문학부

전공: 조선족문학, 재중조선인문학

학력: 한국 인하대학 문학 박사

연변대학 조문학부 문학 학사

경력: 현재 중앙민족대학 조선언어문학부 부교수

주요 론저:

저서로는《재중 조선인 문학 연구》(2013)、《주요섭 연구》(2014), 역서로《1946년 북조선의 가을》(2006)이 있으며, 이 외에 《‘만주’체험과 강경애문학》(2007) 등 논문 2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

편집/기자: [ 최승호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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