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et] 제례를 지낼 때 사용하는 그릇인 ‘제기(祭器)’라 하면 보통 놋그릇이나 목기가 떠오르지만 조선시대(1392-1910)엔 도자 제기가 널리 쓰였다. 당시에는 금속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15세기부터 도자 제기가 많이 만들어졌고, 도자 제기는 ‘예(禮)’의 상징이자 예술품으로 자리잡았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런 조선시대 도자 제기를 조명한 ‘흙으로 빚은 조선의 제기’展이 2일 문을 열었다. 이 전시는 도자로 만든 조선 제기의 특징과 의미를 파악하고, 유교문화의 확산과 함께 도자 제기가 애용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 조선 15~16세기경에 제작된 높이 25cm의 도자 제기 ‘자라무늬 상준’
▲ ‘흙으로 빚은 조선의 제기’展에서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된 조선 도자 제기 ‘황금눈 구름무늬 준(尊, 술이나 물을 담는 그릇) 모양 제기’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연대순으로 15~16세기 중반의 ‘전기’, 16세기 후반~17세기의 ‘중기’, 그리고 18~19세기의 ‘후기’로 나눠 조선 도자 제기 216점을 선보인다. 각 시기별로 도자 제기의 특성이 뚜렷하다. 처음에는 금속 제기나 목제 제기를 본떠 만들어졌던 도자 제기가 점차 독특하고 독창적인 양식으로 발전한 예술품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제1부에선 15~16세기 중반을 중심으로 도자 제기가 금속 제기를 대체하기 시작한 시기의 유물을 살핀다. 제기의 제작교본인 제기도설(祭器圖說)의 금속 제기를 본떠 제작한 상감분청사기 제기와 백자 제기 등이 전시된다.
특히 15세기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눈 구름무늬 준(尊, 술이나 물을 담는 그릇) 모양 제기’와 ‘연꽃무늬 조(俎, 고기를 얹는 그릇)'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 조선시대 17세기에 만들어진 독창적인 백자 제기는 삼각형, 반타원형 무늬를 파낸 굽과 세로 톱니무늬 장식이 특징이다.
제2부에선 16~17세기에 제작된 독창적인 백자 제기를 담았다. 이 시기에는 임진왜란(1592-1598)과 병자호란(1636) 후 전란으로 피폐해진 향촌사회의 결속을 위해 제사가 성행했다. 16세기 백자 제기는 장식이 과감히 생략돼 문양이 단순해졌고, 17세기 백자 제기는 삼각형 또는 반타원형 무늬를 파낸 굽과 세로 톱니무늬 장식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서는 비례가 아름답고 정결한 백색을 띠는 18~19세기 제기가 전시된다. 이 시기 제기들은 굽이 높으며, 청화(靑花)기법으로 '제(祭)’자를 새겨 넣은 것이 특징이다.
▲ 조선 18~19세기에 제작된 백자 제기는 굽이 높고 '제(祭)’자가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2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테마전시실에서 계속된다.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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