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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역동적이고 난자는 수동적이라고?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8.23일 08:37
―과학과 여성 차별



인간 사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차별은 성차별일 것이다. 농경사회가 시작된 이래 대부분의 문명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았다. 아니, 부적절한 표현이다. 대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했다. 성서에 보면, 남자가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범하는 경우 그 아버지에게 은 50세겔을 지불하고 그 여자를 아내로 삼으라고 되어 있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미친 소리다.

인류가 성차별을 극복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유럽에서조차 1906년 핀란드부터이고, 미국은 1920년이 되어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보다 먼저 참정권을 가졌다. 대한민국은 건국에서부터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지만 남녀 차별은 사회 전체에 오랫동안 만연해 있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여성의 사회 진출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1985년 11월 2일자 중앙일보에는 ‘과학고, 여학생은 왜 안 받나’란 기사가 실렸다. 당시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한 과학고에는 여학생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지만 여자는 과학고에 입학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제도뿐 아니라 문화와 의식에도 뿌리 깊이 박혀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남성의 입장에서 기술된다는 말이다. 성서의 창세기에 따르면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 이는 남성이 인간의 원형이고 여성은 그로부터 만들어진 부수적 존재라는 프레임을 만든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과학적으로도 틀린 것이다. 태아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에 노출되지 않으면 여성이 된다. 완벽한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젖가슴과 엉덩이를 만들고 월경 주기를 조율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 여성 자체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는다. 즉, 인간의 원형은 여성이다. 남자가 되기 위한 특별한 조작을 가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여자가 된다.

남자는 끊임없이 정자를 재생산하는 역동적 존재이고, 여자는 태어날 때 가진 난자를 소모하기만 한다. 정자는 경쟁하며 이동하는 동적인 존재이지만, 난자는 정자의 선택을 받는 수동적 존재다. 과연 그럴까? 임신 20주째 여성 태아는 700만 개에 달하는 난자를 갖는다. 이 이후 난자는 끊임없이 죽어서 사춘기가 될 즈음이면 40만 개만 남는다. 난자의 죽음은 계속되며 잘해봐야 불과 450개만이 배란에 성공하게 된다. 그 많던 난자는 다 어디에 갔을까? 이것은 자체 경쟁을 거쳐서 최상의 난자만을 남기는 과정이다. 정자 역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수정에 이르게 되지만 잘해야 몇 시간의 경쟁일 뿐이다. 난자는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경쟁한다. 태아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난자이기 때문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유성생식은 특별하다. 유전자는 자기를 최대한 많이 남기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유성생식은 잘해봐야 유전자의 절반을 남길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암컷과 수컷은 짝을 찾는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때로 위험한 섹스를 해야 한다. 대개 한 인간의 일생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유성생식과 관계된다. 당신이 아메바같이 이분법으로 복제할 수 있다면 당장 수많은 고민이 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수많은 행복도 함께 사라지겠지만 말이다. 유성생식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당신도 생명체인 이상 유전자를 남기는 데 무관심할 리 없다. 그렇다면 유성생식을 할 상대를 구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찾기 이전에 과학적 원칙은 간단하다. 남녀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남성은 정자를 제공할 뿐 임신하는 것은 여성이다. 이 때문에 번식을 하는 데 있어 남성과 여성은 대단히 불평등한 지위를 갖는다. 아기는 남녀의 유전자를 절반씩 가지고 있는데 9개월을 생고생하는 것은 여성만의 몫이기 때문이다. 남녀의 행동을 설명하는 진화심리학의 많은 이론들이 이런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논란이 많지만 어떤 이론은 이로부터 남자의 바람기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그 반작용인지 최근 여성에 대한 차별을 넘어 혐오까지 넘쳐나고 있다. 돌이켜보라. 역사는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불리한 여성의 지위를 이용하여 착취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어차피 유전자는 똑같이 절반을 남긴다. 번식 과정에서 여성의 희생이 크다면 남성이 남녀 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만약 약자를 이용하여 이득을 얻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 당신이 강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묵묵히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말이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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