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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여성 공무원에 욕설하며 "오빠다. 커피 타와라" 말한 남성, 알고 보니

[기타] | 발행시간: 2012.06.01일 03:18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동네 주폭'

동네 전체가 '그의 놀이터' - 주민센터 가선 "커피 타와라"… 병원에 드러누워 "나 좀 고쳐라"

식당·휴대폰 대리점서도 행패

'먹잇감' 교묘하게 골라 - 여성·노점상 등 주로 공략… 공짜 술에 용돈까지 받아 내

"그놈 하나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장사도 제대로 못하고, 동네를 마음대로 다니지도 못합니다. 제발 그 사람 이사 좀 보내주세요."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동네 주민 153명이 같은 동네 주민 이모(47)씨를 "이사 보내달라"며 경찰에 탄원서를 냈다. 이씨는 10년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에 취해 동네를 돌며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렸다. 동네 전체가 이씨의 '놀이터'였다. 동네 주민들은 이씨를 '괴물'이라고 불렀고, 경찰은 전과 27범인 그를 '주폭(酒暴)'으로 못박았다.

↑ [조선일보]경찰에 주먹질 지난 28일 새벽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지나가던 시민들에게 욕을 하다가 경찰에게 제지당하자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 [조선일보]

이씨처럼 술만 취하면 이웃을 괴롭히고, 돈을 뜯는 사람들이 동네 곳곳에 살고 있다. '음주 괴물'들이다. 이들은 매일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지럽히고 고통스럽게 한다. 본지 취재팀이 서울 주요 지구대·파출소 14곳을 심층 취재해, '조폭보다 더 무섭다'는 주폭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주폭 한 명에 동네가 공포에 떤다

택시 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는 2002년부터 직업이 없다. 매일같이 술에 취해 동네 한 바퀴 도는 게 이씨의 일상이다. 매일 소주 2~3병을 마신 뒤 먼저 동네 주민센터를 찾았다. 직원들에게 "민원 상담을 해달라"며 앉아서 신세 한탄을 했다. 그가 지난 2009년 7월부터 주민센터에서 상담받은 기록만 1330건.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2번꼴로 주민센터를 찾은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상담'으로 기록됐지만, 주민센터 직원들에겐 '악몽'으로 기록돼 있다. 그가 주민센터에 올 때마다 주민센터가 난장판이 됐기 때문이다. 그가 행패 대상으로 삼은 것은 어김없이 여직원들이었다. "야, X년아 오빠 왔다. 커피 타와라"로 시작해 "이 X년들 다 죽여버릴 거야"로 끝났다. 주민들의 민원 해결 장소가 이씨의 '스트립쇼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주민센터에서 나서면 동네를 한 바퀴 돌 차례다. 이씨는 동네의 병원·약국·분식점·휴대폰대리점 등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신발을 벗고 대기실에 누워 "X발, 아파 죽는다. 나 좀 고쳐라"고 외쳤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휴대폰대리점에 느닷없이 찾아와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으니 니들이 깎아줘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술에 취해 거리를 걷다 느닷없이 약국 유리창을 깨고, 주인이 고소하자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불 질러 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활개친 또 다른 주폭 이모(49)씨도 '음주괴물'로 통했다. 성추행·폭행·상해 등 전과 11범인 이씨가 저지른 범행은 모두 술에 취한 채 이뤄졌다. 이씨가 술잔을 비울수록 양심과 자제력도 함께 사라졌다. 찜질방에서는 잠을 자고 있는 20대 여성의 가슴을 만졌다. 도로에 정차한 차량에 올라타 운전자를 폭행하고, 만취한 채 음식점에 들어가 칼을 휘두르기도 했다. 버스에 올라타서는 느닷없이 운전 중이던 운전기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배가 고프면 먹자골목의 모든 음식점이 제 집 부엌으로 보였다. 한 상인은 "이씨는 술에 취하기만 하면 가게에 나타나 '음식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며 "이씨가 다른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폭은 지능범이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주폭이지만, 눈에 보이는 사람을 무작정 괴롭히는 건 아니다.

서울 왕십리 일대에서 유명한 주폭인 노모(59)씨는 홀로 노래방이나 주점을 운영하는 40~50대 여성을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았다. 노씨는 이런 가게를 찾아가 공짜 술을 얻어먹고, 용돈을 받아 썼다. 노씨는 무작정 112에 전화를 걸어 "도우미를 고용해 불법으로 영업하는 가게가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가게를 샅샅이 뒤지면, 흥이 깨진 손님들은 하나 둘 가게를 떠났다. 노씨의 신고는 허위로 밝혀졌지만, 영업 피해는 고스란히 업주에게 돌아갔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노숙인 주폭 양모(39)씨는 포장마차 주인들을 협박해 손쉽게 돈을 벌었다. 양씨는 포장마차 주인들이 문을 열 때쯤 술에 취해 나타나 천막을 치고 물건을 옮기는 것을 도왔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양씨는 이걸 빌미로 포장마차 주인들에게 2만~3만원씩을 뜯었다. 양씨는 돈 주길 거부하는 포장마차 주인이 있으면 영업 때 주위에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손님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주폭이 저지른 행패는 한건 한건 나눠서 보기보다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개별 사건의 피해는 적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반복됐을 때 피해자들이 느끼는 물질적·정신적 고통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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