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안에서도 낙담·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푸틴에게 한판승을 빼앗겼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16일 일본 야마구치(山口)와 도쿄(東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최한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일본 국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과 국민들까지 ‘아베 외교의 실패’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측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영토문제에서 사실상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경제협력 약속만 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여당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토문제에 진전이 없었다. 국민의 대부분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핵심 당직자가 러·일정상회담의 결과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여당에서도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리는 적고, 낙담과 불만이 퍼지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당의 간부들이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영유권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았다. 진전이 없었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제1야당 민진당의 렌호(蓮舫) 대표는 푸틴 대통령이 좋아하는 유도의 용어를 인용, ‘아베 외교의 실패’를 강조했다. 렌호 대표는 “결과적으로 대규모 경제 원조로 끝이 났다. ‘히키와케’(‘무승부’라는 뜻의 유도 요어)가 아니라 ‘잇폰’(한판승)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제를 지렛대로 삼게 됐지만, 영토문제는 좌절됐다”고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평가한 뒤 “푸틴 대통령의 강경함을 일본이 잘못읽었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러시아가 이번 회담에 대해 외교적 승리라고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를 소개했다. 러시아 언론들이 쿠릴 4개섬을 양보하지 않았는데도 일본으로부터 경제 협력을 얻어낸 만큼 러시아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고 교도는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러·일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러·일 정상회담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바탕으로 1월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에 돌입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