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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 마비환자 뇌-컴퓨터 연결 팔 움직임 가능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중증 마비환자가 자신의 뇌를 컴퓨터에 연결해 자신의 생각대로 손과 팔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신경과학계에서 획기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사이클 사고 이후 8년간 목부터 모든 사지가 마비된 빌 코체바르(56)는 최근 자신의 팔과 손을 이용해 그릇에 담긴 으깬 감자를 입에 넣었다.
오하이호주 클리브랜드 소재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생물의학 연구팀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코체바르의 복원된 능력은 신경기술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미국의 또다른 연구팀이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센서를 심고 팔에 전극장치를 설치해 손을 움직이게 만든 적이 있지만, 사지마비 환자가 스스로 움직여 음식물을 먹을 수있게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코체바르는 자신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시킨 뒤 생각의 힘을 통해 오랫동안 활동을 중단한 근육을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실렸다.
연구팀을 이끈 밥 키르쉬는 “이 연구는 척추 손상을 입은 환자에게 가능성을 주고 사지마비 환자의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보여줬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 기술의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체바르가 팔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몇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브레인게이트2(braingate2)란 장치를 뇌 안에 이식한다. 이 장치는 생각을 컴퓨터 시그널로 바꿔준다. 자신의 팔을 움직이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컴퓨터 신호로 변환되는 것이다. 브레인게이트2는 96개 채널로 된 두 개의 전극 배열로 구성돼 있다. 크기는 작은 알약 정도이며,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운동 피질에 이식돼 있다.
또 다른 장치는 팔과 손에 기능적전기자극(FES)을 가하는 장치이다. FES는 마비된 근육에 적절한 강도의 전기 자극을 순차적으로 가하여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치료 행위를 말한다. 주로 장애인의 이동성을 복원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쓰인다. 그동안에는 뇌를 통해 직접 FES를 가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코체바르가 점진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야 했다. 처음에는 컴퓨터에 연결된 뇌로 실제 팔을 움직여 가상 현실을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게 했다. 연구팀은 4개월간 훈련 끝에 코체바르가 자신의 사지를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오른쪽 팔에서 어깨까지 36개의 FES 전극을 이식했다.
사지마비로 수년간 근육을 쓰지 않아 상황이 곧바로 좋아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1년간 코체바르의 팔과 손에 전기자극을 주는 것을 계속 했다. 점차 운동 범위가 향상됐고, 휴지로 코를 긁는데 이어 빨대로 물을 마시더니 결국 스스로 먹는 게 가능해졌다.
이제 그는 각 관절을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술을 마시거나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근육이 조율된 방식으로 움직인다. 연구팀이 코체바르에게 어떻게 팔에게 명령을 하느냐고 묻자, 그는 “정말로 힘들이지 않고 ‘밖으로(out)’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8년간 부상을 입고 움직일 수 없었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워싱턴대학의 신경과학자 스티브 펄머터는 “이 연구는 마비된 팔을 신경보정술로 다관절 운동을 하게 하는 첫 번째 획기적인 보고서”라며 “그러나 이 치료법은 실험실 밖에서 사용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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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