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사립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A씨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4년 전 지도교수로부터 부탁 아닌 부탁을 받았다. 특수대학원인 경영전문대학원에 다니는 B씨가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바빠서 논문 쓸 시간이 없으니 석사학위 논문을 대신 써주라는 것. 교수는 논문의 주제는 자신이 준비했으니 부담 갖지 말라며 A씨에게 논문 대필을 맡겼고, 연구비로 쓰라고 돈까지 쥐어줬다. A씨는 "특수대학원생의 논문을 지도교수 지시로 대필했다는 대학원생들의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다"며 "황당한 요구였지만 지도교수의 말을 어겼다간 학위를 따는 데 불이익을 당할까 봐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영대학원, 정책대학원 등 특수대학원을 중심으로 이런 연구부정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것은 대학들이 오래 전부터 이들 대학원을 돈벌이 창구로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영대학원 교수는 "특수대학원은 학과 수익사업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학생 유치에 골몰하다 보니 논문 심사 과정은 허술하고 위의 사례처럼 교수가 나서서 대필자를 소개하는 일까지 나온다. 지주형 학술단체협의회 학술위원장(서강대 교수)은 "특수대학원의 경우 일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수업 준비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어서 일반대학원생에게 논문을 대필해 주면 사례를 하겠다는 제안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표절은 더욱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학위가 목적이 아닌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과정인 경우 연구윤리가 문제 될 일이 별로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특수대학원이라 하더라도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는 과정이라면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도 교수들의 인식은 거리가 멀다. 한 정책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학계에 몸 담을 사람도 아닌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다른 경영대학원 교수는 "과정을 너무 어렵게 하면 손님이 떨어져 나가고 또 쉽게 하면 '개나 소나 다 한다'는 소문이 나 손님이 준다. 장사를 위해서는 적당히 타협한 과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운영의 묘가 필요할 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몇몇 대학 관계자들이 특수대학원도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킨다는 의미에서 '정규대학원'이라고 표현하는 사실은 거꾸로 많은 특수대학원을 정규 교육으로 보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