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대화 위한 탐색전 되나
北 최선희 미주국장, 美 이란 협상 전문가 참석한 듯
지난달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태양절행사. 평양=AP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8~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한 당국자와 북한 관련 미국 민간전문가가 만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형식의 ‘트랙 1.5 대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간 만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중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과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접촉한 뒤 6개월만으로 본격 대화를 위한 탐색전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달 ‘최대 압박과 관여’로 요약되는 새 대북기조를 발표한 가운데 북한 측은 이번 만남을 통해 미국 측 진의를 타진한 뒤 대화국면으로 전환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9일 UPI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은 8일부터 이틀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한 호텔에서 접촉을 가졌다. 북한 측에서는 최선희 국장 등이, 미국 측에서는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 싱크탱크’ 국장 겸 선임연구원,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슬로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당국자들도 외무성 산하 기관 연구원 자격으로 참가한 만큼 트랙 1.5 대화라기보다는 민간 차원 ‘트랙 2.0 대화’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측이 “이 만남은 트럼프 행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번 만남에서 북미는 북핵 협상 및 북미 관계 조건 가능성, 억류된 방북 미국인 석방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대화에 참석한 미국 측 인사 중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 싱크탱크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이란간 관계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을 분석하거나 제안하는 ‘미국-이란 이니셔티브’ 책임자로, 이 때문에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타진할 때 이란의 전례를 참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식 해법이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공조해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해 핵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는 방법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독일이 가세한 주요 6개국은 2015년 7월 대이란 경제제재를 푸는 대신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