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중국 은행들에 지침
"쇼핑 줄 것" 한국 관광업계 긴장
오는 9월부터 중국인이 해외에서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등 은행 카드로 1000위안(약 16만5000원) 이상을 소비할 경우, 관련 거래 정보가 모두 중국 정부에 보고된다. 자금 세탁 등을 차단한다는 명분이지만, 유커(遊客·관광객)의 해외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인의 은행 카드 해외 사용액은 1200억달러(약 134조원)에 달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 2일 중국 각 은행에 '은행 카드의 해외 거래 정보에 대한 보고 지침'을 하달했다.
세계관광기구(UNWTO)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지난해 1억3500만명이 해외에 나가 미국인보다 두 배 많은 2610억달러(293조원)를 지출했다. 1인당 평균 2000달러(225만원)를 쓴 셈이다. 앞서 지난해 중국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인롄(銀聯)카드의 해외 인출 연간 한도를 금융 당국에서 10만위안(약 1660만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 차이신망은 "중국인 해외 카드 결제액의 80% 이상이 1000위안 이하의 소액 결제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해외 카드 사용 관련 통계의 투명성과 질을 높이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업계는 일단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최근 중국 측의 강경했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다소 느슨해지는 징후를 보였는데, 다시 강경한 국면으로 접어들까 우려하는 것이다. 국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오는 이유 중 70%가 쇼핑 때문이었는데 해외 거래를 감시한다고 하면 예전만큼 쇼핑을 못 할 것이고, 그럴 경우 그들이 한국 에 안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관계 개선에 희망을 걸던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며 "다만 중국인 관광객은 상당수가 현금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atticus@chosun.com] [이혜운 기자]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