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두통 있을 때마다 ‘두통일기’ 써보세요”
두통은 누구나 일생에서 한 번쯤 겪는 증상이지만 아이들의 두통은 어른들에게 단순 꾀병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소아두통은 아이의 건강 이상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신호일 수 있다. 특히 아이의 두통은 종류가 다양하고 향후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미쳐 반드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꾀병이라고 단정짓기보다는 아이를 세심히 관찰해보자. 특히 아이가 두통을 호소할 때마다 통증양상과 시간, 빈도 등을 기록하는 두통일기는 의사가 아이의 두통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내는 데 귀중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소아 두통은 원인이 다양하고 다른 위험한 질환을 알리는 경고신호일 수 있어 섣불리 꾀병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이가 두통을 호소할 때마다 통증양상과 시간, 빈도 등을 기록하는 두통일기는 향후 의사가 아이의 두통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구토·복통 동반하는 ‘편두통’
편두통은 보통 8~10세에 처음 나타난다. 통증은 한 번 발생하면 30분~2시간 정도 지속되다 사라지며 특히 아이들은 복통과 구토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 역시 편두통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잠이나 휴식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
■끈질긴 통증 ‘만성 편두통’
아이 역시 어른과 마찬가지로 편두통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한 달에 15일 이상 3개월간 두통이 지속되는 만성 편두통으로 악화될 수 있다. 아이가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지고 일상생활은 물론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응력과 학습의욕까지 떨어지게 된다.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는 “편두통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진통제(부루펜, 타이레놀 등) 또는 트립탄 제제, 칼슘통로 차단제 등으로 치료한다”며 “이를 통해 편두통의 정도와 횟수가 60~70%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감기, 뇌수막염 등의 주요 증상
아이가 감기나 목감기, 뇌수막염 등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 역시 두통이다. 이 경우 대개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 두통도 사라진다.
■뇌종양 위험신호일 수도
아이의 두통은 두개골 내에 종양이 생기는 소아 뇌종양의 위험신호일 수도 있다. 뇌종양을 의심할 수 있는 주요 증상은 대천문(신생아의 앞숨구멍)이 열려 있는 아기인 경우 대천문이 부어오르며 그보다 나이가 많은 어린이에서는 두통, 구토, 제6뇌신경마비(양쪽 눈이 가운데로 모임), 의식변화 등이 나타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윤완수 교수는 “뇌종양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성인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힘든데 특히 아이들은 스스로 아픔을 잘 호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며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질 때 ▲두개 봉합선이 벌어지거나 대천문이 돌출할 때 ▲잦은 구토가 있거나 잘 먹지 못할 때 ▲눈을 맞추지 못하거나 발육이 느릴 때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성장기에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어 평소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뇌종양 의심증상을 보일 때는 서둘러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아이의 두통 현명하게 해결하려면 기록해라?
경미한 두통은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거나 조명을 약간 어둡게 하고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 역시 정확한 진료를 받지 않고 진통제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진통제로 인해 두통이 발생할 수 있고 뇌의 심각한 이상도 놓칠 위험이 있어 반드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병원을 찾기 전 두통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의 ▲두통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얼마나 자주 있는지 ▲하루 중 어느 때 발생하는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머리의 어느 쪽이 어떻게 아픈지 ▲얼마나 심하게 아픈지 ▲두통이 있을 경우 동반되는 다른 증상은 없는지 ▲두통의 유발요인이나 경감요인은 없는지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수정 교수는 “두통일기를 쓰다 보면 두통이 어떠한 성격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사소한 두통은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며 “무엇보다 의사가 아이를 진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