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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가를 아시나요, 요즘 남자들이 푹 빠진 이 운동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12.04일 08:15
‘브로가(Broga)’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남자를 뜻하는 브로(Bros)와 요가(Yoga)의 합성어로 2~3년 전부터 미국·독일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운동이다. 요가는 '금남의 영역'이라 할 만큼 여자가 절대 다수였던 게 사실. 하지만 최근 달라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요가 인구의 남녀 성비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2015년 미국요가협회 자료). 국내에서도 비슷한 조짐을 보인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최근 남성 소비자가 한 달 간(5월16일~6월15일) 구매한 품목 중에 요가매트·짐볼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58% 증가했다고 밝혔다. 본래 요가는 수련에서 시작된 바. 남자 수련생이 훨씬 많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 봐야할까.

남자 위한 요가 세계적 유행

유연성·균형감 키우며 스트레스 날려

뻣뻣한 남자 기자의 체험기

어찌됐든 한국에 막 상륙한 '브로가' 체험을 위해 일일 클래스를 찾았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에서는 2016년 10월부터 한 달에 두 번, 남자들을 위해 이 브로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1월 27일이 마침 그날이었다. 퇴근 후 서울 시청역에서 전철을 타고 압구정로데오역으로 향했다.



서울 신사동 룰루레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매달 두 차례 남자를 위한 요가 '브로가' 수업이 진행된다. 퇴근 후 이곳에 몰려든 남자들이 진땀을 흘리며 요가에 열중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브로가를 해보겠다 마음 먹은 건 요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헬스장에서 무료 요가·필라테스 강의를 할 때 띄엄띄엄 배운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나 태국 코팡안 등에 갔을 때도 여행자 대상 요가 클래스를 들었다. 공통점은 늘 남자 요기(요가를 하는 사람)는 5~10%에 불과했다는 것. 어느 날은 여자 요기 30여 명에 둘러싸여 남자론 혼자 요가를 한 적도 있다. 특정 동작에서 비명을 내지르면 여자 강사와 수강생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청일점이어서 부끄러운 것보다 주로 여성을 위한 요가 동작들이라 아쉬웠다.





브로가는 근육량은 많지만 유연성이 부족하고, 몸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 남자에게 적합한 동작을 중심으로 한다. 우상조 기자

그럼에도 요가를 제대로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몸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아서다. 농구·축구를 하다가 수차례 접질린 오른쪽 발목, 등산 중 다친 오른쪽 무릎,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굽은 목과 등이 늘 불편했다. 그리고 남자에게 진짜 필요한 건 알통이 아니라 유연함이며, 온종일 시달린 머리를 식히고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 절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뻣뻣해도 다들 열심히 따라한다. 우상조 기자

이날수업은 오후 8시30분 시작됐다. 옷을 갈아입고 지하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남자 목소리, 남자 냄새가 충만한 공간이 도리어 어색했다. 복장은 제각각이었다. 몸에 밀착된 타이즈를 입은 요기가 있는가 하면, 헐렁한 트레이닝복 차림도 있었다. 남자 요기 10여 명 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빈야사 요가를 중심으로 하겠습니다. 강도는 조금 세게 갈게요.” 윤민화 강사였다.

빈야사는 산스크리트어로 ‘흐르다’라는 뜻이다. 호흡과 동작의 연결을 중시하는 요가의 한 갈래다. 정신 수양보다는 근력과 유연성 향상에 집중한다. 미국 요가 인구의 40%가 빈야사를 하고 있다. 그동안 체험한 요가도 빈야사여서 해 볼만 하겠다 생각했다.



11월23일 서울 신사동 룰루레몬 매장에서 진행된 브로가 수업은 꽤 강도가 셌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활용하는 동작이 많았다. 우상조 기자



남자들도 요가를 진지하게 대한다. 브로가는 웬만한 근육운동보다 더 힘이 들었다. 우상조 기자

착각은 10분 만에 깨졌다. 동작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금세 옷이 흥건해졌다.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과 발목 관절의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은 원래부터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것보다 템포가 빨랐다. 강사가 “숨 들이마시며 쭉 뻗고, 숨 내쉬며 밀어올리고!”라고 강사가 외치는데 계속 반박자씩 늦었다. 호흡을 정확히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난이도가 높은 브릿지 자세. 이날 참가자 중 이 동작을 소화한 요기는 서넛에 불과했다. 우상조 기자



난생 처음 시도해보는 자세여서 쩔쩔매는 기자의 모습. 무릎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동작이다. 우상조 기자

엎드린 채 엉덩이를 하늘로 높이 세우는 ‘견상 자세’나 한쪽 무릎을 굽히고 반대쪽 다리를 뒤로 쭉 뻗은 뒤 상체를 세우는 ‘전사 자세’는 익숙했다. 그러나 몸을 뒤틀어 아치 모양으로 만드는 자세, 두 팔을 바닥에 지지한 채 몸을 띄우는 일명 까마귀 자세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다. 어떤 동작이든 척척 해내는 고수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쩔쩔맸다. 아예 어려운 동작을 포기하고 드러누운 이도 있었다. 측은지심, 전우애가 느껴졌다.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늘 그렇지만 매트에 누워 요가를 마무리하는 순간에는 카타르시스가 몰려온다. “미간에 힘을 빼고, 눈동자 뒤쪽의 긴장을 풀고,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풀벌레 소리와 차분한 현악기 연주가 조화를 이룬 음악을 눈감고 들으니 잠시 다른 세계로 온 듯했다.

DA 300



“나마스테.” 인사를 하고 수업을 마쳤다. 샤워실에서 땀을 씻고,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모든 남자들의 얼굴 표정이 비슷했다. 강습 전의 지친 표정은 사라지고 뿌듯한 미소가 어렸다. 룰루레몬 브로가 수업 개근생인 김순도(29)씨는 “브로가 하는 곳이 드물어 집과 직장이 모두 경기도 용인이지만 일부러 여기까지 온다”며 “수업에서 배운 동작을 집에서 꾸준히 연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허벅지가 저리고 어깨가 뻐근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몸이 결린 게 아니라 안 쓰던 근육을 자극했으니 죽어있던 몸의 세포들이 살아난 기분이었다. 한 번으론 어림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12월 어느날, 퇴근 후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를 다시 찾을 것이다.

현재 룰루레몬은 신사동 플래그십스토어뿐 아니라 삼성동 파르나스몰,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매장에서도 무료 수업을 한다. 여자와 함께하는 요가·필라테스 프로그램도 있지만 요즘은 브로가가 워낙 인기라 블로그에서 접수를 받은 뒤 스무 명을 추첨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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