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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소고기국밥에서 피여나는 소소한 행복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9.10.31일 15:35
 



―북경 망경 ‘아바이’ 국밥집 차성희 사장의 창업이야기 들어본다 

북경 망경에서 오래동안 생활해온 조선족들에게 ‘아바이’ 국밥집은 익숙한 곳이다. 2000년대 초반에 개업한 조선족 차성희 사장의 ‘아바이’ 국밥집은 줄곧 값도 싸고 맛 또한 좋은 국밥과 볶음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장사가 잘되면서 한때는 3개의 직속 분점까지 차려 4개의 국밥점이 동시에 운영되기도 했다.

차성희 사장은 료식업계에서 개인 노력으로 성공을 이룬 가장 전형적인 모범사례다. 10여년간 식당을 운영해오면서 집을 장만했고 자식을 대학에 보냈으며 지난해는 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왕징 상권에서 고급 한식의 대표식당인 ‘삼부자’를 인수했다. ‘삼부자’는 국밥이 아닌 불고기 등 한식을 주로 다루었지만 여전히 손님들의 입맛을 잡아 개업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지난 세기 90년대 말, 22살이던 그는 구조조정으로 고향의 국영기업에서 해임되면서 처음으로 동북을 떠나 천진에 와 한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도 안돼 회사를 바꾸었고 또 1년도 안돼 새롭게 찾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차성희는 자신이 남의 밑에서 일하는 ‘체질’이 아님을 스스로 깨달았다. 성실하게 노력을 통해 돈을 벌고 싶었지만 회사 출근을 통해서는 아니였다. 그는 식당을 차려 직접 사장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고 싶었다.

그런데 식당을 차릴 자금이 없었다. 다행히도 한국회사에서 출근을 한 경력 덕분에 한국행 비자가 순리롭게 내려왔다. 그때까지도 한국행이 쉽지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거금을 들여 려권을 만들고 비자를 받을 때였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며 돈을 버는 한편 식당일을 배울 계획이였다.

식당 카운터에서 손님 마중으로 한국 로무생활을 시작한 그는 한국 식당의 손님맞이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복무원은 물론 사장까지 문어구에 나와 머리 숙여 손님을 맞이했다. 이는 차성희에게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이였다. 손님들은 돈을 내고 소비를 하고 식당은 돈을 받고 음식을 제공하는 서로가 평등한 사이인데 무엇때문에 이렇게 ‘자존심을 버리기’까지 하면서 공손하게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지 그는 리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에 처음에는 모든 직원들이 머리 숙여 손님에게 인사를 할 때 그는 고개를 쳐들고 그냥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말만 건네였다. 사장은 그를 불러내 한바탕 서빙교육을 진행했다. 그때 그는 남을 존중하는 자체가 바로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카운터에 서 있던 그는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어느 꼬마가 잘 먹고 간다며 머리 숙여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그는 꼬마의 뒤모습을 보며 식당 사장의 말을 다시 한번 외웠다.

차성희는 서빙에서 시작해 식당 주방일도 배웠고 한국에 갈 때마다 식당도, 음식종류도 바꾸어가면서 일거리를 찾았다. 여러 분야의 식당일을 한번씩 체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3년간 그는 한국에 10여번을 다녀오며 경험을 쌓았고 식당 차릴 종자돈을 마련했다. 시기가 성숙됐다고 판단한 그는 남편과 함께 가게 자리를 찾아보다가 류동인구가 많은 북경의 망경을 택했다. 2000년대 초반은 한국 기업이 대규모로 망경에 자리잡고 많은 한국인과 조선족이 망경에 모여 살기 시작한 시기였다.

개업을 앞두고 차사장은 식당을 차렸다가 망하면 다시 한국으로 가겠다는 각오까지 하고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식당은 첫날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새벽시장에 나가 구입한 신선한 소뼈로 우려 만든 소탕은 불티 나게 팔려나갔고 4개 테이블만 있는 작은 가게는 손님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가게앞 마당에 간이식탁까지 차려야 했다. 한국에서 배운 친절한 서빙은 손님들의 대환영을 받았다. 아주 편안하고 자기 집에 온 느낌이라는 것이 손님들의 피드백이였다.

차사장은 “무미건조하게 일만 하며 하루를 보내기보다 손님들의 기쁨, 번뇌와 이야기를 들어주며 친구가 되여주는게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맛있는 국밥은 망경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차사장과 같은 친절한 식당 사장은 찾기 힘든게 사실이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바이’ 국밥집을 찾은 손님들은 식사를 하면서 사장과 얘기를 나누며 업무때문에 쌓인 마음 속의 응어리들을 풀었다. 현재까지 10여년간 ‘아바이’ 국밥집을 경영해 오며 단골손님들이 너무도 많아 구체적인 수를 잘 모르겠다고 웃으며 얘기하는 차사장, 그에게 손님은 더 이상 손님이 아닌 친구였다.

식당을 운영해오면서 일찍 경제적 해방을 실현하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운 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 차사장은 아들이 태여나기 전부터 식당일에 바삐 돌아치다보니 녀동생네 집에 아들을 맡겨야 하고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아들과 한 대화가 “밥은 먹었느냐”, “숙제는 했느냐”, “빨리 자거라” 세마디가 전부일 때가 많았다고 한다.

엄마보다 이모와 더 친한 아들을 어떻게 돌려세울까 고민도 많이 해보았으나 계획했던 가족활동은 식당일에 시간을 모조리 뺏겨버려 종종 무산되곤 했다. 한번은 일찍 돌아와 아들을 옆에 눕혀 놓고 함께 자려고 했는데 눈을 떠보니 아들이 어느새 잠자리를 이모 곁으로 옮겨가더라고 한다. 하자만 아들은 바르게 성장해주었고 또 2016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하북공업대학 컴퓨터학과에 진학하여 현재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아들은 현재 졸업을 앞두고 학업도 바쁘지만 설대목이나 일손이 딸릴 때 식당일도 돕는다. 성실하고 바르게 자라준 아들과 함께, 그리고 친구같은 손님을 매일 맞이하는 차사장은 더이상 바랄게 없으며 그 소소한 행복에 만족한다고 한다.

/한동준(《민족단결》잡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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