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등 음주문화가 바뀌면서 술 때문에 간이 손상된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간 질환 진료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술 때문에 병원을 찾은 알코올성 간 질환자가 17.8% 감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알코올성 간 질환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한 지방간, 간염, 간경화증 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코올성 간 질환자는 2006년 18만3427명에서 2010년 15만723명으로 약 3만3000명이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권의정 연구원은 "간질환이 줄어든 것은 와인이나 막걸리 등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문화 때문"이라며 "이전처럼 술을 오래, 많이 마시는 사람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주류 출고량은 343만4000KL로 2009년(333만3000KL)보다 약 3% 증가했으나, 전체 주류 출고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주와 맥주 출고량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감소했다. 대신 알코올 도수가 19도 이하인 저도수 소주 출고량은 3만4413KL로 전년(1만7150KL)에 비해 2배가량 급증했다. 또 양주 출고량이 줄고 막걸리·와인 출고량은 느는 추세다.
알코올 중독자도 감소하고 있다.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정신질환인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의존·남용)'를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한 사람이 2001년 15.9%에서 2011년에는 13.4%로 줄었다.
"최근 1년 사이 '알코올 사용장애'를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도 2001년 6.8%에서 2011년 4.3%로 감소했다.
알코올성 간 질환자는 남성이 약 86~87%, 여성이 약 12~13%로 남성간 질환자가 여성보다 약 6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가 각각 26.4%와 29.6%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알코올성 간 질환자가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년층은 여전히 술 때문에 간질환을 많이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맹제 서울의대 정신과 교수는 "소비되는 술의 양은 줄지 않았지만 자제하지 못하고 2차·3차까지 가거나 다음 날 일을 못할 정도로 폭음을 하는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며 "술에대한 사회적 시각이 예전처럼 관대하지 않다 보니 병적으로 술을 마시는 이들도 줄고, 술로 인한 병에 걸리는 이들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 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