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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女배우 1억 떼먹고 도망간 곳이…충격

[기타] | 발행시간: 2012.09.09일 00:03
대한민국 흥신소에서 생긴 일…'추적자'보다 흥미진진

유독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선 옛 연인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많다. 수임료는 들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100% 현금 진행. 예비 며느리의 뒷조사를 부탁하는 재벌 사모님의 은밀한 작업도 있다. 흥신소 영역에서 명탐정으로 불리는 사람의 실화다.

‘김창렬의 올드 스쿨’(SBS 파워 FM)을 쓰는 라디오 작가 이재국을 만났다. “제 취재원 중에 흥신소 사람이 있는데…”라면서 나온 이야기를 듣느라 기자는 커피 리필을 두 번이나 할 정도로 ‘완전 몰입’을 했다. 웬만한 라디오 사연보다 흥미진진한 이 사연들을 그냥 묻어둘 수 없었다.

며칠 전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는데 ‘명탐정 김 실장’을 통해 극적으로 이를 되찾은 이재국 작가의 실화 또한 ‘추적자’ 못지않게 재미있었다. 성공률 99%, 건당 500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받으며 일하는 청담동의 사설탐정, 김 실장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펼쳐진다.

내 딸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되찾아야 했다… 아이폰 추적자

명탐정 김 실장의 영업 원칙 1_그는 불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리한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특히 ‘억울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데는 발 벗고 나선다. ‘불법’을 자행하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법 공부를 한 덕에 웬만한 경찰, 법조인만큼 법에 해박하다.

상암동에서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 회의를 하고 팀원들과 맥주를 한잔했다. 그리고 두 시경 택시를 나눠 타고 헤어졌는데 난 너무 졸린 나머지 깜빡 잠이 들었고 새벽 2시 반경 ‘이태원 제일기획’ 앞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다가 혹시나 하고 주머니를 뒤져봤더니 아이폰이 없었다. 난 서둘러 큰 길로 나가봤지만 택시는 이미 떠나고 없었고 난 부랴부랴 집으로 뛰어 들어와 아내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저씨 저 좀 전에 ‘제일기획’ 앞에서 내린 사람입니다. 뒷자리에 아이폰을 두고 내려서요. 아까 그 자리로 갖다 주시면 제가 택시비 드릴게요.” 그런데 그 기사 아저씨는 “죄송합니다. 저는 돌려드릴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더니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순간, ‘이.게.뭐.지’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멍했고 그 뒤로 20통도 넘게 전화를 했지만 그 아저씨는 받지 않았다.

난 억울한 마음에 잠도 설친 채 아침에 내 전화에 다시 전화했지만 아예 꺼져있었다. 그 아이폰에 다른 것은 다 필요 없지만 사진 폴더에 딸 사진과 동영상이 2500개 넘게 저장돼 있었다.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사진을 찾아야 했다. 물론 미리 백업을 해놨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난 한 번도 백업을 하지 않았고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증오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100% 중국이나 유럽으로 팔아넘겼을 거야. 아이폰4s는 신형이라 40만원 넘게 받을걸. 아마 못 받을 거야. 그냥 보험 처리해.” 하지만 내가 필요한 건 새 전화기가 아니라 아이 사진과 동영상이 담겨 있는 그 아이폰이었다.

분한 마음에 용산에 있는 kt서비스 센터를 찾았고 거기에서 위치를 추적해보니 내 전화기는 아직 유럽이나 중국으로 가지 않고 충정로에 합동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난 순간 좋은 방법이 떠올랐고, 인터넷에서 합동에 있는 운수 회사를 모두 찾아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차 번호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그 운전자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 내 친구 명탐정 김 실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명탐정 김 실장은 사설탐정이며 빌 게이츠 개인 전화번호도 500만원만 주면 알아낼 수 있다는 흥신소를 하는 내 친구였다. 명탐정 김 실장에게 내 사정을 얘기했더니 “그래? 어제 택시를 탄 시간이 몇 시야?” “택시를 탄 곳은? 큰 길이었어? 작은 길 이었어. 오는 택시를 잡아서 탔어? 아니면 서 있던 택시 탔어? 그리고 내린 곳은 어디야?” 계속해서 질문만 했다.

그러더니 지금 당장 상암동으로 가서 내가 택시를 탄 사거리에 cctv가 있는지 확인하고, 관할 구청으로 가서 택시에 현금 1000만원과 중요한 계약서를 두고 내려 cctv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하면 보여줄 거라고 했다. 그래, cctv가 있었지! 난 바로 김 실장이 시키는 대로 마포구청에 갔지만, 마포구청에서는 사적인 이유로는 공개할 수 없다며 반드시 경찰 입회 하에서만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경찰? 어떡하지? 순간 당황한 나는 또다시 김 실장에게 전화를 했고 김 실장은 “일단 마포구청 앞에서 112에 신고를 하고 현금 1000만원이 든 가방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고 얘기해! 그리고 경찰이 오면 함께 cctv 좀 확인시켜 달라고 해.” 역시 김 실장은 명쾌했다. 모든 것이 그의 각본대로 돌아갔고 난 cctv 확인 끝에 택시 번호를 알아냈다. “택시 번호 알아냈으면 국번 없이 120번!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서 그 택시가 어느 회사 소속인지 알려달라고 말해. 그리고 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운전 기사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해.”

그렇게 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택시 기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난 담담한 목소리로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김OO 기사님. 어제 새벽에 제일기획앞에서 아이폰 두고 내린 사람입니다” “… …” 기사는 말이 없었다. 이해한다. 아마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겠지. 난 다시 한 번 간곡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죄송한데 전화기 좀 돌려주세요. 다른 건 상관없는데 거기에 딸이랑 저랑 찍은 사진이 2500장이나 들어 있거든요.” “그 전화 저한테 없어요. 잃어버렸어요.” 그는 갑자기 전화기를 꺼버렸고 난 너무 화가 나 경찰에 신고하러 갔다. 경찰서에서 분실 신고서를 쓰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저기 혹시 이재국님 되십니까?” “네, 전데요. 누구시죠?” “kt 고객센터인데요. 아이폰 분실 신고 하셨죠? 지금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분실물 습득 신고가 들어와서요. 어떤 분이 길에서 주웠다고 하면서 방금 맡기고 갔다고 접수가 들어왔습니다”

다음날 난 아침 일찍 서울 중앙우체국으로 가서 내 소중한 아이폰을 찾았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폰에 저장해놓은 모든 정보를 백업했고 그날 이후 난 명탐정 김 실장을 신뢰하게 됐다. 그리고 김 실장 옆에서 그가 더 많은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걸 지켜보게 됐다. 치사하게 돈을 떼먹고 도망간 사람들을 찾아낸 사건, 남편의 간통 증거를 잡아달라는 아내의 이야기, 반대로 아내의 간통 증거를 잡아달라는 남편의 이야기, 순수하게는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강남 아주머니들의 생생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이제는 그 기록들을 낱낱이 공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디에 있든 찾아드려요… 쫓기는 뮤지컬 여배우

명탐정 김 실장의 영업 원칙 2_ 그는 ‘떼인 돈을 받아주는’ 일은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돈을 들고 튄’ 양심 없는 사람들을 찾아주는 데까지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이후의 일은 당사자끼리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김 실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찾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했다. 남자의 목소리가 젊은 걸로 봐서는 ‘첫사랑’을 찾고 있는 건 아닌 듯했다. 김 실장이 미팅 약속을 잡았고 나도 함께 만나러 갔다. 의뢰인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였다.

“IT 쪽에서 일하는데 매일 일도 늦게 끝나고, 술 한잔하려고 해도 만날 친구도 별로 없고 그래서 혼자 술만 마시면 안마를 받으러 가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분당에 있는 안마시술소에서 그녀를 만났는데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것 같아서 그녀를 보러 자주 갔죠. 그녀는 자기가 한때 뮤지컬 배우였는데 생활이 어려워서 이쪽 일을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자주 가다 보니까 서로 전화번호도 주고 받게 됐고 자주 연락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너무 슬프게 울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어머니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해서 전 믿고 그녀에게 1억원이라는 돈을 빌려줬어요. 그런데 그다음 날부터 연락이 안되고 안마시술소에도 안 나오고 휴대폰에 메시지를 남겨놔도 연락이 없고…. 그녀가 유명한 뮤지컬에 앙상블로 출연했던 배우라는 사실이과 전화번호 말고는 아는 게 없어요. 그녀를 찾아주세요.”

그는 정식으로 일을 의뢰했다. 하지만 명탐정 김 실장은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아주는 사람이지, 떼인 돈이나 못 받은 돈을 받아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일단 그 점을 서로 명확하게 약속한 뒤 작업에 착수했다. 명탐정 김 실장이 먼저 찾아간 곳은 뮤지컬 제작사 사무실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김 실장은 자신을 뮤지컬 제작자라고 소개하며 섭외하고 싶은 여배우가 있는데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했다. 제작사에서 흔쾌히 배우의 연락처를 알려줬지만 그 번호는 이미 결번 상태였다.

그러자 김 실장은 그 여배우의 이름으로 미니홈피를 수배하기 시작했다. 5명의 직원이 3일 동안 미니홈피를 뒤진 끝에 결국 그녀를 찾아냈다. 하지만 미니 홈피 역시 업데이트를 안 한 지 오래였다. 3년 전 사진만 몇 장 올려져 있을 뿐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고 방명록에도 스팸 글만 가득한 상태로 최근 정보는 찾기 어려웠다. 한 가지 소득이 있다면 그녀의 이메일 아이디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미니홈피를 통해 아이디를 알아낸 김실장은 그 아이디로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네이트와 구글까지 모두 검색하며 ‘신상 털기’에 들어갔다.

그렇게 5명의 직원이 1주일 동안 밤낮없이 그녀의 신상 정보를 털다가 흥미로운 소스를 하나 발견했다. 그녀가 다음 카페에 올린, 자신이 보컬 레슨을 해주겠다며 배우 지망생을 모집하는 광고 글이었다. 혹시 예전에 올린 글인가 봤더니 보름 전에 올린 글이었다. 아이디는 일치했지만 전화번호는 모르는 번호였기에 김 실장은 신중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중학생 딸이 레슨을 받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물었다. 결국 일산에서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김 실장은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실장은 의뢰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서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그녀가 앉아 있는 걸 확인한 뒤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의뢰인에게 넘겼고 의뢰인과 김 실장의 거래는 끝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실장과 나는 커피숍 밖에서 둘의 만남을 지켜봤다. 여자는 무척 당황해했지만 남자는 애써 침착하게 무언가 설명하는 듯했다. 김 실장은 그 모습을 스마트 폰으로 찰칵 찍으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증거는 남겨둬야지.”

첫사랑을 찾아주세요… 50대 아줌마의 추억

명탐정 김 실장의 영업 원칙 3_유독 ‘강남 아줌마들’들로부터는 옛 연인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가정이 있는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회의는 은밀하게, 수임료도 들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100% 현금을 받고 진행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김 실장이 잠복근무 중인데 오늘은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며 막걸리나 한잔 마시자고 연락해 왔다. 무슨 사건이냐고 물어봤더니 첫사랑을 찾고 있는 중이란다. 첫사랑치고는 참 드라마틱한 첫사랑이었다.

며칠 전 한 중년 여성이 전화를 걸어 청담동에 있는 모 카페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웬만하면 자기 사무실에서 상담을 하지만 왠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고 이렇게 명탐정을 오라 가라 하는 의뢰인은 대부분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김 실장은 기꺼이 청담동 카페로 달려갔다. 역시나 럭셔리한 부인의 자태. 부드러운 실크원피스에 검은 선글라스까지. 누가 봐도 귀티가 흘렀다.

“사람을 찾고 싶습니다. 좀 오래전에 알던 사람인데…… 꼭 만나고 싶습니다. 제 얘기를 좀 길게 해도 될까요? 저는 1982년도에 대학교 1학년이었고 그 시절 봉사 활동을 갔다가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졌어요. 그런데 남자 집이 좀 가난했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 반대가 심했죠. 우리는 작은 방을 하나 얻어서 같이 살았는데 저희 집에서 그걸 알고 난리가 났죠.

결국 아버지가 몹시 화가 나셨고 그 남자는 바로 영장이 나와서 군대에 갔고 전 원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정해주신 남자와 두 번 만나고 결혼해서 강제로 영국으로 이민을 갔어요. 물론 저랑 결혼한 남자는 참 자상하고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었어요. 처음엔 헤어진 남자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웠지만 세월이라는 게 뭔지 조금씩 잊혀지더라고요. 그렇게 영국에서 20년 넘게 살았고 돈도 많이 벌었어요. 한국에 돌아와 분당에 10층짜리 빌딩도 하나 샀지요. 남은 인생을 우리나라에서 편하게 살고 싶었는데 6개월 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났어요. 정말 죽는구나 생각했죠. 나중에 들어보니 3일 동안 못 깨어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경을 헤매던 3일 동안 제 꿈속에 옛날 그 남자가 나타나 저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줬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그래서 제가 미안하다고 펑펑 울면서 그 남자에게 애원을 했죠. 그 남자가 우리 꼭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빨리 정신을 차리라고 해서 눈을 떠봤더니 중환자실이더라고요. 그렇게 큰 사고를 겪고 나니까 돈도 필요 없고 그 남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때 아무 말도 못하고 떠났던 날 용서해달라고, 정말 사랑했다고 얘기하고 싶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사람 이름이랑 대학교밖에 생각이 안 나요. 내가 82학번인데 그 사람도 82학번이었는지, 나보다 선배였는지……. 그 사람을 찾아주세요. 꼭 찾아야 합니다.”

명탐정 김 실장은 강남 부인들에게서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일은 많이 들어오지만 이번 일은 뭔가 좀 드라마틱해서 더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작업에 착수했다. 일단 인천에 있는 대학교 동문회를 찾아가 그녀와 함께 학교를 다녔을 법한 78학번부터 84학번까지 모두 찾아내 사진을 찍어서 의뢰인에게 보여줬더니 의뢰인이 눈물을 흘리며 한 명을 찍었다. 그날부터 김 실장은 그 남자를 찾기 위해 동창회 사무실에 있는 자료를 모두 뒤져 번화번호를 알아냈다. 016 번호였기에 혹시나 010으로 바뀌었나 해서 전화해봤지만 결번으로 나왔다고 한다.

한편 김 실장은 그 남자의 주변 인물에게 전화를 걸어 그 남자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동대문에서 크게 사업을 하다가 5년 전에 완전히 부도가 난 뒤로는 동창 모임에도 안 나오고 종적을 감췄다는 얘기까지 접수를 했다. 그 남자가 살았던 집 주소를 추적하고 추적한 끝에 강북에 있는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그래서 그 집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기에 포스트잇에 “OOO님 신문 대금 받으러 왔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010-0000-0254”라고 문에 붙여두고 왔는데 그날 저녁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희는 신문을 안 보는데 왜 신문 대금을 받으러 오셨죠?” “거기가 403호 김OO씨댁 아닌가요?” “아, 김OO씨 집은 맞는데 여기는 503홉니다.” “아이쿠 죄송합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찾았다. 의뢰인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첫사랑을 찾았다. 김 실장은 의뢰인에게 첫사랑의 전화번호를 넘겼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의뢰인이 전화를 걸어 정말 고마워서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며 청담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다. 그 식당에서 1인당 40만원이나 하는 코스 요리를 대접받았다는 명탐정 김 실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괜찮지?”

예비 며느리의 뒷조사를 부탁해… 재벌 사모님의 은밀한 제안

명탐정 김 실장의 영업 원칙 4_고객이 원하는 정보는 솜털 하나라도 샅샅이 찾는다. 다만 보고를 할 때때론 ‘인간적인’ 상황을 고려하기도 한다.

며칠 잠잠한가 싶더니 김 실장에게 전화가 왔다. 검은 승용차에 운전기사까지 대동하고 한 여인이 나타났다며 빨리 와보란다. 검은 승용차에서 내린 그 여인은 무척이나 말을 아꼈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되며 일이 끝난 후에는 모든 기록을 삭제해달라는 약속을 한 후에야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전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회사고 내실이 있는 회사라고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이 결혼하고 싶다고 여자 친구를 데려왔는데, 맘에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 아이가 어떤 아인지 너무 궁금해서 이것저것 캐물었더니 아들 녀석이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더라고요. 평소에 아들을 교육하면서 ‘결혼은 집안이나 외모 너무 따지지말고 그냥 순수하게 사랑하는 여자와 해라!’라고 강조했는데 막상 아들이 여자를 데려오니까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습니다. 그 여자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시절, 연애는 몇 번이나 했는지, 어떤 남자들과 만났는지 그런 사소한 것까지 모두 알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검은 승용차의 그 여인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정해줬고 명탐정 김 실장은 그날부터 그 예비 며느리의 뒤를 좇기 시작했다. 일단 한 팀은 그 여자가 졸업한 대학에 가서 기록들을 샅샅이 살폈고, 다른 팀은 그 여자의 현재 주소를 찾아가 잠복 근무를 하며 그녀의 일상을 관찰했다. 요즘은 방송국에서 왔다고 하면 초등학교 성적표도 잘 보여주기 때문에 학교 성적표를 입수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남녀 공학 고등학교를 다녔으며 예쁘장한 얼굴에 공부도 잘했기 때문에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또한 새침한 성격이 아니었고 수영 선수로 활약했으며 리더십이 강했다. 재수 시절에 잠깐 남자 친구를 사귀었고 대학 시절에는 경영학도와 1년 정도 연애를 했으며 그 이후의 특별한 교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병원 기록을 뒤져봤는데 처방받은 약 중에 특이한 약이 있어서 의사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 임신 중절 수술 후에 처방받는 약이라고 했다.

정확히 한 달 후, 검은 승용차의 여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김 실장은 청담동 모처로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컴퓨터에 담아가 그 여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교 시절을 지나 지금 회사 생활까지. 그동안 받은 성적표에 이성 교제 기록까지 모두 보여줬더니 검은 승용차의 여인은 “지금 내가 보는 앞에서 그 기록을 모두 삭제해주세요. 아니면 컴퓨터를 주시면 컴퓨터 값까지 보상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고 명탐정 김 실장은 “기록을 삭제하겠습니다. 그 정도 신의는 지키면서 일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검은 승용차의 여인을 고이 보내드린 후,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실장에게 물었다. “병원 진료 기록은 일부러 공개 안 한 거지?” 그러자 김 실장은 대답했다.

“그 여자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준 건 아니잖아. 난 약점을 잡아주는 사람이 아니야. 그 사람의 기록을 찾아주는 사람이지.” 왠지 명탐정 김 실장이 멋있었다.

중앙일보 기획_김민주 여성중앙 기자 글_이재국 (라디오 작가) 사진_강민구(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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