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씨엘의 박근호 셰프, 마이쏭의 이송희 셰프가 고메이 494를 방문해서 식재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고급 식료품점 선택 가이드

지난해 8월 미국 프리미엄 식료품숍 ‘딘앤델루카’가 국내에 론칭한 데 이어 올해 들어 토종 고급 식료품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장보기’에만 그치지 않고, 식재료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그로서리(grocery, 미국식 식료품잡화점)들로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있는 한국식 그로서리 빅(big) 4곳을 인기 셰프들의 의견을 포함해 비교 취재했다.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을 결합한 '고메이 494'

88일간의 공사를 마치고 고메이 494(02-3449-4114, 강남구 압구정동 494)로 새롭게 선보인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 식품관이 10월 5일 오픈했다. 고메이 494가 꼽는 가장 큰 변화는 그로서리와 피자 전문점 '핏제리아 디 부자', 떡집 '호원당', '속초코다리 냉면', 일식당 '스시마스모토' 등 이름난 레스토랑이 결합한 '그로서란트'(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의 합성어)다. 정육 코너에서 구매한 한우 등심을 인접한 스테이크하우스에 가져가 2만원의 서비스비만 내면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고, 전복 전문점에서 전복을 찜, 탕으로 조리해서 테이크아웃해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레스토랑과 식재료를 연계한 서비스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빅카드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대용량 쌀, 생수, 라면 등을 카트에 싣고 다닐 필요 없이 상품 대신 바코드가 새겨진 카드로 계산하면 직원이 해당 고객 차량까지 운반해준다. 해외 직수입 아이템 수만 해도 170여 종으로 해외 프리미엄, 웰빙 식재료를 구비했는데,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 '펙(PECK)'의 정통 파스타면과 '바이오나 오가닉'의 베이크드 빈 등이 대표상품이다. 운영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갤러리아 백화점 휴점일만 휴무.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박근호, 뉴욕식 레스토랑 '마이쏭'의 이송희 셰프 추천평

친환경 쌈채소를 뿌리째 판매하는 텃밭코너를 주목할 것.(박근호)

아이템을 품목별로 다양하게 구비한 SSG 마켓.

구입한 농산물을 무료로 세척해서 손질해주고 고구마, 감자를 즉석에서 구워서 판매하는 '컷앤베이크 서비스'가 인상적이다.(이송희)

■바이어가 상품 엄선해, 세심하게 분류 'SSG푸드마켓'

올해 7월에 오픈한 SSG 푸드마켓(1588-1234, 강남구 청담동 4-1 지하 1층)의 가장 큰 장점은 바이어가 엄선한 상품 구성이다. 지정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 종갓집 종부들의 이름을 내건 장류 등 국내 식재료와 희귀 향신료, 허브 등 다양한 서양 식재료를 취급해서 전문 셰프들에게도 인정받았다. 소금을 히말라야산, 이스라엘 사해산, 전남 신안산, 저나트륨 등 산지와 성분에 따라 구분한 세심함이 다른 상품 섹션에서도 적용되었다. 또한, 장류나 간장게장 같은 전통음식 앞에 지역과 재료, 만든 장인에 대한 설명이 잘 정리되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식문화 트렌드를 소개하기 좋은 장소다. 운영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추석ㆍ설날 당일 외 연중무휴.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의 샘킴 셰프 추천평

올리브오일과 치즈 등이 브랜드별, 용도별로 다양하게 입점해 있어서 셰프에게 선택하는 즐거움을 준다. 바질, 오레가노 등 생허브잎이나 엔다이브(꽃상추과의 샐러드용 채소)나 그린빈 같은 싱싱한 특수 채소가 필요하면 이 곳으로!

■식재료 100%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제공 '올리브 마켓'

8월, 여의도 IFC몰 안에 오픈한 올리브 마켓(O'live Market, 02-6137-5600, 영등포구 여의도동 23번지 IFC몰 지하1층)은 CJ와 올리브TV가 콜라보레이션(협업) 개념으로 론칭한 숍이다.

요리 프로그램 스튜디오를 옮겨 놓은 듯한 올리브 마켓.

'먹는 것과 관련된 즐거움을 체험한다'는 취지의 이곳에서는 CJ가 생산하는 제품과 과일, 채소류를 구입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올리브TV에서 제안하는 요리 관련 콘텐츠를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 안에 올리브 미디어존이 있는데 요리 프로그램 세트장과 대형 LCD가 설치되어 있어 인기 프로그램 영상 하이라이트가 계속 방송된다.

또한 3주간 '토마토 파스타 위크'를 여는 등 방송에 나왔던 식재료나 기구를 판매하는 'PPL이벤트'를 게릴라식으로 진행한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연중무휴.

▶요리강사 홍신애 셰프 추천평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시청자 중 요리 초보자들이 그 재료를 구입해서 실제로 요리를 시도하기까지 번거로움이 따른다는 고충을 많이 듣는다. 올리브마켓에는 레시피와 영상, 그리고 재료와 도구까지 한자리에 있어 행동으로 옮기게 해줘서 요리초보들에게 추천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가게 ‘고메마켓’

올해 4월 홍익대 부근 극동방송국 맞은편 골목에 오픈한 ‘고메마켓(Gourmer Market, 02-322-0362, 마포구 서교동 411-17)’은 ‘귀한 식재료를 100% 활용하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식자재를 미니사이즈로 재포장해서 판매하는 숍으로 입소문이 났다. 20년간 수입식료품 유통회사를 경영하다 은퇴한 정윤혜 대표가 오픈했다.

정 대표는 “수입식료품을 취급하면서 요리에 서툰 소비자들이 사용법을 잘 모르거나 소량만 필요한데 대용량을 구입해 결국 다 못 쓰고 버리는 고충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킬로그램 단위로 판매하는 냉동 블루베리와 체리 200g 단위를 5000~7000원선에, 과일치즈 6조각들이 9000원짜리를 낱개로 1500원에, 단으로 판매하는 루꼴라나 로메인은 샐러드 한번 해먹을 수 있는 양을 2000원씩에 살 수 있다. 운영시간 화~일요일 정오~자정.

스모크 치즈, 버터 등을 재포장해서 낱개로 판매하는 고메마켓의 식재료들.

▶일식당 ‘겐지 더 그릴’의 김병일 셰프 추천평

규모에 비해 구색별로 잘 갖춰놓은 것은 물론, 관리가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신뢰가 간다. 새로운 식재료에 대해 알고 싶고 자세히 구경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배려해서 조리법을 세심하게 알려주거나 오래 구경할 수 있도록 숍 안에 미니커피숍을 만든 것도 큰 장점이다.

글=이화정 기자

사진=염동우 기자, 장은주 기자

헤어&메이크업=이가빈(스와브17)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