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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 국도 밑 '땅굴'… 송유관과 인근 주유소 저유탱크로 연결, 송유관 기름 100억원어치 훔쳐

[기타] | 발행시간: 2012.12.05일 03:01
송유관에 가까운 주유소 매입 일당 5명, 지하 4m 깊이로 하루 7시간씩 파내

美 영화 '대탈주' 땅굴과 흡사

송유관·저유탱크에 연결 뒤 땅굴 메워 아예 흔적 없애… 3개월간 400만L 빼내

50m 길이 땅굴까지 파서 송유관 기름 100억원어치를 훔친 일당이 붙잡혔다. 일반적으로 송유관 윗부분에 구멍을 뚫어 지면쪽으로 파이프를 연결, 탱크로리로 훔치는 수법을 쓰는데, 이들은 지하 4m 깊이 땅굴을 파 송유관 아랫부분과 고정 저유탱크를 연결해 흔적을 없앴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이 같은 혐의(특수절도)로 정모(34)씨와 조모(36)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이들이 훔친 기름을 사들인 혐의로 주유소 업자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수법은 기상천외하다. 이들은 지난 5월 경북 김천시 아포읍 국도변을 지나는 송유관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하루 10여 차례 휘발유와 경유가 지나가는 송유관이었다. 이어 이들은 도로 건너편 약 50m 떨어진 주유소를 사들였고, 주유소 마당 4m 깊이에 묻힌 저유탱크를 비웠다. 저유탱크 속 한 면에 지름 1m가량 구멍을 내고, 삽과 곡괭이로 땅굴을 팠다. 5명이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하루 7시간씩 3개월 걸려 판 땅굴은 스티브 매퀸 주연 영화 '대탈주(The Grate Escape·1963)'에서 수용소 탈출에 쓰인 땅굴과 흡사했다. 천장과 양쪽 벽에 버팀목까지 세운 가로·세로 1m 크기에 파낸 흙을 옮기기 위해 레일을 깔았고, 곳곳에 조명도 설치했다. 모래는 마대에 담아 밖으로 빼내 보관했다. 이렇게 4차선 국도 아래로 50여m를 판 뒤 송유관 아랫부분을 뚫어 유압호스를 연결해 주유소 저유탱크까지 연결했다. 그리고 쌓아둔 흙 마대를 다시 들고 들어가 땅굴을 메웠다. 마지막으로 저유탱크에 낸 구멍은 콘크리트를 부어 막았다. 결국 땅속에서 송유관과 저유탱크 연결이 완료되면서 이들에겐 송유관 속 기름이 자신들 것이나 다름없었다. 훔칠 수 있는 기름양이 너무 많자, 주유소에서 20㎞가량 떨어진 또 다른 주유소를 빌려 저장고로 활용하기도 했다.

석유를 빼내기 위해 파놓은 경북 김천시 아포읍의 50m 길이 땅굴. 천장과 벽에 버팀목을 설치하고 바닥에는 파낸 흙을 옮기기 위해 레일을 깔았다(왼쪽 사진). 경찰이 4일 지상에서 송유관에 구멍을 뚫은 지점을 확인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경북경찰청 제공

주유소 한편에 컨테이너 박스를 세워 지휘본부도 만들었다. 훔친 기름 샘플을 채취해 유종을 확인한 뒤 종류별로 저유탱크에 나눠 담았다. 마치 도매상처럼 서울·경기 등 전국 주유소에 시세보다 L당 150~200원가량 싸게 팔았고, 일반인에게 소매도 했다. 보통 주유소 마진(소매가의 5%)보다 3배 이상 싸게 처분한 것이다. 단속에 대비해 CCTV도 5대 달았고, 단속이 나왔을 때 '누가 대표로 잡혀갈 것인지' 등 대비책도 세웠다. 이들이 범행에 쏟아부은 돈은 주유소 매입비(16억원)·임대보증금(5000만원) 등 모두 20억여원. 그래서 이들은 투자한 돈을 빨리 뽑기 위해 단기간에 많은 기름을 훔쳐야 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송유관이 뚫린 지점 인근에서 수시로 유압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모아 20여일 동안 잠복을 벌인 끝에 이들이 기름을 사들이는 흔적도 없이 팔기만 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펼쳐 이들을 검거했다.

지금까지 경찰에서 확인한 기름양은 8월부터 3개월 동안 약 400만L. 시가로 73억2000만원어치다. 하지만 이는 주유차량이 배달을 위해 고속도로 IC를 빠져나간 횟수를 근거로 계산했기 때문에 소매로 팔았거나 인근 주유소에 직접 판매한 것까지 포함하면 100억원어치는 될 것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박종화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이들 중 일부는 송유관 기름 절도 전과로 최근까지 복역하고 나온 전과자로, 대한송유관공사와 경찰에서 유압호스를 지면 쪽으로 연결하는 범행에 대한 감시가 심해지자, 완전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땅속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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