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7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호프집. 대학생 김모(25)씨는 친구 3명과 함께 맥주 12병과 소주 3병을 시켜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다음 날 오전 강의가 없는 날이면 1주일에 2~3번 정도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며 "대부분 '소맥(소주+맥주)'을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는 술을 먹을 때 '핫식스' 같은 에너지 음료도 챙기고 있다. 김씨는 "친구들로부터 에너지 음료와 소주를 섞은 '에너지 폭탄주'가 맛있다는 말을 듣고 타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김씨와 같은 대학생들이 속한 20대가 맥주에 소주나 양주를 타서 마시는 '폭탄주'를 가장 선호하는 연령층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대·20대 젊은이들은 고(高)카페인 음료를 소주·양주 등과 섞은 이른바 '에너지 폭탄주'도 즐겨 마시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은 지난 6월과 10월 만 15세 이상 남녀 2066명을 대상으로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최근 1년 사이 폭탄주를 1잔 이상 마신 경험은 20대에서 49.2%로 가장 높았다고 7일 밝혔다.
이어 30대 34.9%, 40대 32.0%, 10대(15~19세) 22.7%, 50대 21.2%, 60대 12.1%가 최근 1년 사이 폭탄주를 마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폭탄주를 1잔 이상 마신 20대 여자 비율도 34.5%여서 40대 평균(32.0%)보다 높았다. 식약청은 폭탄주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 마시기 편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시간에 취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고카페인 음료가 본격적으로 유통·판매되면서 카페인 음료와 소주·양주를 섞어 마시는 '에너지 폭탄주'를 마시는 현상도 20대 젊은 층에서 많았다. 10월에 조사한 대상자(1033명) 가운데 에너지 폭탄주를 마셔봤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에서 9.2%, 10대에서 1.1%였다.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에너지 폭탄주를 마셔봤다는 응답이 없었다.
식약청 관계자는 "'에너지 폭탄주'를 마시면 알코올이 체내에 빨리 흡수되고, 카페인 과잉 섭취로 신경과민·위산과다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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