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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오유’ 사찰…생각만해도 소름 돋아요”

[기타] | 발행시간: 2013.02.08일 09:06

‘오늘의 유머’ 운영자 이호철씨

언론 보도뒤 서버 장애·신상털기

국정원 도청·미행도 하는지 걱정

“국정원에 고소당해 무섭지만

종북누리집 매도 참을수 없어”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91건의 정치적 글을 올리는 등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온 지난달 31일, ‘오늘의 유머’(누리집 갈무리) 운영자 이호철(41)씨는 난데없는 일을 겪었다.

이날 오후 ‘오늘의 유머’ 서버가 40분간 멈춰 접속장애가 일어났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이날 밤 12시께엔 이씨의 ‘오늘의 유머’ 운영자 계정이 해킹을 당해 전화번호 등 이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웃음을 전하겠다는 꿈을 인터넷에 펼쳐온 이씨가 졸지에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올해 들어 그의 주변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의 절정은 국정원의 고소였다. 지난 5일 국정원 직원 김씨는 자신의 아이디를 외부로 유출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냥 겁이 난 게 아니고 무서웠어요. 주저앉고 싶었어요. 상대가 국정원이잖아요.” 7일 오후 <한겨레>와 만난 이씨는 한숨을 쉬었다. 국정원이 그저 고소만 했을까, 자신을 미행하거나 도청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이 많지만 이씨는 언론 인터뷰를 마다하진 않았다. “이젠 공포보다 분노가 더 커요. ‘오유’(오늘의 유머)를 종북 사이트라고 매도하는 건 참을 수가 없거든요.”

대선 개입 의혹이 번지자 국정원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북한과 연계한 친북 인사들이 ‘오늘의 유머’ 등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 김씨의 여론조작이 정당하다고 강변하는 과정에서 들이댄 논리였지만, 이씨로선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였다.

19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이씨는 당시만 해도 종종 벌어지던 집회·시위 현장에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졸업 뒤엔 인쇄업체에서 명함이나 전단지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무료한 일상을 달랠 겸 1998년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은 전자우편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인기가 폭발했다. 전자우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넘쳤다. 2000년 ‘오늘의 유머’라고 이름 붙인 누리집을 정식으로 열었다. 뒤이어 직장을 그만두고 누리집 관리에만 매달렸다.

18대 대선 당시 불거진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29·오른쪽)가 25일 오후 3차 소환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지난 13년 동안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씨는 ‘오유’ 누리집을 혼자 관리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는지 살펴보면서 누리집이 성장하는 모습에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급기야 회원이 20만명이 넘는 인기 누리집 가운데 하나가 됐다. 소소한 웃음과 재미를 찾는 누리꾼들은 가끔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고, 그것 역시 수많은 누리꾼들이 주고받는 정상적인 표현과 소통의 과정이었다.

그런 누리집을 ‘종북주의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국정원이 몰고 가자, 이씨는 자신의 존엄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10여년 동안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오유가 모욕당하는 느낌이었어요.”

김씨의 업무에 대해 국정원은 “대북 심리전을 위해 종북글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 주장대로라면 국정원은 오유 이용자의 상당수를 추적하면서 사찰한 셈이다. “국정원이 매일 우리 누리집을 살펴봤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오유에서 이씨의 별명은 ‘바보’다. 착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이씨의 바람이 깃든 별명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씨를 ‘바보’로 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국정원이 오유를 종북 사이트로 모는 것은 김씨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이라고 봐요. 어떻게든 우리 사이트를 종북으로 덧씌워야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화되니까요. 하지만 입대 영장 사진이 게시판에 올라오면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지는 게 오유예요. 나라를 아끼는 마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종북이죠?” 이씨는 되물었다.

이씨는 요즘 경찰 수사에 협조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발 경찰 수사가 잘돼서 이번 일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죠.” 이제는 김씨의 고소에 대응하느라 또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제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은 힘들지만 오유 회원들의 응원 때문에 힘을 얻어요.”

이씨는 얼마 전 전자우편 하나를 받았다. “10년 넘게 회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했지만 힘내세요. 이런 사이트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무엇보다 힘이 됐다.

권력기관인 국정원에 혼자 맞서야 하는 이씨는 며칠 동안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을 하고 있다. 회원들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누리집을 살피고 가꾸는 일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늘 했던 일이지만, 요즘 들어 더욱 새롭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씨는 초저녁 어스름을 뚫고 누리집을 관리하는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한겨례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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