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가 말을 듣지 않자 외국으로 유인해 살해한 불법 게임 사이트 운영자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21일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불법 게임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10명을 붙잡아 총책 ㄱ씨(36)등 3명을 감금·상해치사·사체은닉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나머지 7명은 사기·게임산업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달아난 2명은 지명수배했다.

김씨 등은 2010년 11월 11일쯤 자신들이 게임 사이트 성능개선을 의뢰한 프로그래머 ㄴ씨(44)를 필리핀으로 유인해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후 현지인들을 시켜 화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2010년 7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필리핀 마닐라에 2개의 사무실을 두고 똑같은 모양이 일렬로 배열되면 돈을 타는 '릴 게임' 형태의 불법 게임 사이트를 운영해 8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

총책 ㄱ씨는 프로그래머 ㄴ씨에게 2억 원을 주고 게임 사이트 성능개선을 의뢰했다. 그러나 백씨가 기한까지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자 폭력조직인 부산 칠성파의 조직원 ㄷ씨(27)를 시켜 백씨를 필리핀 마닐라의 사무실로 유인했다. ㄱ씨와 ㄷ씨는 ㄴ씨를 사무실에 가둔 후 나무 막대기, 주먹, 발로 온몸을 수십회 때렸다. 이들은 백씨를 현지 한인 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소문이 날까 두려워 의사 권고를 무시하고 17일 퇴원시켰다.

백씨는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날 18일 타박상, 장기손장 등으로 숨졌다. 이들은 현지 경찰관이면서 자신들의 사설 경호원으로 활동한 2명에게 200만원씩 주고 백씨의 시신을 화장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백씨의 시신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가담자, 현지 목격자들의 진술, 현지병원 진단서 등을 근거로 백씨가 폭행을 당해 숨졌고 화장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일당이 일당이 2012년 3월 사이트를 폐쇄한 뒤 국내에 들어와 있어 검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불법 사이트를 운영해 87억원을 챙겼으며, 1000만원 이상 피해를 본 이용자만 225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디지털뉴스팀>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