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GOD 출신 가수 손호영(33)씨가 1년여 사귀었던 여자 친구 장례식을 치른 지 하루 만에 자살을 기도했지만, 시민의 신고로 구조됐다. 손씨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손씨는 24일 새벽 4시 36분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옆 공용주차장에 자신의 카니발 차량을 세워놓고 번개탄에 불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 불길이 차 안에 옮겨붙자 차량 밖으로 피신했던 손씨를 지나던 시민이 목격했고, 이 시민이 신고해 구조됐다. 이 차량은 지난 21일 손씨의 여자 친구 윤모(30)씨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한 채 발견됐던 바로 그 차량이다.
손씨는 23일 윤씨 장례식을 마치고 경기도에 있는 아버지 집에 갔다가 24일 새벽 서울 강남구 집으로 돌아온 후, 지인이 경찰에서 인계해 집 주차장에 세워 놓은 이 차를 몰고 서빙고동으로 가 윤씨와 똑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손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번개탄 불이 조수석에 옮겨붙어 놀랐거나, 연기에 숨이 막혀 뛰쳐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량 안에서 번개탄에 불을 붙여 자살을 시도하면 금세 정신을 잃게 된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손씨는 불을 붙인 지 얼마 안 돼 뛰쳐나온 것으로 보인다.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손씨를 즉시 병원으로 옮기고, 5분여 만에 불을 껐다. 차량은 외부 골격만 남고 내부는 전소(全燒)됐다.
차량 주변에서는 손씨가 윤씨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발견됐다. 타다 만 편지에는 "어제 일로 생각을 참" "~랬다고 해도 나라면" "~같애 화도 낼꺼고"라는 글귀가 검은색 볼펜으로 쓰여 있었다. 또 현장에선 불에 타다 남은 진통제 10정짜리 껍데기가 발견됐다.
서울 순천향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손씨는 약간의 화상과 일산화탄소중독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손씨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여서 2~3일간 입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씨의 자살 시도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손씨가 안정을 찾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