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문제를 다룰 남·북 당국 실무회담제의에 북한이 응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에 빠지고 있는 현 상황의 탈출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경제난 해소와 각지에 외자 유치를 통해 조성하려는 경제개발특구의 성공을 위해서도 개성공단의 재가동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4일 회담 개최 합의 과정에서 정부가 회담장소·의제·일정을 모두 정부안대로 관철시킨 것은 회담 무산도 불사한 정부의 원칙 고수가 작용한 측면도 있었지만,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북한의 절박한 처지 역시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5일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큰 틀에서 북한은 현재 ‘남북관계’라는 수레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6자회담을 비롯한 회담을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개성공단 문제를 매개로 탈출구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북·미 대화 시도는 물론 중국 지도부를 상대로 한 특사외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국면 전환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매개로 남북 대화를 하고,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교착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유관국들도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유호열(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에 응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북한이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의 행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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