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ws24 고홍주 기자] 믿고 보는 예능은 역시나 달랐다. 나영석 PD의 '할배 카드'가 제대로 적중한 모습이다. '1박2일'의 드림팀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의 야심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tvN '꽃보다 할배'가 청정한 웃음을 장착한 채 5일 베일을 벗었다.
'꽃보다 할배'는 평균 연령 76세의 대한민국 대표 할배 4총사 이순재(80),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70)과 젊은 짐꾼 이서진(43)이 배낭여행의 메카 유럽으로 9박 10일간 여행을 다녀온 모험기를 담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을 국민 예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 공을 세운 나영석 PD가 예능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고령 연기자들과 손을 잡고 돌아왔다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이 쏠렸던 상황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완성된 H4 그리고 젊은 짐꾼 이서진의 조합은 기대 이상으로 막강했다.
5일 첫 방송에서는 이른바 할배 포(H4)에 이서진까지 합류해 '꽃보다 할배' 멤버 완전체가 모이는 과정이 그려졌다. 멤버들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배낭여행 준비기,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 배낭여행 첫 발을 내딛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안방을 청정 웃음으로 무장해제시켰다.
특히 '1박2일'에서 필요 이상의 독한 미션으로 출연진의 원성을 사고는 했던 나영석 PD가 예측불허의 어르신들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 채 시종일관 진땀을 빼는 장면은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나영석 PD는 '1박2일'에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등 기센 연예인들도 꼼짝 못하게 했던 주인공. 하지만 할배들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는 이서진의 깨알 고자질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으로 쉼없이 웃음을 안겨줬다.
어르신이기에 가능한 극단적인 단어 선택도 배꼽을 잡게 했다. 꽃할배 맏형인 이순재는 제작진과의 첫 만남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제안하는 나영석 PD에게 "관을 2~3개 가지고 가던가"라고 말해 현장을 초토화 시켰다.
할배들의 활약이 빛을 발했던 것은 공연 관람비를 두고 제작진에 항의 시위를 하는 대목이다. 당초 규칙대로라면 할배들과 이서진은 처음 지급된 여행 경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상황.
하지만 '물랑루즈' 공연을 봐야 한다며 제작비 지원을 요구하는 할배들의 항의 시위에 천하의 나영석 PD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1박2일'에서 양보라고는 몰랐던 나영석 PD였지만 그의 본격적인 수난시대가 예고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장조림 사태'로 분노를 폭발시켰던 백일섭이 침실의 카메라를 떼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장조림 내가 발로 차는 거 봤지?"라고 하자 신속히, 그것도 꼼꼼히 카메라를 철수시키는 모습으로 폭소를 안겼다.
첫 방송의 압권은 단연 이서진의 몰래 카메라였다. 이서진은 당초 이번 배낭여행이 걸그룹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고 전해들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걸그룹 소녀시대의 써니와 포미닛 현아의 팬이라고 거듭해 강조하며 설렘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 청순한 걸그룹 소녀들이 아닌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었다. "나이 70에 막내가 됐다"며 불평을 늘어놓던 백일섭이 43세의 이서진이 짐꾼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에 반색하는 표정과 나영석 PD의 깜짝 몰카에 어안이 벙벙해진 이서진의 생생한 표정은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나영석 PD에게 당한 멘탈이 회복되기도 전에 짐꾼, 통역사, 길잡이, 총무, 매니저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이서진은 이날 '엘리트 허당'의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하며 추후 활약을 기대케 했다.
"진짜 무서운 게 뭔줄 알아? 오늘이 첫 날이라는 거야."
나영석 PD가 어르신 배우들의 잔심부름에 살이 쏙 빠진 이서진에게 남긴 공포의 한마디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더없이 기대감을 안겨준 첫 방송이기도 했다.
사진=tvN 화면캡처
고홍주 기자 falcon12@enews24.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