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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삽 뜨기 전부터 '불행 시작'?

[기타] | 발행시간: 2013.07.19일 11:00
[머니위크 노재웅 기자]

주민들 '다문화 반발' 확산… 정부 "수정 불가피"

행복주택 후보지 사전점검의 첫번째 지역은 안산 고잔지구다. 유일하게 서울 외 지역에 조성되는 행복주택 시범지구다. 현재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수정됐지만 당초 외국인 거주비율이 국내 1위라는 근거 하에 '다문화 소통'이라는 콘셉트로 개발 예정이었던 곳이기도 하다.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후보지로 선정된 탓에 다른 후보지들보다 행복주택사업에 대한 반발이 더 극심한 지역이다. 사업추진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는 대표적인 후보지 중 하나다.

 

◆'행복주택 결사반대' 한목소리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고잔역에 도착해 출구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잔지구 행복주택 건립을 철회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다. 역앞을 지키고 서있는 커다란 플래카드는 이곳 주민들의 거센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안산 고잔지구는 수도권 전철 4호선 고잔역에 위치한 철도지로 인근 주차장과 완충녹지를 포함한 사업면적 4만8000㎡에 1500가구 규모로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고잔동과 호수동, 초지동을 걸친다.

고잔역을 벗어나 주변을 돌아다녀도 보이는 건 온통 행복주택 관련 문구들뿐이다. 동네 골목 이곳저곳과 아파트단지 입구마다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플래카드와 성명서들이 붙어있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행복주택 건립 반대 성명서를 읽는 주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기자가 접근해 행복주택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나온 주민들의 답변에서도 기대심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잔푸르지오4차에 거주 중인 호수동 주민 이모씨는 "반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단지 바로 앞에 대규모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는데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입주할 수 있다는 점도 사실 불편하다"고 말했다.

27년째 호수동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 역시 "안산시청을 비롯해 병원, 우체국, 법원, 경찰청 등 모든 주요 관공서와 문화예술회관, 와스타디움 등 안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까지 전부 이 근방에 있다"며 "어찌 보면 안산의 관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고잔역에 고층 장벽을 쌓는다? 이건 도시의 이미지를 고려해서도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6월24일부터 7월5일까지 2주간 고잔지구에 대한 추가 주민공람을 진행한 결과 반대의견이 2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인구수가 8만여명임을 감안했을 때 미성년자와 노인층을 제외하면 대다수 세대주들이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찬성의견은 14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는 6월4일부터 19일까지 진행했던 최초 주민공람기간 접수된 반대의견 7000여건보다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행복주택에 대한 소식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잔지구행복주택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초지동에 위치한 LH 주공아파트 16~17단지 2개 단지를 제외한 이 지역 22개 아파트단지 및 주택지역 3개 단지 주민 대다수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임대공급 포화에 재개발까지…"행복주택 무용지물"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 역시 행복주택 건립에 난색을 표했다. 초지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이곳에는 3300가구 규모의 원룸촌이 조성돼 있어 원룸형 주택의 임대 공급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주변에 한양대, 서울예대, 신안산대학이 위치해 있지만 서울권 주거생이 많고, 이 지역 대학생 거주율은 얼마 안돼 행복주택이 들어서도 대학생 입주율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수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복합주거타운이 형성돼 상권이 활성화되고 입주자가 늘어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그런데 사실상 이곳은 지금도 상가공실률이 17%대에 달한다. 단지 내 상가까지 생기면 과연 기존 상가들의 공실률이 줄어들지 의문이 든다"고 걱정 어린 말을 전했다.

게다가 구도심에 해당하는 고잔동과 초지동 일부의 빌라와 아파트들은 지금이 재건축 시기다. 초지동 군산주공4단지의 경우 얼마 전 한 대형건설사가 재건축사업 승인을 받아 분양에 들어간 상태다.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호수동 주민들과는 또 다른 이유에서 행복주택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을 하게 되면 일반분양의 수익성이 맞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안 그래도 주택보급률(93.7%)이 높은 곳에서 임대아파트인 행복주택까지 들어서면 주민이나 시행사 입장에서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곳도 있었다. 호수동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1500가구에 달하는 단지가 들어서고 상가까지 만들어지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주변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을 본다"고 전망했다.

 

◆개발 콘셉트 '다문화 소통' 사라졌다?

행복주택 건립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한 지역인 만큼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잔역 바로 앞에 임시로 마련된 컨테이너박스가 비상대책위원회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회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추진한다는 행복주택사업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위치 선정에 오류가 너무 많아 결사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비대위원장은 "직접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현재 고잔역과 6차선도로를 사이에 두고 구도심과 신도심이 뚜렷하게 분리돼 있다. 심화된 지역간 불균형과 불통을 이어주는 설계안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4~5층 높이제한에 걸린 주변 건물과 동떨어진 25~30층짜리 고층건물을 세우는 것은 안산시의 발전과 도시 미관을 위해서도 크나큰 악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라 하면 설득력과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류지구 친환경, 공릉지구 녹지와 문화 등 각 행복주택 후보지에는 정부에서 계획한 개발 콘셉트가 있다. 고잔지구의 경우 다문화 소통이 주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문화라는 말이 쏙 빠졌다. 그러면 애초 후보지로 선정한 근본취지가 흔들린 것이 아닌가. 뚜렷한 계획 없이 말 바꾸기를 하는 정부의 사업을 주민들이 어떻게 믿고 찬성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실제 고잔지구에는 철로교각 하부에 다문화광장과 외국인풍물시장, 다문화교류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무산된 상태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고잔지구 대신 2006년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됐던 신길온천지구가 행복주택 시범지구의 대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기도와 안산시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 비대위원장은 "당초 국토부가 내세운 고잔지구 개발 콘셉트인 다문화 소통 측면에서도 다문화특구인 원곡동과 인접한 신길지구가 더 적합하다"며 "이 일대는 현재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된 이후 사업 착수가 미뤄지면서 우범지대로 바뀌어가고 있어 개발과 대책이 절실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안산시의회 전준호 의장 등 의원들도 행복주택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안산시에서 제시한 임대주택 고시지역인 신길지구를 활용하면 되는데 왜 굳이 주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고잔역에 사업을 추진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의회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처하겠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산시 역시 "후보지로 선정된 고잔역 부근은 계획도시를 표방한 반월특수지역으로 행복주택이 추진될 경우 기존 도시계획을 해치게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신길지구는 안산시 단원구 신길동 63블록 5만544㎡ 규모로, 지난 2006년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됐지만 LH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 착수를 미루고 있는 곳이다. 장기간 방치되면서 우범지대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뚜렷한 계획 없이 '소통'만 강조하는 정부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사업인 행복주택 프로젝트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와 LH는 지속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다문화 소통이라는 개발 콘셉트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다문화 콘셉트는 주민들의 반발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아직 수정된 개발 콘셉트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지역에 어울리고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만한 사업안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후 일정에 관해서는 "안산시 및 비상대책위원회, 아파트단지 입주자 등과 지속적으로 면담, 간담회 등을 가질 예정"이라며 "최종후보지 선정일정은 아직 계획된 바 없으며 7월 말까지 확정해야 한다는 일부 보도는 잘못된 것으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H 경기지역본부는 산업단지 종사자와 인근 대학을 통학하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사회초년생' 특화지구로 계획하고, 지역주민과 지자체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발방향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구 내 문화예술거리를 조성하고 체육·휴게시설 등의 소통공간을 설치해 지역주민의 문화여가활동을 가능케 하는 한편 입주민과 지역주민들의 고용을 지원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할 계획이다.

한편 국토부는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방안이나 후보지 제외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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