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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까지 다 내준 '캥거루族(독립할 나이에도 부모에 의존하는 사람) 부모'의 비극

[기타] | 발행시간: 2013.10.10일 08:54

[다 큰 자식에 경제적 지원했다 생활苦… 극단적 선택 잇따라]

부모에 얹혀살고, 손 벌리고… 불화 겪는 가정들 날로 늘어, 최근 패륜범죄로까지 이어져

노년층 무려 70%가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 42분쯤 경기 남양주시의 한 하천변에서 A(78)씨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목에는 끈에 쓸린 자국이 나 있었고 시신 근처 하천 난간에선 끊어진 끈과 '내가 죽거든 불암산에 뿌려다오'라고 적힌 유서가 나왔다. 한때 안정된 직장인 경제 단체에서 일했던 A씨 말년은 불행했다. A씨는 노후 자금으로 아들 사업을 도왔지만 사업은 영 시원치 않았다. 함께 사는 아들 내외와 관계도 서먹해졌다. 사업이 안 풀려 빚을 많이 진 상태에서 아들 내외를 분가(分家)시키기도 어려웠다. 자살을 결심한 A씨가 집을 나섰을 때도 가족은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한 뒤 몽롱한 상태로 걸음을 옮기다 계단에서 쓰러져 숨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가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자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성한 자식의 딱한 형편을 외면하지 못해 지원했다가 부모마저도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되는 불행한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 전문직 부모들도 이런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의사 정모(71)씨는 운영하던 병원 원장실에서 허리띠로 목을 매 숨졌다. 유족은 "정씨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 갔지만 사업에 실패했고, 병원 운영도 신통치 않아 정씨 역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응답한 노인은 통계청의 2008년 조사에서 29.3%로 나타났지만 지난해에는 35.1%로 증가했다.

늙은 부모의 노후 자금에 손을 벌리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비극은 끔찍한 패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8월 13일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검거된 정모(29)씨는 범행 한 달 전쯤 어머니에게 "빚 8000만원을 갚아야 하니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어머니 재산 10억원을 노리고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7월 경기도 수원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이모(22)씨도 생활비와 유흥비로 1400만원을 빚지자 범행을 결심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아버지가 생활비를 주지 않아 친구들과 공모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자식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과거와 달리, "자식에게 안 받고 안 주는 게 낫다"는 부모가 점점 느는 추세다. 60세 이상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005년 50.7%에서 2011년 70.8%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준으로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49세 성인은 2000년의 25만3244명보다 오히려 91.4% 늘었다. 주로 경제적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자식이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는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와 '부모도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다'는 물질적 교환 심리가 결합해 장성한 캥거루족 자식을 늙은 부모가 부양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전통적 가족 공동체 안에서 자라 밖에선 개인주의적·합리주의적 사회생활을 해온 자식 세대가 금전적 어려움에 놓이면 가장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얻고자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라며 "부모 세대보다 자식 세대가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이 줄어든 데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년 캥거루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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