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세 급변 상황 다각 대응
‘레짐 체인지’ 거론엔 선 그어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 발언이 나온 이후 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 조짐과 함께 정부 전체에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일부 수정 기미를 보이는 것은 각종 주요 정보들이 ‘북한은 더 이상 출구가 없다’는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북한 소식통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성택 처형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북한 정권이 민생을 내팽개치더라도 엄청난 통치자금을 최고위 엘리트에게 뿌려 권력을 유지했던 옛날 통치 방식을 포기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에게 이제 남은 수단은 경제개혁을 통해 권력유지 동력을 얻는 것뿐”이라며 “만약 이 개혁이 실패할 경우엔 급변사태 발생 시점이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고도 했다.
문제는 ‘부분적’ 수정이 마치 ‘전체적 변경’처럼 대내외에 비친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장성택 처형 이후 우리 사회 내부에선 북한의 급변사태를 예측하는 논의가 본격 활성화됐다. 이런 상황에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시대 준비 구상을 밝히자 “정부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통한 평화 정착보다는 북한의 자체 붕괴, 즉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론(論)’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레짐 체인지론은 이명박정부가 중반기를 지나면서 본격 채택했던 것으로, 세습왕조와 다름없는 북한 정권을 교체해야만 북한 주민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항구적 평화 달성이 가능하다는 가설이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레짐 체인지 외에는 핵무기 개발을 빌미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북한의 모험 행진을 결코 멈추게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명박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이 논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자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모든 대남 대화창구 문을 닫아버렸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은 물론 2010년 천안함 피격과 2011년 연평도 포격, 지난해 1월 3차 핵실험 등 강경 도발까지도 불사했다.
박근혜정부는 통일시대 준비론이 레짐 체인지로 오역될 소지를 사전 차단하는 데 힘을 쏟는 모양새다. 전임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서둘러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통일이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가져오게 될 미래이익을 원칙적으로 강조한 것일 뿐 남한이 북한 정권 붕괴를 원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설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다고 남쪽이 북쪽 정권 붕괴를 바란다는 식으로 잘못 읽혀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여전히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이 대북정책 기본 기조라는 입장도 재차 강조한다. 핵무기 개발 중단이라는 전제만 지킨다면 여러 대화 채널을 가동해 북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적극적 평화 정착 노력을 통해 남북 양쪽 체제의 공존시대를 열고, 이를 근거로 점진적 통일로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 중에는 “정부가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북한 지도부에게 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지 않았느냐”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