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조광명
동물원 락타에게 사막을 물으면
락타는 모른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도시에 태여나 도시에 자란 락타에게
사막은 아득한 전설일 뿐이다
둘러보면 사방이 지평선과 맞닿은 곳이라고
그렇게 조용히 속삭여주면
락타는 그곳에도 이렇게 따스한 둥우리가 있는가고 묻는다
거센 바람과 거친 모래바람이 있다고 알려주면
거대한 마스크를 파는 상점이 있느냐고 묻는다
없지 없어 바람의 둥지는 있지 락타를 낳는
락타의 자궁 같은 바람의 둥지는 있지 하고 말하면
내 자궁이 너무 뜨거워요, 빨리 이 도시의 지하철처럼 시원한
그런 깊은 동굴같은 거대한 자궁을 갖고싶어요 한다
그 자궁에 이 도시만한 거대한 생명들을 잉태해
푸 푸 투레질해 쓰레기 던지듯 토해내고싶단다
공업시대의 락타도 아니면서 카피머신인듯
그렇게 신나게 이 도시의 광고판에
대량생산의 모델로 나서고싶단다 푸우 푸우
광고비 벌어선 뭘하겠니
나두 저런 거대한 빌딩 하나 갖고싶단 말이야
락타가 뚜벅뚜벅 빌딩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래, 너도 도시놈인걸 깜빡 잊었군.
사막보다 더 황페한 이 도시가
어쩜 사막이 고향인 네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지...
모래를 맛있어 하는 아이
식사를 하셨나요
식탁우에 장미 한송이 웃고 있네요
사랑은 아무나 다 먹을수 있는거라면서요
아침을 배불리 먹고 온 하루 헐떡거려요
사막에 가보셨죠, 금빛 모래들
반죽하면 노랗게 맛있는 금 빵이 될거 같아요
내다 팔면 잘 팔리겠죠
배부른 사람들은 빵이 아닌, 금을 사겠죠
그러게 부자의 동네에 살아야 해요
꽃 한송이 팔아도 부자 동네에 가서 팔아야 해요
창녀의 아침도 부자동네에 가면 금빛으로 빛나요
씹으면 깔깔한 모래알이지만, 넘기면 금 똥이 돼요, 좋아요
빈 몸뚱이로 사막에 갔어요
금빛모래를 호주머니 넘치게 담았어요
기침은 너무 말라서 가래도 나오지 않아요
사막에 쓰러지면 금빛 모래바람이 와서 덮어주겠죠
모래를 팔거예요 금가루처럼 비싸게 팔거예요
황사바람을 저주하지 마세요
세상을 그렇게 누렇게 물들이고
노란 모래 다 갈앉은 다음 바람은 혼자 울어요
가난한 동네 아이들이
사막에 물 뺏긴 여윈 락타처럼
그렇게 모래먼지우에 글을 썼대요
모래떡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어. 라고
나도 눈물이 나요
바람에 눈 뜰수 없어서 흘리는거예요
눈알이 깔깔한 날
눈을 들어, 황사의 하늘을 보며 누런 눈물을 흘려요
식탁우의 장미꽃이 누렇게 뜨고 있네요
이제 저 꽃을 사줄 사람은 없겠죠
황사바람 마시듯 코에 대고 킁킁 마지막 꽃향기 마셔요
기막혀요, 역시, 꽃향기는, 장미향이 최고예요
사랑해요 훨훨 나는 모든것을
꽃잎을 뜯어 하늘에 던져요
모래를 맛있어 하는 아기가 태여나
사막에 모래 먹으러 간대요
미래의 아이들은 다 그럴거예요
그들은 사막의 도시에서 태여나
모래향기 꽃을 식탁우에 놓고
그 꽃잎 뜯어먹어 배부를거예요
믿어요 그날을
그들은, 모래처럼 부드러운 미래전사들이예요.
모래로 뭉치고 모래로 부서지고
모래로 흐를거예요. 더 먼 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