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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더 이상 '술 권하는 사회' 되지 말아야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7.29일 17:21
굳이 사회학자들이 인용하는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불신 현상 또는 불신하는 사회는 결코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 심각한 용어일 수도 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가 이런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할 정도의 불신의 장벽을 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세월호의 그림자에서 한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개조와 부실 적폐의 개선은커녕 점점 불신의 덩어리만 커져가고 있다.

유병언만 잡으면, 유대균만 잡으면, 김 엄마만 잡으면, 그리고 다시 운전기사만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거라는 단순한 해법 논리에 국민들은 거의 매일 속고 있는 중이다. 잡혀도 다음날에는 다시 한 사람을 더 잡아야 알 수 있다는 해명이 계속해서 반복 중이다. 오늘 자수한 운전기사의 입에서는 과연 시원한 답이 나올 수 있을까? 제발 국민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답이 나오길 바란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이면에는 이미 심화된 불신의 덩어리가 한 몫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 세월호에 관한 한 모든 사실을 불신하고 있는 중이다.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에 학급에서 도둑맞은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들은 우선 먼저 제일 가난한 친구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했다. 어린 나이에 우리가 생각 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 순진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고, 그럴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 급기야 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을 앉혀놓고 모두 눈을 감으라고 한 후에 물건을 훔쳐간 학생은 스스로 손을 들라고 했다. 대신에 우리에게 한 번 더 강조한 것이 절대 눈을 떠서는 안 된다는 엄명이었다. 그리고 “이미 선생님은 누가 범인인지 다 알고 있다”는 심리전도 펼치곤 했다.

선생님만 그 비밀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자수하면 용서해 준다는 회유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선생님이 고안한, 언뜻 보기에는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이 내 기억으로는 별로 성공을 거둔 적이 없었다. 대부분 범인을 찾지 못하고 우리는 단체 기합을 받아야 했다. 선생님이 단체 기합을 주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우선은 물건을 잊어버린 학생에게 조금은 위로를 준다는 것이고, 한 친구의 잘못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일종의 공동 책임제를 교육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말은 그 다음부터는 무용지물이 된다. 학생들은 더 이상 선생님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전 학우들이 벌을 받으면서 불평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잡히지 않은 도둑'은 속으로 아주 심한 고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 나 하나 때문에 모든 친구들이 이렇게 벌을 받는구나. 다음부터는 절대 남의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되겠다! 아마도 어린 학생은 이런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건을 훔친 학생이 이런 반성과 함께 내심으로는 선생님 말에 속지 않고 끝까지 손을 들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그는 가난한 학생이 아니다. 수천억의 돈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누가 자기를 의심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쨌든 걸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유병언이 죽고 며칠 후에 그 동안 잡히지 않던 측근들이 줄줄이 자수를 하고 있다. 자수하면 정상참작을 해 주겠다는 선생님(검찰)의 말을 진짜로 믿고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린 초등학생도 선생님의 말을 믿지 않고 손을 들지 않는데 이 사람들이 순전히 "정상참작"이라는 말만 믿고 자수를 했는지는 우리가 알 길이 없다. 아무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만 명을 동원해서도 못 찾은 측근 수배자들이 입을 맞춘 듯이 전화를 걸어와 자수를 하는 모습을 보니 선생님(검찰)의 회유 작전이 현재까지는 들어맞았다고 보인다. 사실, 선생님의 능력은 여기까지가 전부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수를 한 학생(측근)들이 정작 자수한 후에는 자기들은 아무 것도 모르다고 한다면, 만약 그런다면, 선생님의 고민은 깊어지게 될지 모른다. 사건이 발생하여 범인을 잡지 못한 바람에 다 함께 고통을 받아야 했던 많은 학생(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교무실에서는 지금도 여러 대책 회의와 자수한 자들과의 대화가 오고 갈 것이다. 학생들이 함부로 교무실에 출입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교무실 밖에서는 여러 설들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가짜다. 진짜다. 경찰이 그러는데 애초 발견한 시체는 유병언이 아니라고 하더라.” 이런 소위 “하더라!” 는 유언비어는 마른 초원에 불이 붙어 바람을 타고 번지듯이 우리 사회의 모든 술좌석에 끼어들고 있을 것이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라는 단편 소설이 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 온 한 지식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 당시의 사회는 정말로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회였을 것이다. 오죽하면 매일 술에 취해서 돌아오는 남편에게 짜증이 난 아내가 “도대체 누가 이토록 당신에게 술을 권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술을 권하는 것은 화증도 하이칼라도 아니고 현 조선 사회라고.” 그리고 남편은 조선의 현실을 비판하며, 그런 사회에서 자신이 할 것은 주정꾼 노릇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은 아내의 무지에 답답하다고 하며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아내는 절망한 어조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다시 말하지만 불신의 사회 현상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때로는 의심하고 그래서 객관적인 조사를 유발한다면 나름 긍정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모든 조사와 행위를 무조건 불신하는 사회는 아주 위험하다. 그렇다. 우리 사회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많은 지식인과 백성들에게 매일 밤마다 '술 권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속히 모든 불신이 정부의 냉철하고 사명감 넘치는 책임감 속에서 해소되길 바란다. 온 백성들이 이렇게 불신의 늪에서 허구한 날 술을 마셔서야 되겠는가! (dw67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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