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최대 폭염이 서울의 열대야를 덮친 지난 1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 서울 역삼동의 한 건물 앞에 조명이 밝혀졌다. 수십 명의 스태프가 진한 땀 냄새를 풍기며 분주히 움직이자 촬영 장비들이 속속 제자리를 찾는다. 김규태 감독이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손에 들고 리허설을 지휘 중인 가운데 홀로 공중에 솟아 오른 머리가 보이니, 바로 배우 조인성이다.
여기는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촬영이 진행되는 현장이다. 야심한 시각 강남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괜찮아 사랑이야' 팀은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열대야에 지쳐 잠 못 이루던 동네 주민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어 다소 어수선한 현장, 그러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함께 하고 있는 스태프와 배우들은 마치 한 몸처럼 정교하게 움직였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환상 호흡이다.
이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경기도 포천에서 공효진과 함께 야외 촬영을 했던 조인성은 서울로 이동해 양익준과 함께 남은 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만큼 압도적인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폭염 속 촬영 강행군이 지칠 법도 한데 얼굴엔 긴장과 미소가 공존한다. 진지하게 동선을 체크하고 상대 배우와의 합을 맞추더니 이내 리허설을 지켜보며 스태프와 조곤조곤 수다를 나누는 순간엔 웃음이 피어난다.
남들은 '불금'인데 '괜찮아 사랑이야' 팀은 그야말로 '열일'에 한창이다. 이날은 전날 방송분의 시청률이 상승해 동시간대 2위를 기록한 소식이 전해져 한층 힘이 나는 날이기도 했다. 또 며칠 전 노희경 작가가 최종회 대본까지 탈고하면서 배우들도 스태프도 한껏 고무된 상황. 여타 드라마에 비하면 촬영 진도가 꽤나 빠르다. 관계자에 따르면 4회까지 방송된 현재, 10회까지의 촬영이 상당부분 완료됐다. 흔히 '생방 촬영'으로 제작되는 숱한 드라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관계자들은 이처럼 순탄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기까지 조인성이란 존재의 역할이 무척 크다고 입을 모은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첫 방송을 앞두고 여주인공 공효진이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주춤했다. 공효진은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했을 정도로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덩달아 제작진과 나머지 배우들 역시 침체될 수밖엔 없었다. 예정됐던 촬영 스케줄을 변동하고 대본까지 수정해가며 공효진의 쾌유를 빌었다. 그 사이 조인성은 공효진을 배려해 그와 맞붙지 않는 나머지 촬영 분량을 먼저 찍어가며 기다렸다.
그러나 이러한 스케줄 조율보다 더 결정적이었던 건 그의 ‘정신력’과 ‘인성’ 때문이었다고. 조인성은 사전제작을 지향하며 일찌감치 촬영을 이어왔던 드라마 팀이 뜻밖의 위기를 만나자 스스로를 다잡고 팀을 독려해가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자칫 힘든 상황에 지칠 스태프를 위해 분위기를 돋우는데 여념이 없었다는 것.
누구보다 주연 배우로서 스스로 힘든 상황이었을 테지만 조인성은 스태프 전원에게 아웃도어 신발을 선물하거나 현장에서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막내 스태프에게까지 일일이 말을 건네며 팀워크를 다졌다. 무엇보다 스태프의 전체적인 조화와 리듬을 중요시 여겼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측 한 관계자는 “조인성이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처럼 원활하게 흘러오지 못했을 것 같다”며 “촬영장에서도 톱스타 특유의 거만함 없이 모든 스태프와 잘 어울리고 격의 없이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이 귀감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날 촬영장에는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배우 김기방과 메이크업 스태프가 양손 가득 커피를 사들고 조인성을 찾아오기도 했다. 늦은 시간에도 응원을 마다하지 않는 동료들의 모습은 조인성의 평소 됨됨이를 짐작케 하는 대목.
‘불금’을 보내다 우연히 목격한 촬영장, 잘 맞아 돌아가는 현장은 무더위도 어둠도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왜 웰메이드 드라마가 나올 수밖에 없는지, 그 중심엔 조인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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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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