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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700만 돌파, 웃기는 유해진이 전부는 아냐

[기타] | 발행시간: 2014.09.01일 09:15
[오마이뉴스 권진경 기자]



▲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포스터

ⓒ 하리마오픽쳐스

* 기사에 영화 내용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2014년 여름에 개봉한 한국 영화 BIG4 중에서 가장 최약체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9월 1일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명량> 다음으로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하였다.

애초 <해적>은 오락성을 주 목적으로 기획,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를 홍보하는 예고편에서도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스펙타클 못지 않게 극 중 철봉이로 출연하는 유해진의 만담을 강조한 영화는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130분 러닝 타임 동안에도 관객들을 끊임없이 웃게 한다.

재미도 재미지만, 배우들이 펼치는 액션 연기도 수준급이고, 고래를 만들어 낸 컴퓨터 그래픽(CG)을 비롯한 볼거리도 풍성하다. 철저히 오락성을 우선시하는 상업 블록버스터로서 딱히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부정부패 관료보다 나은 해적과 산적단

하지만 유해진의 웃음 코드와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개그 투혼을 걷어보면 <해적>은 마냥 웃긴 영화가 아니다. 각각의 기구한 사연 때문에 그동안 일구어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각각 산으로, 바다로 들어간 장사정(김남길 분)과 여월(손예진 분),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은 지금으로 말하면 무정부주의에 가깝다.

이들이 각각 산적, 해적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명확하다. 1388년 위화도 회군 당시 일개 군졸에 불과했던 장사정은 회군을 목숨걸고 반대하다가 산으로 들어갔고, 아버지가 해적이란 이유로 군사들에 의해 해녀였던 어머니를 잃은 여월은 그 뒤로 해적단주 소마(이경영 분) 밑으로 들어가 해적이 된다.

정부에 의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아픔을 가졌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딱히 정부와 지도층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아예 나라에 대한 기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나라가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대신 스스로 강해지고자 한다. 이미 나라를 등진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잘 챙기는 것, 그뿐이다.



▲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한 장면

ⓒ 하리마오픽쳐스

하지만 산과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산적, 해적이 되었다고 하나, '측은지심'이 있었던 장사정과 여월은 누군가의 탐욕에 의해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히려 영화에서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무리는 산적, 해적이 아닌, 탐욕으로 똘똘 뭉친 부패한 지도층들이다. 자신의 끊임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죄없는 백성들에게 억울한 누명에 씌워 죽이기까지 하는 간악무도한 모흥갑(김태우 분)의 횡포에 참을 수 없었던 장사정은 결국 여월과 힘을 합쳐 모흥갑을 통쾌하게 응징한다.

<해적>의 장사정과 여월이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지리산 추설 떼처럼 부패한 관료, 부호들에 맞서 백성들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탐욕스러운 지도자와 관료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그리고 자신들의 부하(가족)를 지키기 위해서 악당들과 맞서 싸운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산적과 해적으로 살면서도 사람으로서 응당 갖추어야할 상식이 있었고, 돈보다 사람을 우선시한다. 어려울 때 함께 맞서싸운 해적 동료와의 의리를 중요시하는 여월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들의 목숨까지 버리는 잔악한 소마와 맞선 것도 그 때문이다.

때로는 그 의리와 측은지심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인륜을 저버리지 않았던 장사정과 여월, 그리고 그들을 따르던 무리들은 결국 웬만한 의적단보다 더 통쾌한 산적, 해적으로 남는다.

부귀영화보다도 사람과의 의리를 강조하며, 현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상식'을 넌지시 보여준 '해적'. 이 영화가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을 거둔 것은 단순히 웃기고 재미있어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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