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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의 발자취를 찾아 한국에서 중국에로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9.18일 10:54

한국인 필자 차동희씨가 도뢰조진제2소학교 정문앞에서

(一) 부친의 경력

지금으로부터 75년전, 1939년 11월 26일은 부친(車洪淳)께서 이 세상을 떠나신 날이다.

38세의 젊은 나이로 그 당시 류행하던 전염병에 걸려 먼 곳에 있는 병원에도 찾아갔으나 치료하기 어렵다고 거부당하고 돌아와서 약 10여일간 앓으시다가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부친께서는 1901년 6월 8일에 전북 부안군 하서면 삼현동(三賢洞)이란 마을에서 태어나셨고 부안 초등학교 1회 졸업생이시며 전주사범학교(全州師範學校)를 졸업후 일본으로 류학을 가시어 대학에 다니시다가 학비 부담이 커서 중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전남 빈성군(寶城郡)에 있는 웅치공보교(熊稚公普校)에 교사로 근무하셨다.

어렸을 때 모친의 말씀에 의하면 그 당시 한국은 일제통치하에 있었으므로 학교교육은 일본어로 시켰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본어를 사용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친께서는 밤이면 학생들을 불러 모아놓고 한글교육을 시켰다는것이다.

그런 행동이 일본 경찰에게 들키게 되여서 부친은 교직에서 해직당하거나 구속될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때 중국 길림성 대삼가자(大三家子)에 있는 조선족학교인 협화소학(協和小學)에서 교장선생님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하여 임명장을 받고 중국으로 가신것이라고 하셨다.

부친께서 갑자기 떠나시자 모친은 할아버지댁으로 사망전보를 보냈고 그날은 바로 할머니 환갑날이라 온 가족이 다 모여서 잔치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날아온 전보를 보고 믿지를 않았다는것이다.

할아버지께서는 한약방을 운영하시는 한의원이셨으므로 위급환자에게 먹이는 약을 조제하여 숙부에게 빨리 가지고 가서 형에게 먹이라고 하셨단다.

허겁지겁 중국땅에 찾아갔으나 6일만에 도착했고 시동생을 보자 모친은 졸도하셨다고 한다.

설마 형이 사망하지는 않았을것이라고 반신반의하면서 찾아간 숙부께서는 약봉지를 내던지면서 통곡하셨다고 한다.

숙부께서는 바로 학교옆에 형의 묘지를 만들고 비석도 세웠다고 하셨다.

3살된 오빠(車東明) 는 숙부님이 업고 나는 모친 등에 업혀서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그후부터 모친은 우리 남매를 키우시느라고 피눈물나는 험난한 인생을 사셨다.

중국에서 떠날 때 얼마나 날씨가 추웠던지 오빠의 두귀에 동상이 걸려서 빨갛게 부어올랐고 그런 증세는 매년 겨울만 되면 두귀에 동상증세가 나타나서 중국에서 살다온 표시라고 했으며 20세가 지나서야 그 증세가 사라졌다.

(二) 부친의 흔적을 찾아서

나는 모친의 배속에 태아로 있을 때 중국으로 들어갔다.

1939년 8월말에 협화소학 사택에서 태여나서 겨우 3개월만에 부친과 사별한것이다

이제 75세의 나이에 낯선 중국으로 부친의 유해를 찾아나서려니 왠지 떨리고 두려웠다.

중국에 가기 위해서 지난 1년간 중국어 교육을 받았건만 회화가 되지 않았다.

자식된 도리를 해보기 위해서 중국에 사는 조선족 가이드를 소개받아 출발키로 결정했다.

중국 가이드 현홍화씨!

경상도 말씨를 쓰는 조선족 녀성인데 퍽 적극적이고 상냥한 녀성이다.

가이드와 수차례 통화를 하면서 준비를 했다.

특히 남편되는분이 중국인(유위씨)인데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를 잘해주어서 큰 도움을 받게 된것이다.

유위씨는 대삼가자에 있는 소학과 교육계 등에 전화로 문의해서 협화소학이 있었던 소재지를 확인할수 있게 해주었다.

(三)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1년간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준비를 했건만 왠지 마음이 무겁고 불안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공항 가는 버스를 타고 7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9시 50분에 장춘시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불안과 긴장된 마음으로 2시간 정도 지나서 장춘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절차를 마치고 출구로 나가니 흰장갑을 낀 가이드가 손을 흔들었다.

남편과 택시 기사까지 동행하여 세 사람이 기다리고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오래 된 지기(知己)를 만난듯이 반가웠다.

그녀의 남편과 기사는 중국인이라 그들이 하는 말은 한마디도 리해할수 없었다.

그리고 내 입에서는 “쎄쎄”란 말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기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실마리라도 찾을수 있게 도와주시옵소서”라고....

우리 일행은 택시를 타고 먼저 길림성 송원시 부여현 도뢰조진(陶賴昭鎭)에 있는 “제1중심소학(第一中心小學)”을 찾아갔다.

마침 그 학교에 조선족 선생님 한분이 계셔서 그분을 만나서 그 주위에 살고있는 조선족 집을 방문했다.

나이 드신 80대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어른이 대삼가자에 살 때 남동생이 조선족학교를 다녔고 자기는 녀자라 학교에도 못 다녀서 그 학교 이름은 잘 모른다고 했다.

다시 유위씨의 안내를 받아 부여현 도뢰소진 대삼가자에 “제2중심소학(第二中心小學)”을 방문했다.

유위씨가 그 학교 교장선생님과 여러번 통화를 해서 협화소학이 있었던 자리를 거의 파악하고 있었던것이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회의 참석차 출타중이시고 부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차를 타고 앞장서 나섰다.

뿐만아니라 그 주변에 90세 되신 중국인 할아버지가 계시니 확실하게 학교 터와 묘소 자리를 물어보기 위해서 선생님 두분이 그곳을 아는 분과 함께 차를 타고 찾아갔다.

그 할아버지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 협화소학이 있었던 위치와 그 옆에 있는 백양나무아래 묘 자리까지 확인할수 있게 되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찡 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학교는 1945년 8.15 해방 이후에 페교가 되여 건물도 사라지고 조선족은 모두 떠나고 그 자리에는 중국인 집과 밭이 있었다.

바로 학교옆에 묘와 비석도 세웠다고 모친께서 말씀하셨는데 비석은 없어지고 거기에는 몇기(基)의 묘가 있었는데 무연고 묘라 관리하지 않으니 스스로 무너져 내려서 밭으로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밭을 파면 아직도 뼈가 가끔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그 뼈가 누구의것인지는 DNA 검사를 하기 전에는 알수 없는 일이다.

나는 준비해간 봉지에 묘터 자리에서 한줌의 흙을 담아오는것으로 만족할수 밖에 없었다.

(四) 중국인들의 친절에 감사

지금까지 중국인들에 대한 나의 느낌은 왠지 두렵고 겁이 나는 상대였다.

과거에 1950년 6.25란 한국전쟁을 경험한 탓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래동안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랭랭한 분위기였는데 최근에 시진핑주석과 박근혜대통령이 서로 자주 만나고 친구관계처럼 되자 그 두려움이 좀 사라진것이다.

그런데 이번 부친의 유해를 찾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유위씨와 협화소학 터까지 직접 안내해준 제2중심소학의 부교장,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친절함에 놀랍고 감사할뿐이다. 먼 길을 친절하게 왕복 운전해준 중국인 택시기사 장진해씨에게도 감사한다.

한국에서 간 낯선 무명의 할머니에게 그렇게 성의를 표하다니 감동적이였다.

그분들은 부친의 뿌리를 찾아온 딸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지만 나는 부끄러웠다.

가이드인 현홍화씨는 “1, 2년만 늦게 왔어도 나이드신 분들이 떠난후에 왔다면 그런 생생한 증언을 듣지 못했을것”이라면서 오히려 일찍 온것이 다행이라고 위로해주었다.

그 할아버지께 직접 만나서 감사드리지 못한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제 또다시 그곳에 찾아갈 기회가 있을는지....

2014년 6월 17일

/車 東 姬(한국 부안문인협회 회원, 수필가, 원광대학교 전 녀성학 강사)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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